아래의 글은 2005년 9월에 쓴 글이다. 얼굴 한번 보자기에 짬을 내어 한글과컴퓨터에 놀러간 길에 아웃룩과 유사한 메일러를 만든다고 하여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개발 아이디어를 요청하기에 7쪽짜리 개발 방향에 대한 메모를 이삼일 끄적여 전달해주었다. 그리고 옛일처럼 또 가슴이 부풀어 올라 내친 김에 아래의 글도 쓰고 제안을 하게 되었다. 그 글은 개발단의 최상층에 전달했다.

이 글이 갑자기 생각이 난 것은 어제 뉴스를 검색하다 한글과컴퓨터에서 오피스 제품을 기업 환경에 적합한 맞춤형 서비스인 ‘YESS’로 선보인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 내용을 보니 많은 변형이 있었지만 내가 제안해 준 내용의 일부를 반영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전체적인 내용의 주는 그룹웨어와 ERP를 별다른 모줄 연동 없이 한컴오피스와 쓰게 해 주겠다는 것인데 그 이면에는 그룹웨어와 ERP 등의 핵심으로 연결되어 있는 엑셀 파일류의 호환성을 이용하는 측면이 강해 보인다. 하지만 방향성에서는 그 간의 지지부진함을 버리고 어느 정도 바른 길로 가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아래의 글은 작성한지 3년이 지난 글이다. 그리고 반영이 되지 못한 부분도 있고, 현재도 반영하여 빛을 볼 부분 역시 조금은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정도 시기가 지났으니 이제 공개해도 재미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를테면 비밀유지 해제 기간이 된 것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민감하고 심도 깊은 이야기는 조금 쳐냈다.

그러고 보니 모처럼 한글과컴퓨터 이야기에 활기가 느껴진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한글과컴퓨터라는 이름에 참 많은 은혜를 입었던 사람이다. 컴퓨터 출판 기획자였던 내가 IT 제품 기획자로 변신하게 된 계기가 한글과컴퓨터 입사부터였고 이후로도 한글과컴퓨터 출신이라는 이름은 내가 속한 IT 분야에서 [믿을 수 있는], [실력 있는], [인프라가 풍부한] 경력자라는 누구나 인정하는 암묵적인 지원 세례를 받았다. 내 경력 중 많은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부분 중 하나는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사이버박물관 구축의 총괄 기획 및 구현이다. 세상에 이름을 떨친 웹 에이전시나 기획자가 아님에도 우리나라 최고의 부자였고 현대라는 초일류 기업의 가주였던 정주영 명예회장의 사이버박물관 총괄기획을 맡는 행운과 그 운영과 구현의 책임을 도맡은 것은 함께 일했던 사람들의 든든함과 내가 제출한 기획서의 힘도 있었겠지만 한글과컴퓨터 출신이라는 맹목적인 믿음이 그 안에 자리하고 있음을 나 자신도 잘 알고 있다.

그 때문에 한글과컴퓨터가 어려운 시절을 보낼 때 제품도 중요하지만 그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도 살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가 몰매를 맞은 적도 있고(한글과컴퓨터의 MS 매각 가능성 뉴스로 당시의 분위기가 격앙되고 분노했던 시기라 이해는 한다) 한글과컴퓨터 관련 뉴스가 나올 때마다 가슴이 뛰는 것은 지금도 여전하다. 한글과컴퓨터 시기는 내게도 어찌 보면 행복했던 시기였다. 몰입의 시기였고, 창조의 시기였고, 몸 바쳤던 시기다. 남의 것을 가져다 쓰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것을 우리가 창조한다는 기분은 참으로 대단한 것이었다. 아이콘 위치 하나 때문에 사용성이냐 직관성이냐를 가지고 밤을 새워 토론하고 제품 출시시기를 맞추기 위해 회사에서 숙식하고 쪽잠을 자며 모니터 화면에 머리를 박아 넣을 듯 했던 시기도 그때였다. 우리가 하는 모든 것이 이 나라 IT 발전의 모든 것이 될 수 있다는 책임감 역시 강했던 시기다. 벌써 너무 오래 전 이야기이지만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온 몸이 찌릿하다.

그 이후로는 그 정도까지 몸바쳐 일하지는 못했다. 나이가 먹으면서 체력의 뒷받침도 힘들었고, 그 정도의 몰입을 쏟아 부을 만큼 정신적인 무장을 주는 일을 만나지 못했던 탓도 있다. 또 업무의 환경이나 시대적인 일의 개념도 바뀌었던 이유도 있다. 물론 그렇다고 게을렀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모든 비교에는 상대성이 있으니.

아직도 한글과컴퓨터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자가 보기에는 한글과컴퓨터는 이제까지 여러 가지 패착이 많았다. 최근의 일만 해도 리눅스에 손을 댄 것이 그랬고, 코렐드로우 총판권을 쥐고 있으면서 아무런 액션이 없는 것이 그랬다. 다만 아래한글의 위력 뒤에 숨어 꿍꿍이를 벌이는 형국이라고나 할까. 응용소프트웨어의 국내 패자다운 행보는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가능하면 이전처럼 MS가 두려워할 정도의 강인함과 튼실함과 기술 우위의 선도력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은 언제나 간절하다. 지속적으로 매출이 나고 이익이 있고 지금은 안정적인 회사라고 늘 안심할 수 없는 것이 이 바닥이다. 이번 ‘YESS’ 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기원을 해 본다.




제품 개발에 대한 단상 1


- 블루 오션 전략을 통해 본 제품화 방안


다음은 한컴 제품들의 개발 전략과 상품 계획에 대한 전반적인 생각을 며칠 동안 나름대로 정리한 것입니다.

여기서의 주제는 요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른 블루 오션(Blue Ocean)적 관념을 돋보기 삼아 앞으로 한컴의 제품 개발을 어찌할 것인지 바라 본 것입니다. 사실 블루 오션이라는 개념을 처음 들었을 때 제가 받아들인 생각은 매우 단순했습니다. 한마디로 하면 “경쟁을 피하거나 상대가 경쟁할 수 없도록 영역을 개척하는 전략”입니다. 그런 생각을 바탕으로 독창적인 가치를 창출하여 경쟁 없이 고부가치를 실현한다는 의미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 바 그런 생각들을 한컴의 제품에 대입해 앞으로 개발 계획에 투영해 보고자 한 것이 이번 글쓰기의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또한 이 글쓰기에서 언급하는 전략이나 방안들은 블루 오션이 주창하는 개념은 아니며 글을 쓰면서 나름대로 정리한 것이니 이점은 양해 바랍니다.

이 글쓰기는 평소의 문체로 편안하게 쓰여진 것이라 평체로 쓰여졌습니다.


블루 오션(Blue Ocean)

요즘 경제와 관련하여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소위 “블루 오션(Blue Ocean)”이다. 블루오션은 살벌하고 치열한 경쟁의 바다인 “레드 오션(Red Ocean)”의 반대편으로 독창적 가치를 창출하여 경쟁 없이 고부가치를 실현하는 산업 또는 전략을 일컫는 새로운 경제 개념의 트렌드라고 할 수 있다. 이전의 개념들을 새롭게 조합한 형태에 불가하지만 요란한 구호만큼이나 현재를 조망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간결한 안내 문구와 같은 역할을 한다.


한컴오피스의 경우도 블루 오션적인 입장에서 보면 오늘날의 트렌드에 맞는 관찰을 손쉽게 할 수 있다.

먼저 아래한글의 입장부터 보자. 아래한글의 초기 모습은 참 센세이션한 것이었다. 특정 컴퓨터에서만 동작하는 워드프로세서에서 모든 컴퓨터에서 동작하는 워드프로세서로, 특정 출력기만 지원하는 워드프로세서에서 대부분의 출력기가 모두 지원되는 워드프로세서로. 아래한글 초기의 성공은 이런 기술적인 뛰어남에서 시작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많은 고객의 니즈(needs)를 독점적으로 구현함으로써 경쟁 없는 편안한 바다에 안착할 수 있었다.


오늘날의 한컴오피스는 레드 오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MS오피스와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경쟁의 관계에 있다. 혹자들은 이 두 프로그램이 다만 두 가지 요소만을 가지고 경쟁한다고 한다. 기능은 MS오피스가, 가격은 한컴오피스가 우월하다는 것이다. MS오피스는 글로벌화와 안정성, 기업업무 능력 향상 등을 내세운다. 한컴오피스는 호환성, 성능 대비 효율적인 가격, 고객 대응력 등을 내세운다. 객관적인 전력은 MS의 승리다. 지금까지 MS는 시장이 비어 있는 푸른 바다에서 편안하게 엑셀과 파워포인트로 기업 시장을 점유해왔다. 지금의 상황은 어떤가? 워드가 아래한글을 따라오면서 아래한글의 블루 오션이 레드 오션으로 변했듯 MS의 오피스는 한컴의 넥셀과 슬라이드의 등장으로 레드 오션 속에 들어왔다. 아웃룩을 제외한다면 기능과 가격을 통한 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


레드 오션(Red Ocean), 블루 오션(Blue Ocean)

한컴의 개발 전략은 한컴이 바라보는 미래에 의한 장기적인 관점을 담고 있을 것이다. 이 점은 아직은 내부 사정을 잘 모름으로 언급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다. 그러나 단편적 전략은 언제나 유동적이므로 크게 두 가지 전략을 바탕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그 하나는 레드 오션 전략이 될 것이고, 다른 하나는 블루 오션 전략이 될 것이다.


레드 오션(Red Ocean) 전략

먼저 레드 오션 전략은 현재의 경쟁 구도를 유지 또는 새로운 경쟁 체제로 끌고 가는 것이다.


경쟁 구도 유지는 현재 한컴이 채택한 기본적인 전략이다. 아래한글을 제외한다면 MS와의 경쟁에서 넥셀과 슬라이드는 MS를 뒤따르는 입장이다. 따라서 현재의 경쟁 체재는 MS가 제공하고 있는 오피스의 모든 기능을 구현하고 좀 더 여력이 된다면 MS가 제공하지 못하는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 한컴이 가진 현재의 전략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따라가는 입장에서) 넥셀과 슬라이드의 호환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과 경쟁 제품과의 기능을 동급 또는 추월하기 위한 노력은 당연한 귀결이다. 이런 결과로 나오는 제품들은 결국 MS와의 경쟁 구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여 시장을 양분하고 결국 승리를 위한 기반을 제공한다.


새로운 경쟁 체제는 현재의 점유율을 역전하기 위한 새로운 경쟁 구도를 만들어 내는 전략을 의미한다. MS가 시장의 점유율을 높여간 방법이 여기에 해당한다.

아래한글이 일반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하고 있을 때 MS는 오피스를 통한 기업 사용자를 선점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기업에 적응하기 위한 사용자 스스로 MS의 오피스를 선택하게끔 강제하게 만든 전략은 시장을 장악하는 탁월한 전략이 되었다. 이는 물론 엑셀과 파워포인트라는 독점적 소프트웨어의 공이 큰 것이 사실이었지만 오피스라는 프로그램을 묶을 때부터 염두에 둔 전략이다. 이에 비해 한컴은 아래한글의 높은 시장 점유율을 과신했던 바도 있었고, 엑셀과 파워포인트 같은 프로그램을 적절한 시기에 내놓는 타임마켓을 구사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여러 풍파에 기업 활동이 위축되어 지속적인 기술 선도력을 갖지 못한 것은 뼈아픈 일 중 하나일 것이다.


레드 오션 전략은 현재의 전선을 유지하며 시장을 방어하는 소극적인 전략이다. 동급의 기능과 안정적인 공급선을 유지하고 충성도를 높임으로서 기업은 생존의 발판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궁극적 대응 목표는 현재의 경쟁 구도와 경쟁 체제를 역전시키는, 즉 승리하는 것이다. 레드 오션에서 블루 오션으로 진입하는 단계라 할 수 있다. 경쟁에서 상대를 역전을 시킬 수 있는 가장 큰 요인은 속도(또는 투자)다. 상대보다 경쟁의 속도가 더 빠를 때 상황은 역전된다. 문제는 속도라는 것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이다.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체력과 조건을 먼저 살펴야 함으로 문제 분석과 그것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안목과 결행이 필요하다. 이 부분은 현재도 진행 중일 것이므로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언급하고 싶은 것은 속도를 높여 승리하기 위해서는 탄력을 받아야 하는데, 그 중 하나는 트렌드로 대변되는 예측과 시류의 반영이고, 다른 하나는 관객이다. 박수를 받으며 뛰는 선수는 더 힘이 난다. 관객이 박수를 치게 하기 위해서는 뛰는 선수도 자신을 가꾸고 이벤트를 연출할 필요가 있다. 현재 오피스 시장은 특별한 이슈 없이 차분한 경쟁을 함으로써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경우 대부분 시장 점유율은 요동치지 않는다. 이슈를 만들고 이를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블루 오션(Blue Ocean) 전략

블루 오션 전략은 크게 세 가지 방향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첫째는 현재의 상품 가치를 업데이트하여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는 레드 오션 전략의 연장선상에 있다. 둘째는 독창적 가치를 가진 경쟁력 있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전략이다. 셋째는 동일 제품을 이용한 새로운 시장 진입 전략이다.


상품 가치를 업데이트하는 방향에 대해서는 이미 진행되는 부분일 것임으로 따로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다만 업데이트 포장에 관해서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상품 가치를 높이기 위한 업데이트라면 고객의 니즈와 충분히 다아야 하고, 또한 그것을 구현함에 있어 고객이 구현된 기능으로 인해 무릎을 치며 감탄할 수 있도록 기능과 UI 측면을 충분히 고려한 개발이 진행되어야 한다. 그것을 통해 고객은 새로운 버전에 기꺼이 돈을 지불하며 기뻐할 수 있을 것이다. 업데이트 제품의 컨셉을 적절하게 포장하는 것은 그 자체가 큰 과장만 아니라면 기업에게는 무료로 게재하는 광고와 같으며, 고객에게는 설레임과 충성도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이다. 이 부분은 제품을 기획하고 결과를 만드는 과정에서 충분히 고려될 필요가 있다.


독창적 가치를 가진 경쟁력 있는 새로운 제품 개발 전략은 시장에 니즈는 있으나 제품화되지 않은 신제품 개발이나, 이미 나와 있는 제품일지라도 고객의 니즈가 반영되지 못한 부분을 새롭게 개발하고 강조함으로서 전혀 다른 시장을 만들어 선점하거나, 현재의 시장을 구역화하여 경쟁 우위를 만들어가는 전략이 될 것이다.


현재 한컴에서 추진 중인 한컴아웃룩 개발에 이를 적용해 볼 수 있다. 아웃룩의 가장 대표적인 기능은 메일러이다. 그 다음 일정관리, 주소록, 메모, 할일 등이 있다. 메일이 주 기능이며, 주소록은 메일의 서브 기능처럼 되었고, 일정관리, 메모, 할 일은 큰 역할을 하지 못하는 장식품처럼 되어 있다. 이들은 이전부터 지금까지 기능상 나아진 점도 거의 없다.

재미있는 것은 오피스의 주력 시장인 기업들, 특히 사원 교육에 많은 관심을 가진 기업일수록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법칙”으로 대변되는 자기 관리 프로그램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이런 류의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사원들에게 교육하고 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법칙” 프로그램이 성공을 위해 요구하는 한 가지는 플래너로 불리는 프랜클린 다이어리이다. 이 다이어리는 일반 다이어리와 비교해 크게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그것을 플래너로 부르는 것은 그 안에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법칙”으로 대변되는 신념이 있으며, 그 신념을 실천하는 도구로 이 다이어리를 특별하게 사용할 것을 제안하기 때문이다. 소중한 것을 먼저 하고 단계적으로 세운 계획을 철저히 실천하는 방법으로서 오직 한 개의 다이어리, 즉 플랜클린 다이어리를 사용하라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다이어리의 대부분의 역할은 아웃룩의 일정관리, 할 일, 메모 기능과 유사하며, 플랜클린 다이어리 프로그램을 교육받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의 모두 MS의 아웃룩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 두 가지는 매칭되지 못한다. 즉, 충분한 니즈는 있는데 몇 %로 부족한 무언가가 이 두 가지를 결합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런 니즈를 이번 한컴아웃룩 개발에 결합하면 전혀 다른 시장을 만들어 선점하거나, 현재의 시장을 구역화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새로운 경쟁 우위를 만들어가는 전략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즉, 자기 관리(시간, 인생)가 주 기능이 되는 메일러라는 컨셉을 차용한 한컴아웃룩을 개발하고 이를 잘 포장해 이슈화한다. 고객과 메일을 주고받고, 약속을 정하고, 프로젝트를 완성해 가는 일련의 과정을 자기 관리, 다시 말해 인생을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함축해 의미부여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슈를 양산함으로서 오피스 시장의 주류를 이루는 고객들 중 사원들의 일정 관리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싶은 기업들의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이것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거나 기존의 시장을 구역화하여 자기만의 영역으로 만들어 내는 일이다.

고객이 그 시장을 계속 원하는 한 대응이 느린 MS 아웃룩이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기 전까지는 독자적인 가치관(성공을 향한 고객의 인생을 강조하는)을 통해 경쟁 없는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오피스로 대변되는 기업 시장의 고객은 사원들의 자기관리에 매우 민감하고 충분히 돈을 쓸 수 있는 여력이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들 고객이 아직도 MS오피스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망설일 때, 충분한 호환성과 동등한 기능을 갖춘 한컴오피스와 함께 저렴한 비용으로 직원들의 시간 관리 및 인생 관리를 확실하게 도와 줄 수 있는 독창적인(또는 충분히 개선된) 프로그램을 함께 제안할 수 있다면 고객의 마음을 바꾸는 충분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시장 점유율을 올리는 데 많은 역할을 할 것이다.

이것이 독창적 가치를 가진 경쟁력 있는 새로운 제품 개발 전략의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자기 관리 중심의 메일러에 관한 더 자세한 정보는 이전에 보냈던 7쪽 짜리 관련 문서가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7쪽 짜리 문서는 파일을 잘못 옮기면서 삭제되고 말았다. 나름대로는 새로운 개념의 메일러를 만든다는 느낌으로 심혈을 기울인 기획안이었는데 다시 작성해 보려고 하니 엄두가 안 난다. 그래서 안타깝다.


동일 제품을 이용한 새로운 시장 진입 전략은 패러다임이 바뀌었거나 바뀌는 시점에서 미리 시장을 예측하고 대응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스스로 생각하기를 레드 오션과 블루 오션의 차이점은 시점의 문제다. 어느 시점에 시장에 진입했느냐에 따라 행복한 판매를 할 수도 있고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하기도 한다.

MS의 엑셀은 그러한 시점을 매우 잘 맞춘 경우라 할 수 있다. 세상을 주름잡던 노터스가 도스를 고집하며 윈도우를 과소평가할 때 MS는 완벽한 노터스가 되는 윈도우용 엑셀을 꾸준히 밀고 나갔고 윈도우가 시장을 완전히 장악했을 때는 윈도우용 노터스가 세상에 나타났지만 이미 시장은 엑셀이 점령한 뒤였다. 노터스는 OS의 향방을 잘못 읽으면서 시장에서 변신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을 놓쳤다.

이러한 경우는 한컴오피스에도 응용해 볼 수 있다. 곧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MS의 새로운 OS가 세상에 나올 예정이다. 아마도 가장 먼저 새로운 OS와 궁합을 맞춘 오피스는 MS에서 출시할 것이다. 기능상으로 보면 몇 가지 기능의 추가이겠지만 무언가 새롭고 강력한 기능을 탑재한 듯 포장될 것이다. 만일 한컴이 새로운 OS가 나올 것을 미리 예측하고 MS보다 먼저 새로운 OS를 가장 잘 지원하는 오피스로 기능을 개선하고 잘 포장하여 이슈를 선점할 수 있다면, 게다가 고객이 만족할만한 기능과 UI를 제공할 수 있다면 시점을 통한 상품 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을 것이다.


동일 제품의 새로운 시장 진입 역시 변화하는 패러다임에 대처하는 시점의 문제로 볼 수 있다. 흔히 대한민국을 인터넷 강국이라 하고 이 말은 진실이다. 네이버 같은 포탈은 하루 방문객이 1천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인터넷, 그 중에서 포탈들은 단순한 사이트가 아니라 이제는 하나의 거대한 시장이다. 유동 인구가 많은 번화가가 임대료가 높은 것처럼 오피스 역시 포탈과 연계된 거대 시장으로의 진입은 진지하게 고민해 볼 일이다. 문제는 패키지 위주의 영업 방식 위주인 한컴이 온라인 방식의 영업 방식으로 접근할 때 정상적인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미 한컴은 넷피스를 통해 이러한 시도를 해 본 적이 있으나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또한 기술적으로도 온라인과 연계된 프로그램의 성능이 기존의 아래한글, 넥셀, 슬라이드의 자원을 패키지 형태로 제공했을 때와 동일하거나 최소한 유사한 성능을 전재로 해야 하는 점에서 애로점이 있다. 결국 문제는 이윤을 낼 수 있는 구조와 성능에 대한 기술 구현 선도력의 실현이 담보된다면 새로운 시장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선점하여 상당기간 경쟁이 필요 없는 가치 자산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에 대해 잠시 생각을 정리해 보면, 이윤의 구조는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다. 개인에게 서비스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나 단체에게 일정 비용을 받고 서비스하는 것이 그 방법이다. 현재 200인 이하의 사업장은 우리나라 기업의 8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이 기업의 대부분은 제대로 된 그룹웨어 없이 단위 소프트웨어를 통한 업무에 치중한다. 이들 기업에게 오피스가 겸 그룹웨어로서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간단한 결제 시스템과 추가할 수 있는 양식이나 아이템을 동반한 인터넷 오피스가 기본이 된다. 그 외의 별도의 비용으로 추가할 수 있는 옵션 사양인 인사 관리, 보안 시스템 제공 등을 아이템으로 개발한다. 이 모든 것을 포탈에 제안하고 시스템을 구축한다. 기업은 포털에 비용을 지불하고 그룹웨어와 오피스를 사용한다. 포털은 약간의 이윤을 남기고 사용자를 확대하며, 사용 공간을 제공하는 대신 오피스 및 그룹웨어 내에 광고를 노출한다. 한컴은 솔루션을 제공하고 포탈을 통해 기업이 낸 비용의 상당 부분을 매달 또는 일정 기간마다 회수한다. 이를 통해 경쟁 제품의 구매력을 약화시킨다. 장기적으로 이런 류의 제품들을 포털을 통해 개인 또는 기업에게 유료로 제공함으로 패키지 형태의 제품을 축소한다. 기술적인 부분만 완벽하게 구현이 된다면 영업적으로는 충분하게 포털들과 협상이 가능한 부분이 될 것이다. 물론 아직은 좀 더 시간이 익어야 하는 미래의 일이지만……


이상과 같이 한컴오피스를 바라보며,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블루 오션의 관점에서 잠시 살펴보았다.





제품 개발에 대한 단상 2


- 좀 더 미래적인 제품화 방안


사람들이 미래에 대해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래는 꿈을 주기 때문이다. 현재의 고단함이나 현재의 불안과 불만이 신세계처럼 해소된 나름의 세계를 꿈꾸기에 미래는 희망의 상징이 될 수 있다. 미래가 불안한 자는 꿈을 꾸지 못하고, 꿈이 없는 자는 미래가 없다. 그러한 미래는 아이러니하게도 언제나 현재의 한걸음 앞에 있을 뿐이다. 그 만큼의 앞에서만 우리를 지켜보기에 미래는 현재의 거울이라 할 만 하다.

문제는 그 거울 속에서 때때로 길이 보인다는 것이다. 현재를 통찰하면서 미래의 세계가 유추되고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수많은 거울 중 어떤 거울 앞에 내 모습을 투영해 가야 진정한 길로 가는지 알 수 있을 때가 있다.


지금부터 언급되는 미래에 대한 전망은 단지 현실을 살아가며 얻었던 정보들을 기반으로 한 유추일 뿐이다. 어떤 통계나 데이터에 의한 예측이 아니라 기획통으로 살아오면서 직감한 미래에 대한 예측이며 그에 대한 일종의 처방을 기술한 것이다.


오피스의 미래

오피스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 요즘 골몰했던 내 생각은 그 방향을 바꾸었다. 단지 오피스만 그런 것이 아닐 터이기 때문이다. 오피스 뿐 아니라 대다수의 모든 프로그램은 일정한 방향으로 결국 흘러갈 것이며, 그 방향은 우리 현실에 다가온 여러 가지 패러다임의 변화에 기반할 것이다. 현재 논의되는 패러다임의 주제는 단연 인터넷이며, 기존의 인터넷 시장은 멀지 않은 미래에 대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그 화두는 이동성이다. 이동성은 이전부터 언급되었던 내용이나 시장의 도래는 진정으로 이제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내년 상반기 KT는 WiBro 서비스를 오픈한다. 시속 60Km 속도로 달려도 인터넷 속도의 변화가 없고, 시속 100Km 속도에서도 인터넷 속도의 변화는 20-30% 내외가 될 전망이니 매가패스 정도의 성능을 꾸준히 유지한다는 의미다. 더 무서운 것은 내년 하반기부터 서비스 될 예정인 이동사의 HSDPA 데이터 망이다. 속도 면에서도 WiBro 서비스와 유사하지만, 이통사 망을 사용한다는 의미에서 파괴력은 더 커 보인다.

이들은 초고속 인터넷 시장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를 것 같다. 기존의 인터넷이 우리 일상의 많은 변화를 가져온 것은 사실이지만 기본적인 컴퓨팅 라이프스타일을 완전히 바꾸어 놓은 것은 아니다. 이제까지의 컴퓨팅은 망과 연결된 컴퓨터가 있는 장소로 인간이 찾아가는 스타일이었다. 이런 스타일은 컴퓨터와 함께 인간이 작업을 시작한 이래로 좀처럼 변하지 않은 공간적 개념이다. 그런데 이 공간적 개념은 노트북과 무선 인터넷을 통해 조금씩 파괴되더니 이제 본격적으로 그 패러다임이 완전히 변화하는 시기가 다가오는 것이다.

이제까지 KT가 사업을 전개하는 추진력을 보면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이에 질세라 이통사의 경쟁력도 가세한다. 위성 DMB의 중계망을 깔았던 전례를 보면 전국 64개 주요 도시와 국도 및 고속도로 변은 사업 추진 1년 안에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 외의 주요 지역은 늦어도 3-5년 안에 기반 시설 작업이 완료된다고 보면 바라보는 미래는 의외로 매우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그럼 오피스와 인터넷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옳은 말이다. 상관이 없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것은 인터넷이 아니라 컴퓨팅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다. 컴퓨팅을 하는 라이프스타일의 주요 포인트였던 공간적 개념의 변화가 급속도로 진행될 것이라는 점이다. 공간적 개념이 변화된다면 오피스 작업 환경 역시 변화될 것을 예측해 볼 수 있다. 공간 변화에 영향을 많이 받는 기업들은 해당 변화에 가장 빨리 적응할 것이다. 이에 따라 기업 시장을 중심으로 한 컴퓨터 시장의 형태도 대화면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in 오피스” 컴퓨터와 소화면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out 오피스” 시장으로 양극화될 수 있다. 또한 어디서나 휴대용 단말로 인터넷에 접속이 가능한 상황이 되면 낮은 사양의 컴퓨팅 환경을 통해 막강한 기업 서버에 붙어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이 비용 절감적 차원에서 기업에 제안될 것이다.

이러한 조짐은 이미 여러 소식에서 접할 수 있다. 현재 이통사의 EV-DO 망을 이용한 데이터 무제한 요금(부가 기능)은 이통사별로 24,000-26,000원 정도를 받고 있다. 도심의 EV-DO 망을 주로 사용하는 사용자들은 휴대폰과 노트북을 연결해 인터넷을 사용한다. EV-DO 망이 스펙상으로는 약 1.2M 정도의 속도이나 실제로는 약 300-500K 정도의 속도를 냄으로 대용량 파일을 다운 받는 것이 아니라면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인터넷 속도와 비슷하다. 어떤 사용자들은 집의 인터넷 서비스를 해지하고, 오로지 이통사 망을 통한 인터넷을 즐긴다. 이럴 경우 EV-DO가 깔려있는 도심권을 벋어나지만 않는다면 언제든 인터넷 사용이 가능하다. 이렇게 인터넷을 즐길 경우 정상 요금으로는 한 달에 약 1억원 정도가 나오나 저렴한 가격의 무제한 요금제임으로 부담이 없는 것이다. 이러한 라이프스타일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반적으로 이러한 시대의 변화는 오피스 시장에서 여전히 패키지 형태의 오피스가 그 역할을 다 할 것이지만,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어 패키지 형태의 오피스는 점점 줄어들 수 있으며, 오피스 역시 인터넷과 연동하는 기능으로 재편되도록 압박하는 시기가 도래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러한 가정 하에서 한컴오피스는 다음과 같은 외형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제안을 하고 싶다.


오피스의 발전 방향(또는 진행 방향)


1. 혼합 패키지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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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단일 프로그램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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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단일 프로그램과 서버 연동 프로그램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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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서버 기반 프로그램


1. 혼합 패키지 형태는 현재와 같이 아래한글, 넥셀, 슬라이드 등 여러 개의 프로그램으로 나누어진 오피스의 형태를 의미한다. 패키지 형태로는 어느 정도 이상적인 모델이다. 고객은 프로그램을 깔면서 다양한 프로그램 아이콘에 포만감을 느낄 수 있고, 전문성 있는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제공하는 것으로 제조사는 광고할 수 있다.


2. 단일 프로그램 형태는 단순한 UI를 통해 원하는 결과물을 쉽게 얻고자 하는 소비층(복잡함을 싫어하는)이 증가하는 것에 맞추어 지양할 태도이다. 또한 휴대성을 강조하는 작은 디스플레이 화면에 대비해 조작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모든 프로그램을 하나의 브라우저 안에 복합시키는 것이다. 즉, 해당 프로그램은 동일한 UI와 사용법을 가지며, 브라우저의 특정 영역을 클릭함으로서 하나의 브라우저에서 한글, 넥셀, 슬라이드 등을 번갈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UI에 대한 상당한 연구와 조작의 편리성, 공통된 사용법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초기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인스톨 시 혼합 패키지 형태와 단일 프로그램 형태의 인스톨이 가능하게 옵션을 제공하는 것도 접근성을 좋게 만드는 방법이 될 것이다.


3. 단일 프로그램과 서버 연동 프로그램 형태는 온라인과 융화하기 위해 가는 첫 번째 단계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클라이언트 기반의 프로그램이 기존과 같이 존재한다. 이 프로그램의 특정 기능 또는 주요 정보는 인터넷에 연결될 때만 사용 가능하다. 또한 해당 결과물을 내려 받거나 해당 결과물을 내면 바로 서버로 저장되는 형태다. 결론적으로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은 그 스스로 독립적으로 움직이거나 인터넷과 연결되어 서버와 접속이 될 때만 움직이는 등의 프로세서를 가지는 형태라 할 수 있다. 인터넷 관련된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채택하고 있는 형태다. 이런 프로그램은 특정 서버에 의존해야 함으로 이 부분이 장애 요인이면서도 마케팅 포인트가 될 것이다.


4. 서버 기반 프로그램은 더 이상 클라이언트의 도움 없이 완전하게 온라인상으로만 모든 프로그램이 구현되는 형태가 될 것이다. 이때의 기준은 클라이언트 기반의 프로그램과 동일한 성능과 결과물을 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전에 여러 가지 포석을 통한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변신을 위한 오피스의 발전적 해체, 그리고 재 결집

오피스의 대변신은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에는 발전적 해제를 통한 재 결집이 필요하다. 현재 각자의 개성을 가지고 제각기 발전해 온 아래한글, 넥셀, 슬라이드의 구조는 태생이 다른 만큼 추후 개발을 위한 방향에서도 동일 자원, 동일 아이디어를 각 프로그램에 적용해 빠르게 대응하는 체제 구축과 개발 인력 수급에 많은 난점을 가지고 있다. 이에 각 프로그램의 개성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동일한 자원과 아이디어가 순식간에 공유 가능한 체제로 변신할 수 있게 기능의 가치를 높이고, 프로그램 간 호환성을 최대로 보장할 수 있는 변신을 발전적 해체라 붙여 보았다. 이 발전적 해체를 위한 중요 기준은 개방성 지향, 폭넓은 DB 구조 수용을 중심으로 내용을 살펴볼 것이다.


개방성 지향이란 다양한 환경에 적응한다는 의미이다. 어떤 환경에 있든 다양하게 적응하는 카밀레온과 같은 모습을 갖자는 것이다. 그러나 개방적 지향성은 언어적 의미와는 다른 이중성을 내포하고 있다. 다양성은 외적 움직임일 뿐이고, 내부적으로는 엄격한 통제를 통해 개방적이되 원하는 동일한 결과를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카밀레온의 피부 변화가 피부 속 혈액의 순환과 온도의 변화를 통해 엄격히 통제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를 위해서 이전 HWPML과 같은 방식의 ML(Markup Language) 규격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한컴 독자적인 규격이어도 되고, HTML이나 XML을 차용해도 좋다. 또는 모든 컴퓨팅 환경에 적용 가능한 dll 형식도 가능할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여기서는 그 대표격으로 ML을 지칭할 것이다. 이 규격은 현재의 아래한글, 엑셀, 슬라이드의 기능적 요소를 모두 포함해야 한다. 즉, 이 규격 안에는 문자의 처리, 문자의 집합인 문단의 처리, 문자와 문단의 특수처리, 표 관련 처리, 그림 및 그리기 개체에 대한 처리, 개체의 이동, 함수 적용 등과 같이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기능들에 대한 정의가 포함되어야 한다. 이러한 규격은 버전별도 꾸준히 가꾸어 나가면서 한컴 모든 제품 개발의 가장 중요한 밑바닥 자원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 자원은 오피스가 처리해 내는 중요 결과들을 표현하는 정의가 될 수 있다. 결과를 표현하기 위해 처리하는 프로세서인 프로그램은 아래한글, 넥셀, 슬라이드라 불리는 편집기 또는 브라우저가 될 수 있다. 이런 방법을 통해 아래한글, 엑셀, 슬라이드 등을 제작하면, 각 프로그램의 코딩 방식은 다르더라도 결과를 표현하는 방법은 동일한 규격에 의해야 함으로 이를 통해 기능을 통합하고 자연스러운 호환성을 유지하게 하자는 것이다. 이럴 경우 아래한글, 엑셀, 슬라이드와 방향은 다르지만 ML의 규격을 따르는 온라인 게시판 글쓰기 도구라는 편집기를 만들어 배포할 경우 한컴오피스의 중요 결과물들이 약간의 후처리만으로 인터넷 게시판에서 자연스럽게 표현될 수 있는 개연성이 높아지게 된다. 이는 근본적으로 아래한글로 대변되는 한컴오피스의 포맷을 자연스럽게 인터넷을 통해 공유하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인터넷 전반에 한글오피스가 뿌리내려 시장 점유율을 높이게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보면 ML의 규격만 준수한다면 편집기 또는 브라우저를 어떻게 만들든 결과물을 나타내는 형식을 공유함으로써 엄격한 규칙은 있지만 오피스 간 또는 모든 플랫폼 간의 개방성을 지향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폭넓은 DB 구조 수용이란 기업 시장에 적응력을 높이고, ML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전략의 한 방향으로 제안한 것이다. 기업 시장의 다양한 가치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DB와도 연관되어 있다. 이를 위해 ML의 구조 안에 폭넓은 DB 구조 포함할 수 있는 규칙을 가지자는 것이다. 일차적으로 한글과컴퓨터가 원하는 표준적인 DB 구조를 하나 가지고 있고, 그 외에는 예외 처리가 가능한 독립되고 복합적이며, 다양한 서버에 적용되는 DB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정의를 통해 오피스의 사용 용도를 넓혀가자는 의미이다. 이 모두가 당연한 말이지만 특히 별도의 항목으로 강조하는 것은 이 부분이 기업 시장, 온라인 시장에서의 유연성을 확보하는데 중요한 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발전적 해체를 통한 오피스의 기능 강화

기준이 되는 ML을 중심으로 발전적 해체를 통해 새롭게 구성되는 오피스는 다음과 같은 모습이 될 것 같다.


아래한글 발전적 해체의 가장 중요한 기반은 아래한글이다. 아래한글의 기능은 모든 오피스의 기본적인 기능을 제공하는 중심이 되어야 한다. 그 이유는 오피스란 결국 문서의 연결 선상에 있는 것이고 그 표현이 문자를 기본으로 이루어지 때문에 오피스 중 문자를 가장 잘 다루는 아래한글의 기능이 중심에 서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ML의 규칙을 준수한 아래한글의 주요 기능을 구역화하여 다른 프로그램이 이를 공유하도록 제공할 수 있는 표준적인 방안을 개발 시 고려하면 다른 오피스 프로그램은 손쉽게 이 기능을 받아들여 구현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이를 이용해 보편화된 문서 편집 기능을 사용할 때 그 기반이 아래한글이 되도록 하여 시장의 표준으로 확고히 자리 잡게 만드는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인터넷 각 게시판과 포털들의 글쓰기 도구로 아래한글의 글쓰기 도구가 자리 잡게 만드는 전략은 시장의 기반을 다진다는 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ML의 기본 규격에 해당 내용이 포함되어야 함은 물론 이렇게 제공하는 글쓰기 도구 시장에 대해 무상 제공 부분과 비용 발생 부분을 정교하게 구분하여 수익의 차원에서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


넥셀 넥셀을 위시한 스프레드시트는 많은 기업에서 주로 애용하고 있지만, 업무 전산화와 더불어 점점 힘을 잃어가는 추세이다. 그 힘을 빼는 가장 큰 적은 ERP라 할 수 있다. 요즘 스프레드시트는 오히려 표 작성과 관련되는 문서 또는 제안서나 조직도 등을 만드는데 더 많이 쓰이는 편이다. 현재 넥셀이 나아갈 바는 엑셀의 기능을 충분히 따라잡고, 안정화하는 것이다. 발전적 해체를 통해 넥셀이 자리를 잡는다면, 편집기로서 아래한글의 풍부한 기능을 함께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경쟁력이 있을 것이다. 그 외에 고려해 볼만 한 것은 역설적으로 ERP 기능의 추가이다. 독립된 서버를 구축해야 하는 ERP와의 연동은 넥셀이 온라인에서 정착하는데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 초기에는 서버 구축이 어려운 기업들을 위해 한글과컴퓨터가 보안 인증한 넬셀 서버를 운영하거나 한컴 아웃룩 개발 시 메일을 이용한 ERP 데이터 공유 방식을 고려해 볼 수도 있다. 포탈들과 연계한 서비스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DB의 분화와 연동 부분을 고려해야 하고, 표준적인 ERP를 구성하되 기업 환경에 맞게 해당 ERP가 조직되어야 함으로 정교한 수정 기능이 용의하도록 개발해야 한다. 그 외에 더 강력한 XML과의 연동이나 VBA 기능 지원 등도 추후 넥셀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이 될 것이다.


슬라이드 슬라이드 역시 넥셀과 마찬가지로 파워포인트의 기능 흡수와 호환성에 매진해야 하나 발전적 해체 후에는 아래한글과 넥셀의 기능을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음으로 슬라이드를 작성하는데 좀 더 디테일한 표현이 가능할 것이다. 이를 통해 슬라이드를 단순한 제안서 형태에서 매우 복합적인 디자인 역시 표현을 할 수 있는 도구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가령 10쪽 미만의 잡지 스타일의 편집물을 만들어 내는 과정은 슬라이드의 기본 기능으로도 가능하다. 현재 이런 능력이 보이지 않는 것은 기능상의 문제라기보다는 파워포인트의 UI를 따름으로서 생기는 오류이다. 몇 가지 UI 스킨을 이용해 정교한 디자인도 가능한 도구로 변화를 줄 수 있다면 슬라이드는 큰 공을 들이지 않고도 막강한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정교한 색상 팔레트를 제공해야 하고, 개체들을 정교하게 배치할 수 있는 가이드 기능도 들여와야 한다. 또한 이런 기능을 바탕으로 웹 페이지 저작도구의 기능을 함께 제공할 수 있으면 더 좋다. 다른 모든 프로그램이 웹 페이지로의 변환에 신경을 써야 하나 슬라이드는 그 내용적 특성이 무언가를 꾸미고 정리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이를 극대화할 때 슬라이드 본연의 기능인 프레젠테이션 역시 강화될 것이다.



긴 글 읽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도움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드립니다.



2005년 9월 문호리에서 윤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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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오름, xdg]


2000년 9월에 그래픽디자인지에 실린 "문화로서의 디자인 추구 601비상"이란 글이다.

당시 나는 코렐드로우로 500페이지가 넘는 국배판의 풀컬러 책을 디자인해 출간케 한 일이 있었다. 처음부터 디자인을 할 의도는 없었고, 필자의 원고가 좋길래 시안을 잡을 겸 시작한 것이 끝을 보고 만 셈이었다. 코렐드로우는 지금도 브로슈어를 만드는데 많이 쓰일 만큼 그 능력이 뛰어나다. 하지만 페이지가 많은 책은 영 젬병이다. 브로슈어라는 것이 대부분 20쪽 이하인 경우가 많다는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걸 코렐드로우로 끝을 냈으니 그쪽 분야의 한다하는 사람들의 시선이 모아졌을 법하다. 하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그 책은 실패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출판사가 처음 나와 미팅을 하면서 사용하기로 예정했던 종이를 작업이 끝난 다음에서야 갑자기 바꾸었고 그 때문에 책을 들여다보면 내가 원했던 색감이 도무지 살아나지 못했다. 하지만 그 책은 메뉴얼 북이었으면서도 제법 세간에 회자되었는데 오늘날로 치면 인디자인이나 쿽으로 책을 만든 것이 아니라 일러스트레이터로 만든 책이었기 때문이다. 당시로서는 디자인적으로도 제법 볼만한 요소들이 많았던 탓도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래픽디자인 툴로 만든 책이니 요소들을 만드는 데는 오히려 더 자유롭기도 했다.

그 소문 때문인지 여기저기서 작업 요청도 들어오고 디자인지들에서 글을 써 달라는 요청도 들어왔다. 컴퓨터그래픽지의 이미영 편집장으로부터 디자인사무소 탐방기사를 쓰는데 한편을 맡아달라는 요청까지 받았다. 아래의 글은 대략 이런 상황에서 나온 글이다.

하지만 나로서는 멋진 만남의 하나였으니 재미있는 제안이었던 셈이다. 요즘도 디자인계의 로망이라고 불리는 601비상의 수뇌들과의 즐거운 회동이었고 여러가지 생각을 할 기회였다. 벌써 8년 전의 일이다. 601비상에서는 해마다 내게 자신들의 캘린더를 보내주고는 하였는데 양평으로 거처를 옮겼다 다시 홍대로 거처를 옮긴 뒤로는 내왕이 없게 된 것은 아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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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에 떠도는 모든 것들을 점과 선, 면의 형태로 표현하고 싶다. 표현을 통해 남들과 교류하고 싶고 나 자신의 능력을 테스트해 보고 싶다. 이런 생각을 가진 디자이너를 꿈꾸는 모든 이에게 여기 몇 가지의 길을 제시하려 한다. 우리나라에 너무나도 많이 생겨난 디자인 관련 회사 중 나에게 맞고 내가 일하고픈 회사는 어떠한 곳일까? 나름대로 각 분야에서 독자적인 위치를 만들어나가며 많은 사람들이 일하고 싶어하는 업체 5곳을 선정하여 방문해 보았다. 그리고 그곳의 일들과 사람, 회사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대화에 독자들도 함께 동참하여 디자이너로서의 첫 발을 계획하기 바란다.


1998년 2월 28일 601비상 설립
도야마 국제 포스터 트리엔날레, 부르노 국제 그라픽비엔날레(1998, 2000)
덴마크 단스크 플라켓 박물관 국제 포스터 콜렉션 영구소장
Grafist '98 (터키)- 한국 포스터전 초대출품
스위스 Graphis Poster Annual '98, '99 작품 수록
부르노 국제 그라픽비엔날레 2000선정
트르나바 포스터 트리엔날레 2000선정
제34회 대한민국 산업디자인전 KIDP 원장상 수상
제35회 대한민국 산업디자인전 대통령상 수상
작품에 손대시오-저공비행전/ 생활속의 미술-2000 캘린더 디자인전
새즈믄해 천년하장 특별전
우리는 가족이다, 601아트북, 캘린더는 문화다, 표정에세이, 내 삶의 쉼표 출간


사족 : 이 부분은 내가 쓴 글이 아니라 잡지사에서 첨언한 것이다.


필자가 601비상에 관해 알기 시작한 것을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어느 모임에서나 거나해질 시간이 되면 떨어져 가는 안주거리 대신 이런 저런 잡담이 오가기 마련인데 그 중 하나로 디자인에 대한 격론이 오가던 중 비교적 좋은 평을 듣고 있던 그들을 대하게 되었고 한 디자이너는 자신과 함께 근무하는 어떤 디자이너는 “601비상과 연만 닿는다면 월급의 반을 깍고서라도 갈 의향이 있다고 하더라”는 말을 들으며 601비상이라는 이름이 묘하게 가슴에 새겨져 있다. 하지만 바쁜 일상에 묻히다 보면 그런 것들은 쉽게 잊혀지기 마련인데 금번에 진행하는 몇몇 프로젝트에 프린트물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601비상이라는 이름을 몇 차례 더 얻어들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노력하는', '자기만의 색깔이 있는', '신선한', '수상 경력이 많은' 디자인 회사라는 것이 내가 들은 그들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그 덕에 601비상에서 발행한 '캘린더는 문화다'라는 책을 보게 되었는데 그 책을 통해 601비상이 참 많은 생각과 노력을 기울이는 독특한 디자인 회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같은 홍대 근처에 사무실이 위치한다는 이유(필자의 생각에는)로 그래픽디자인지의 이미영 편집장으로부터 취재 한 번 해볼 생각이 없냐는 꼬심(?)까지 받았다. 너무 바쁜 주간이라 쉽게 거절할 수도 있었는데 마음이 흔들렸던 것은 어찌 보면 601비상과 조우할 인연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2층 양옥집 601비상

무더운 날 찾아간 601비상은 홍대 근처의 2층 양옥집을 사무실로 개조해 쓰고 있었다. 위 편에 601이라는 큰 글자가 선명한 대문을 지나면 큰 마당과 미끄럼틀이 나타나는 풍경은 여느 디자인 사무실과는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내부로 들어서면 깔끔한 인테리어와 작업 공간들이 시원하게 들어온다. 인터뷰를 오기 전 읽은 몇몇 자료에서 이 곳 사무실 인테리어가 편안하고 효율적인 면이 돋보인다 하여 여러 차례 인테리어 잡지에 실리기도 했다는 기사가 머리를 스쳐갔는데 허언은 아닌 모양이다. 혹자들은 이런 외적 환경을 보고 이런 곳이라면 디자인에 대한 아이디어가 저절로 생기지 않겠냐고 했는데 그 말에 절반쯤은 동의할 수 있을 법도 했다. 1층과 2층은 모두 작업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601비상의 박금준 대표는 이미 여러 자료에서 본 터라 처음 만남인데도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박금준 실장은 회사에 대한 인터뷰이니 회사의 실질적인 중추들과 이야기 하는 것이 좋겠다며 정종인 부장과 김한 차장을 내세우고는 슬쩍 자리를 피한다. 자칫하면 그가 했던 이전의 인터뷰나 소개 글의 재탕이 되면 어쩌나 하는 고민을 하던 차였는데 필자에게는 좋은 기회인 듯 싶었다. 정종인 부장과 김한 차장은 601비상을 설립한 공동 멤버로 박금준 실장과 더불어 아트 디렉터의 역할을 하고 있다. 참으로 이상한 것은 내가 만나본 많은 사람들 중 강렬한 에너지를 방출하는 사람들은 에너지를 방출할 시간이 아니면 평소에는 왠지 어눌하고 조용하기까지 한데 박금준 실장, 정종인 부장, 김한 차장 이들 세 사람 역시 첫 눈에 그런 타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601비상이란?

601비상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601이라는 숫자는 어떠한 의미가 있는 숫자인 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그래서 가장 처음 물어본 질문도 바로 601에 대한 의미 해석이었다. '601'이란 박금준, 정종인, 김한 이 세 사람이 도원결의를 하듯 '무언가 새롭고 신선한 디자인 회사를 만들어 보자'라고 결심한 6월 1일이라는 날짜를 의미한다. 그리고 '비상'이란 날아오른다는 뜻으로 바로 새롭고 신선한 또는 그들의 표현을 빌면 '젊고 강한 디자인을 추구하는' 사상적인 함축어가 된다. 601은 그들이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았건 사람들에게 궁금증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비상은 단어가 가지는 다의적 의미 때문에 이후로 여러 가지 의미를 부여하면서 그들이 추구하는 색깔과 신선함을 들어내는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이런 이유로 비상이라는 의미는 '비상(飛上)을 하다'라는 의미 외에도 '매너리즘(mannerism)에 빠진 디자인계에 비상(非常)을 걸자', '디자인계의 비상구가 되자', '평범하지 않은 일상(非常)을 보내는 사람들' 등의 다양한 의미를 양산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이 만들어 내는 의미의 양산이 소위 '꼴값'으로 치부되지 않고 그들을 나타내는 적절한 의미인 것처럼 사람들 입에 회자되는 것은 아마도 이들이 처음 먹은 결심을 굳건히 지켜 상업주의에 변색되지 않고 자신의 색깔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일 것이고 그들의 결과물에 배인 높은 크리에이티브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박수를 보내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하나의 이름이 남겨지고 그 이름이 많은 해석을 낳을 수 있는 것은 결국 '잘 살아남은 자'들에게나 주어지는 특권이기 때문이다.


601비상의 인적 구성과 조직

601비상의 디자이너는 7명에서 시작하여 현재 13명이 일하고 있으며 조직의 구성은 크리에이티브 1팀, 2팀, 3팀으로 나누어져 있다. 각 팀은 작업을 위한 엄격한 구분이라기 보다는 관리를 위한 조직으로 일의 성격에 따라 팀과 관계없이 이합 집산되는 특징을 가진다. 아직은 작은 조직이기 때문에 조직에 관해서는 매우 유연한 편이다. 또한 특이한 점은 사내의 컴퓨터를 모두 랜으로 묶어 의사소통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고 이 점에 대해서는 모두 만족한다고 한다. 이런 풍경은 프린트물을 위주로 디자인하는 디자인 회사로서는 매우 이채로운 관경이다. 주로 프린트물을 다루는 디자인 회사들은 작업을 위한 프로그램 외에는 될수록 기계와 친하지 않으려고 노력(어쩌면 두려움 때문에)하는 모습을 익히 보아왔기 때문이다.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주로 e-mail을 도구로 사용하는데 이는 현재 프린트물 위주의 디자인에서 웹디자인으로 영역을 확대하기 위한 준비 정도로 생각해 달라고.


신입사원은 어떻게 뽑나요?

601비상에는 신입 사원을 수시로 채용한다. 601비상의 명성을 듣고 직접 포트폴리오를 들고 찾아오는 이들이 요즘도 간간이 있다고 한다. 마음이 있는 독자들은 한 번쯤 연락을 해보는 것도 하나의 도전이 될 것이다. 채용의 기준은 당연히 디자인 마인드가 있어야 하고, 자기 개발 능력에 능숙하고 자신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도 있어야 한다. 또 회사의 비전과 개인의 비전이 맞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디나 마찬가지지만 같은 직원들과 화합할 수 있는 인간성도 중요하다. 그 외에도 일이 많아서 밤새는 일이 많으니 체력도 좋아야 한다는 농담도 잊지 않는다. 채용시에는 학교나 학벌은 따지지 않으며 능력 위주로 사람을 뽑는다. 신입의 경우 3개월의 수습 기간이 있는데 만일 입사를 위해 포트폴리오를 만든다면 다른 여러 디자인보다는 타이포그래피와 편집 능력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좀더 유리할 것이다.


601비상의 작업 방식

601비상은 경쟁 PT는 참여하지 않는다. IMF 이후로 치열해진 경쟁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크리에이티브 보다는 물량이나 금액에 디자인이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현재의 클라이언트에게 좀더 충실한 크리에이티브를 내주는 것이 장기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그러면 새로운 클라이언트는 어떻게 얻는가'라는 질문에는 '크리에이티브에 목숨을 거는 만큼 클라이언트들이 스스로 찾아온다'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하나의 작업을 완성하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그들이 노력이 가격과 인맥에 의존하는 디자인 시장에 오히려 신선함과 품질에 대한 보증으로 이어져 신용을 쌓게 한 것 같다. 또 클라이언트와의 관계에서도 클라이언트를 충분히 존중하고 클라이언트가 요구하지 않아도 선택할 수 있는 안들을 직접 제시하여 일하는 과정에서의 서비스에 충실하려고 노력한다. 그 과정을 통해 최종적인 결과물에 대해서는 충분한 크리에이티브를 내주는 방식의 힘겨운 노력 역시 마다하지 않는다. 그것은 601비상이라는 이름에 대한 그들 자신의 자부심 때문일 것이다.


601비상의 미래

601비상은 오늘을 미래삼아 현재의 일에 먼저 충실하고자 하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달려나갈 목표를 정하지 못하고 안주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현재 601비상에서 진행하는 일련의 일들은 그것을 잘 보여준다.
앞서 잠깐 언급한 웹디자인으로의 영역 확대를 꾀하고 있는 것도 그 일환의 하나이다. 현재 웹디자인은 기능성만을 강조하여 디자인적인 크리에이티브가 떨어지는 것같다는 불만을 제기한다. 속도 문제가 해결되면 601비상이 가지고 있는 크리에이티브를 웹에서도 발휘하고 싶어 서서히 준비 중이라고 한다. 또 하나는 브랜드 개발이다. 브랜드 개발은 디자인을 하나의 문화로 생성해 내고 싶은 욕심내지는 사명감으로 시작한 사업이다. 그러나 자체 브랜드를 가지지 못한 디자인 회사는 앞으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는 미래에 대한 예측 때문에 시작한 일면이 크다. 현재 언론에 큰 주목을 받았던 몇 권의 책과 포트폴리오 백 등을 내놓았다. 그 외에도 대기업으로부터의 투자 제의를 받고 있으며 여러 가지 사업을 구상중이라고 한다. 앞으로 더욱 더 힘찬 크리에이티브로의 행보를 기대해 본다.



디자이너와의 인터뷰/ 정종인 부장, 김한 차장


601비상의 전체적인 작업 진행 과정에 대해서 말해달라.

작업의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클라이언트를 대상으로 한 작업 프로세스에 대해 말하자면, 먼저 클라이언트가 우리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클라이언트로부터 오리엔테이션을 받는다. 오리엔테이션에 다녀온 디자이너가 '컨택 리포트'를 작성해 올리면 그것을 바탕으로 '메인 디자이너'를 결정하고 해당 디자이너는 '어프로치 시트'를 만든다. 이것을 가지고 프로젝트 미팅을 가지고 표현, 접근법 등을 결정한 후 시안 작업에 들어간다. 그 다음부터는 여러 차례에 걸친 프로젝트 미팅을 통해 해당 디자인을 계속 다듬거나 변경하는 작업을 진행하는데 누구도 지지 않으려 하고 지속적으로 크리에이티브를 요구받게 되므로 이때가 가장 치열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디자인 기한이 잡힌 상태이기 때문에 일정한 시간이 되면 어느 선에서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취할지를 결정해야 하는데 그것이 모두에게는 가장 힘든 순간이다. 그 후 클라이언트에게 피드백하는 과정을 거치고 최종 마무리하여 완성을 하는 순서로 작업이 이루어진다.


만일 작업시간이 촉박하다면 어떻게 하는지?

기본적으로 우리는 전력을 다해도 할 수 없는 일은 맡지 않는다. 충분한 크리에이티브를 낼 수 없는 상황이라면 우리와 클라이언트 모두를 위해서 작업을 맡지 않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매우 만족한 결과를 냈는데도 클라이언트 쪽에서 별로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 어떻게 대처하는지?

작업을 의뢰하는 클라이언트의 의사를 존중해 주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이 가진 생각을 표현해내는 전문가 집단이며 표현은 결국 우리의 몫이다. 대부분의 클라이언트들은 우리를 믿고 표현의 방법이나 형식에 대해 자유롭게 맡겨주는 편이다. 그러나 어떤 클라이언트들은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사전에 제시하기도 한다. 그런 경우 클라이언트의 안과 우리의 안을 가져가 동시에 보여준다. 그러면 대부분 우리의 안에 대해 더 만족해 한다. 어차피 사람의 일이니 순리대로 풀어 나가야 한다.


집단적으로 아이디어를 낼 때 중요한 점은 무엇인지?

우리는 작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될수록이면 많은 아이디어를 내도록 독려하고 있다. 많은 아이디어들이 나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취사선택이다. 해당 작업에 무엇이 가장 적절한가를 판별해 내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다. 이 때 기준으로 삼는 것이 "누가, 왜 이것을"이라는 명제이다. 이 명제를 가지고 고민을 하다보면 좋은 답이 나올 때가 많다.


직원들의 자기 개발을 위해서 회사에서는 어떤 지원을 하는가?

가장 중요한 지원은 자료실이다. 601비상의 자료실은 홍대 자료실보다 더 많은 관련 자료를 가지고 있다고 자부한다. 디자이너에게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자신을 독려할 수 있게 만드는 일은 다른 이들이 어떤 새로움과 어떤 감각으로 디자인하는지를 보면서 언제나 새로움과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열망을 갖게 하는 것이다. 또한 직원 개인이 참가하는 공모전을 회사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고 있으며 디자인 전시회는 빠지지 않고 가는 편이다. 그리고 권위있는 교육기관에서 하는 교육의 이수 기회 등도 주고 있다.


601비상에서 일하는 것이 자랑스러웠을 때는?

생긴지 불과 2년정도 밖에 되지 않았지만 높은 지명도와 괜찮은 크리에이티브를 만들어내는 곳이라는 칭찬을 들었을 때, 작업물이 의도한 대로 좋은 성과를 거둘 때, 그리고 여러 가지 디자인 관련 상을 수상했을 때 등이다. 특히 601비상의 크리에이티브 때문에 물어 물어 찾아온 클라이언트를 만날 때나, 90% 이상의 회신율을 보인 SK이리듐 DM 제작, 청와대에서 최초로 열렸던 대한민국디자인경영대상 등을 진행했을 때는 정말 기쁨이 컸다.


일을 하면서 가장 힘든 때는 언제인가?

역시 크리에이티브를 내는 일이다. 이는 회사가 설립되고 나서 이제까지 한시도 잊지 않았던 번뇌이고, 집착이기도 하다. 모든 작업에서 새로운 크리에이티브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압박감은 언제나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그러나 601비상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젊고 강한 디자인에 대한 우리의 이념을 이루려면 필연적으로 넘어야 하는 산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또 하나는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개발해야 한다는 압박감이다.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개발하지 않으면 원하는 크리에이티브를 낼 수 없다.


힘들게 일했던 작업을 소개한다면?

오픈타이드 브로슈어와 대한민국디자인 경영대상이다. 오픈타이드는 앞서 말한 경우처럼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아 잠을 줄여가며 작업을 했는데 몹시 힘들었다. 대한민국 경영대상 역시 시간이 많지 않았을 뿐 아니라 청와대에서 열리는 첫 번째 디자인 축제였기 때문에 사명감으로 일을 해야 했다. 그러나 그 덕분인지 다행스럽게도 높은 완성도를 인정받을 수 있었던 프로젝트였다.


601비상은 캘린더 디자인으로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데 그 비결은?

사실 캘린더는 우리가 하는 작업 중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601비상은 문화로서의 디자인을 추구하는 면이 있다. 우리가 만드는 캘린더에는 그런 정신과 젊고 강한 디자인을 추구하는 우리의 크리에이티브가 결합되기 때문에 많은 호응을 얻는 것 같다. 또 캘린더라는 것이 대중과 매우 가깝게 호흡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우리가 만든 캘린더가 얼마 되지 않음에도 601비상과 캘린더를 연계해 생각하는 것 같다. 단지 우리는 문화로서의 디자인을 생각하기 때문에 캘린더를 많이 만드는 디자인 회사가 아니라 캘린더를 연구하는 디자인 회사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현재 601비상에서 진행하는 작업은 무엇인가?

601비상에서는 '601비상'이라는 브랜드를 개발하여 도서 출판과 캐릭터 등 여러 가지 사업을 다각도로 전개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삼성전자 해외 홍보 채용 브로슈어, 오픈타이드 영문 브로슈어, 한국통신 캘린더, 오리온 캘린더, ICM-World Cyber Game Challenge(WCGC) 관련 제작물, N finix CI작업, 법무법인 한강 브로슈어 등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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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오름, xdg]


셀프북 인터뷰

언젠가 산에 다니는 내 선배는 결혼 전 아내를 처음 소개하자 아내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자기 팔을 하나 잘라주어도 아깝지 않은 후배라고. 그러니 믿어도 좋을 그런 녀석이라고.’

선배는 정말 나를 아꼈고 나 또한 그 선배를 좋아했고 무척 따랐다. 꽤 긴 세월 동안 산을 함께 다니며 한 자일 끝에 연결되어 삶을 나누었으니 무엇을 나누어도 좋을 그런 상대였다. 자일 파트너인 내 친구와 산악회를 제외한다면 산을 다니며 내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지금은 비록 타국의 하늘 아래 있지만 그리워하는 마음은 여전하다.

내게 그런 후배가 있다면 아마도 열 손가락 안에 드는 하나가 단연 소순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윈도우NT 쪽에서는 촉망받는 저자이기도 했고, 한글과컴퓨터 재직 시절 내 후배이기도 했다. 세간에는 윈스라는 필명으로 더 많이 알려진 인물이다.

내가 순식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 성격이 화통하고 무엇이든 꾸밈이 없는 데 있다. 어떤 일이건 주눅 들지 않고 성취하려는 강한 욕망을 감추지 않는 것은 그의 강점이다. 다만 대상에 대한 비판적인 의식이 자주 들어나고 전체적인 조화를 부리는 면이 좀 약한데 이제 나이를 먹어가고 곧 아기 아빠가 될 사람이니 관록이 쌓였으리라. 오늘 우연히 메일을 정리하다 그에게 보낸 메일 중 하나를 찾았다. 2005년 4월 30일에 보낸 글인데 자신의 홈페이지인 셀프북에 인물 인터뷰를 실어야 겠다고 나를 조르고 조른 끝에 받아 간 글이다. 그래도 자신의 블러그에 게재할 만한 인물 중 하나로 나를 지목했으니 그 뜻이 가상하다. 대한민국 대표 인터넷 포털 중 하나인 N사에서 맹활약 중이다. 아래 글은 순식의 블러그인 셀프북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인터뷰 내용이 당시의 상황과 많이 달라졌지만 그때의 일이 기억나 미소가 걸린 김에 다시 옮긴다.



1. 성함과 간략히 하시는 일 20자 이내로 소개 부탁드립니다.

윤태근입니다. 현재 하는 일은 PDA 폰을 전문으로 만드는 싸이버뱅크에서 PDA폰 관련 기획 일을 하고 있습니다.


2. 요즘 스마트폰 제조 업계 동향은 어떻습니까? (피부로 느낄 수 있는 20자 이내 설명 부탁드립니다.)

“또 다시 기회가 왔다. 그러나 올해가 고비다. 잘해서 장수하자.”
비록 싸이버뱅크가 현재는 1위를 하고 있지만 대기업에 비하면 벤처기업에 불가하다. 관련 업계에서는 ‘올해가 마지막 기회다.’라는 위기감이 팽배한 상태. 이쪽 역시 시장이 대기업으로 재편되어 가는 양상이고 보면 작년까지는 LG와 싸워 업계 1위였으나 삼성과 LG가 점점 깊게 들어오는 현재는 장담하기가 힘들다. 아이리버와 같은 신화를 만들 것인지, 좌초할 것인지는 올해가 관건일 듯…….


3. 결혼하신지 이미 3년이 넘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내 자랑 부탁드립니다.

지난주가 3주년 결혼기념일이었다. 지난해까지는 여행을 갔는데, 올해는 우리 아기 “산”이가 강림하신지라 오랜만의 외식으로 조촐하게 기념했다. 그 자리에서 집사람에게 꽃다발을 선물하며 “함께 살아줘서 고맙다”고 했다. 결혼하고 나서 심정적으로 많이 안정된 것이 사실이다. 살아온 날이 아직은 짧다 할 수 있지만 스스로는 질풍노도와 같이 살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 가운데 유일한 안식처가 되어준 것은 어머니와 집사람일 것이다.

집사람의 자랑이라면 나에게는 이상적인 여자라는 점이다. 일 잘하고, 예쁘고, 싹싹하고, 남편 사랑하고, 애기 잘 키우고……. 농담 삼아 흔히 하는 그런 말들에 모두 해당한다. 하지만 나를 가장 기쁘게 하는 것은 삶을 바라보는 태도나 사상적인 지향점이 비슷한데서 오는 동질감이다. 그 때문에 의기투합이 잘 된다. 오래 고민하였지만, “양평”으로 집을 옮긴 것도 집사람의 흔쾌한 동의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다만 성격은 좀 다른데, 내가 느긋한 편이라면 집사람은 급한 편이다. 때때로 그것이 갈등의 요인이 되기도 하지만, 서로 간의 단점을 보안해 주는 역할도 한다.

집사람에 대한 자랑을 단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온라인상에서 집사람을 지칭하는 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쭈님”이라고 부르는데 주인님의 쎈 발음이라고나 할까. 스스로는 이 명칭을 존경의 표시로 사용하고 있다.


4. 쓰다만 소설작품의 수와 앞으로의 작품 계획은?

아직까지 “보물”을 다듬고 있다. 벌써 몇 년째 쓰고 있는데, 주력할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 중편으로 완결했다가 마음에 차지 않아 에피소드를 추가하다 보니 점점 장편이 되어가고 있다. 에피소드 하나를 더 추가하고 있는데, 이제까지 가벼웠던 전개가 점점 무게감이 생기고 있어 이를 이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아마도 그 때문에 “보물” 후속편으로는 현재 추가한 에피소드를 따로 떼어내 완결판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고민 중이다. 그 외에 만들어 놓은 작품 노트 중 작품으로 완결하고 싶은 것이 현재로서는 약 5편 정도 된다. 하지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그것이 늘 고민이다. 전업 작가로 나서기에는 아직 마득치 않은 부분이 있다.


5. 휴대폰 등의 새 제품을 손맛을 느껴보고 출시한다는 S전자 CEO의 말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마도 최종 제품을 받아보는 CEO라서 그런 것이 아닐까.

제품을 기획하고 제품이 출시될 때까지 개발 과정 전반에 관여하고 있고 결정을 내려야 하는 실무자이자 관리자로서의 현재의 자리는 늘 긴장의 연속이다.

가장 실망스러운 것은 개발을 진행하다 스펙 아웃을 시켜야 하는 경우다. 일정 때문이든, 관련 부품 업체가 대응을 못해 주는 것이 문제이든, 때로는 개발 역량에 비해 너무 미래적인 선택을 한 때문이든 원래의 기획 의도에서 멀어지는 스펙 아웃은 늘 가슴이 아프다. 그러나 제품 자체가 그것 때문에 세상에 나올 수 없다면 더 슬픈 일이기에 어느 선에서는 타협을 한다.

전체 로드맵을 쥐고 있는 입장에서는 손 맛 보다는 불안함이 더 많다. 현재 근무하는 회사는 최첨단의 제품을 주로 만든다. 엔지니어 출신의 CEO를 모시고 있는 덕분으로 세계 최초의 WinCE를 채택한 PDA 폰 출시를 기화로 세계 최초의 무선랜 탑재 네스팟스윙 폰을 낸 바 있고, 세계 최초의 DMB PDA 폰 출시를 앞두고 있다.

최초라는 의미는 최고 기술의 타이틀이 될 수는 있어도 기술적 무결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에 새 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적어도 나에게는 희열과 불안이 교차하는 외줄타기를 하는 셈이다.


6. 어떤 디바이스가 되었건 처음 집으면 가장 먼저 무엇을 보십니까?

역시 디자인이다.

제품을 만드는 입장에 있다 보니 디자인이 기능에 미치는 영향과 기능 향상에 대한 디자인 요소에 관심이 많다. 이른바 “멋진 디자인”이라 할 수 있다. 현재 근무하는 회사에서 미래를 대비해 투자해야 할 부분의 첫째를 꼽으라면 역시 디자인이라고 늘 생각한다.

얼마 전 L사에서 나온 경쟁 제품의 샘플을 본 적이 있다. 평소 생각해 왔던 디자인 요소들이 잘 가미된 “멋진 디자인”이었다. 그 디자인은 어느 정도 극단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어 아마도 채택 과정에서 큰 논란이 있었을 것이다. 디자인의 발전을 위해서는 수요 계층보다 개발 및 적용 계층의 열린 눈이 더 중요하다. 그래야 제품이 세상에 빛을 보니까. 그런 고민을 볼 수 있는 디자인이었다. 향후 그 제품이 히트한다면, 단순한 컨셉 제품에서 끝나지 않고, 우리나라 폰 디자인 역사를 몇 년은 앞당겨 갈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그 제품이 경쟁 제품이었기에 그날 밤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런 과감함은 오히려 벤처기업에서 시도되어야 마땅하기 때문인데 상항은 늘 그렇지 못하다.

때로는 벤처기업이 더 보수적이며 모험을 싫어하기도 한다.


7. 존경하는 분과 그 이유는?

공병우 박사님.

나의 관점에서는 그 분은 삶이 풍족하셨던 분이다. 따지고 보면 하고 싶은 일 다 하고 사신 분이셨고, 어려움도 그리 많이 겪은 분이 아니고, 게다가 존경까지 받으며 사신 분이며, 삶의 족적도 많이 남기셨다. 하지만 내가 그분을 존경하는 것은 삶에 대한 의지다. 자신이 믿는 것을 끝가지 주장할 수 있는 것, 확신을 가진 삶과 그것에 대한 투신을 존경한다.

내가 그분에 대해 보내는 존경은 그 분이 돌아가셨을 때 세벌식 자판과 그에 얽힌 이야기들로 잡지에 개제한 글이 있으니 그것을 읽어본 분이라면 그 의미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도 썼지만, 그분을 딱 한번 뵈었다. 그분이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 강연이었던 것 같다. 그때 보았던 90세의 노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은 살아온 삶에 대한 의지이며 투신의 반영이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당연히 세벌식 자판을 쓰고 있는데, 그분에 대한 존경이 지속하는 한 세벌식 자판을 쓰게 될 것이며, 그 우수성에 대한 전도사가 될 것이다.


8. 산을 오르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산쟁이로 잘 알려진 덕에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이다.

빚진 사람처럼 항상 마음속에는 산이 있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고 나니 산이 소원하다.

산을 오르는 이유는 거창하게 말하면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일도(一道)를 이루기 위함이라고 할 수 있다. 준비가 되어 있다면 산을 오르는 동안 육체는 점점 이완된다. 그리고 어느 순간 흠뻑 젖은 몸은 모든 것으로부터 해방되는 듯 한 시원함을 느끼게 된다.

그 과정은 집중의 과정이다. 몸이 고단하고 약간의 스릴을 즐길 수 있는 위험이 동반될수록 집중은 강해진다. 집중은 몸 안에 쌓여 있는 온갖 분심과 잡념을 정화한다. 정화되는 그것을 스트레스라고 말해도 좋고 삶의 때라고 말해도 좋다.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모든 것을 훨훨 털어 내고 산의 정기를 받아 하산을 하면 정신과 몸이 맑아짐을 느낀다. 산은 그 수단이며 대상이다. 그리고 그것이 산이기에 더 집중되는 것이다.

스스로 심취해 있으니 더 몰입하기 위해서는 자화자찬도 필요하고 개똥 철학도 필요한 법. 그 과정과 결과를 나는 도(道)라고 말하고 싶다. 도가 별건가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래도 도는 도(道)다. 스스로에게는 말이다. 또한 성취감, 빛나는 산의 풍경, 삶을 나눌 수 있는 산 친구와의 조우 등은 산이기에 언제나 따라오는 부수적인 것들이다. 인생이라는 긴 길에서 스스로가 정화되고 새롭게 마음을 다독이며 격려해주는 그 길이 산이기에 ‘오른다.’고 할 수 있다.


9. 이 세상에 산이 없고 평지만 존재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아마도 다른 대상을 찾을 것 같다. 바다라든가, 강이라든가, 그곳에서 집중을 극대화할 수 있는 약간의 위험을 즐기며 살고 있지 않을까? 산을 찾는 것이 일도(一道)를 이루기 위한 것이라면 산에서 얻게 되는 집중의 과정을 반복할 수 있는 또 다른 대상을 찾지 않을까 싶다.


10. 이 세상 모든 산을 등정한 뒤라면, 무얼 하시겠습니까?

그런 행운이 내게 찾아온다면 아들 “산”이와 함께 이제까지 오른 모든 산들을 다시 한 번 오르고 싶다. 물론 집사람도 함께…….

몇 해 전 설악산 공룡능선에 들어갔을 때 어린 두 아들과 함께 온 부부와 잠시 동안 같이 산행한 적이 있는데 참 부러웠다. 아무도 없는 산중에서 나와 집사람이 그간에 경험한 삶을 나누고 더불어 “산”이가 성장하며 새롭게 바라보는 인생을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긴 여행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왠지 가슴 벅찰 것 같은 생각이 든다.


11. 향후 3년간 계획이나 목표는 무엇입니까?

지금까지 약간의 오차는 있지만 ‘인생을 이렇게 살아야 겠다.’고 목표한 계획표에 거의 근접하며 살았다. 새해를 시작할 때쯤이면 늘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 생각하고, 목표를 점검하고 수정한다. 현재 개인적인 가장 큰 목표는 소설 “보물”을 완료하는 것이다. 그 외에 여러 계획이 있지만 발표하는 것은 좀 부적절하다.


12. 가장 좋아하는 인간형과 싫어하는 인간형은?

스스로도 양면의 날처럼 싫은 면과 좋은 면이 있다.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그와 유사하다. 좋은 면이 있으면 싫은 면도 있고, 싫은 면이 있으면 좋은 면도 있다. 하지만 사람에 대한 판단은 박노해 시인의 “사람만이 희망이다.”라는 말에 귀결되도록 노력한다. ‘모든 것은 사람이 하는 일이고 희망을 걸 것은 결국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항상 품고 있다.

모두 다 좋을 수 없듯, 모든 면이 싫은 것도 아니어서 될수록 섣불리 판단하지 않으려는 노력은 계속하는 편이다. 특별히 싫은 사람은 과불급한 사람이다. 너무 모자라거나 넘치면 함께 하기가 참 힘들다. 결국 ‘상식을 지키자’인데, 이것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를 빼면 대부분 좋아한다.


13. 셀프북에 왜 오십니까?

순식이가 항상 알림 쪽지를 날려주어서…….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


14. 책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가장 감명 깊게 읽으신 책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스스로는 독서를 많이 하는 편에 든다고 생각한다. 사상, 역사, 과학, 문학 류에 책을 좋아한다. 깊게 집중할 수 없는 요즘은 짧은 시간 안에 독파할 수 있는 가벼운 책 위주로 많이 읽는다.

책을 읽으면서 무릎을 탁 치며 “아!” 하고 감명을 받았던 책은 딱 3권이다. 한 권은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이고, 다른 한 권은 독일 여성이 쓴 “나는 나” 라는 책이고, 나머지 한 권은 “앤소니 드 멜로” 신부가 쓴 “일분 지혜”란 책이다. 세권 다 어느 한 대목에 이르러 전율하듯 몸을 떨었던 기억이 나는데 아마도 그 당시의 상황이나 성장의 단계에서 감동을 받을 준비가 되었을 때 그 문장, 그 언어가 가슴 속으로 들어오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항상 마음에 걸리는 책이 하나 있다면 “삼국지”다. 집에서 읽던 삼국지는 백과사전처럼 큰 양장 포장에 깨알 같은 글씨로 쓰여진 한 권짜리 책이었다. 내게는 아버님의 유품이었고 아버님은 일이 잘 안 풀릴 때면 늘 그 삼국지를 꺼내들고 읽으셨다. 그러면 마음이 풀리고 기분이 좋아지신다고 했다. 나도 그 책을 한동안 그렇게 읽었다. 큰 책을 펴 놓고 정신없이 읽다보면 일은 어떨지 몰라도 마음만은 언제나 스르르 풀렸다. 어느 날 아는 선배가 병원에 입원하여 삼국지를 읽고 싶다고 하여 빌려 주었는데 그만 잃어버려서 가슴이 찢어졌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헌 책방을 갈 때마다 똑같은 삼국지를 늘 찾는다. 하지만 아직까지 발견하지는 못했다.


15. 편집을 하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원고가 있었다면?

편집이라? 이 말은 용어상의 문제가 있다.

책과 관련해 주로 일했던 컴퓨터 관련 서적 쪽에서 말하는 편집자란 지면의 배열을 요구받는 디자이너의 역할이나 오퍼레이터의 역할을 의미한다. 컴퓨터 서적이 아닌 일반 출판 쪽에서 말하는 편집자는 책의 성격과 방향을 규정하고 책이 독자와 만날 수 있도록 세부적으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컨트롤하고 조정하는 리더인 커뮤니터를 의미한다. 용어상의 엇박자를 해결하기 위해 컴퓨터 출판 쪽에서는 디자이너 계열을 지칭하는 편집자 대신 편집자인 자신들을 가리켜 기획자라 부르는 것이 통례다. 용어상의 혼돈이라고 할까.

질문에서 의미하는 편집이 컴퓨터 출판 계열의 편집이어서 디자인과 연관된 것이라면 사실 내가 편집한 책은 얼마 되지 않는다. 한참 출판 일을 할 때 내 손때를 묻혀 출간한 책은 약 200여 종이 조금 넘지 않나 싶다. 컴퓨터 출판 쪽 개념으로 이야기하자면 대부분 기획자로서 참여한 것이고 직접 쓴 책도 약간 있고, 릴라이트를 한 것과 편집자로서 디자이너의 역할을 한 것도 있다. 전체 종수를 놓고 일반 출판의 관념으로 보면 편집자로서 책을 대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가장 흥미로웠던 원고는 물론 순식의 원고도 있었지만 윤원근씨의 원고이지 않나 싶다. 친동생이면서도 프라이드 강한 저자이고, 이미 독자층을 형성한 인지도에, 원고를 집필하는데 나름의 세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서 출간을 위한 설득이 참 싶지 않았다. 원고라는 것이 결국 필자의 생각과 경험과 사상을 전달하는 것이라면, 편집자는 그것을 받아 비용을 지불하는 독자가 원고를 기쁘고 즐겁게 소화할 수 있게 하는 교두보 역할의 연결자에 속한다. 그러니 편집자는 독자가 원하는 부분을 더 끌어내야 하고, 때때로는 독자가 돈을 더 지불해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 수 있는 요소를 가미해야 한다. 뜻을 이루기 위해서는 목차에서부터 문체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간섭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좀처럼 설득이 되지 않고 끝까지 자기 고집을 부리는 필자는 참 힘들다. 탄탄한 원고일수록 방향을 돌리는 것도 만만치 않다. 필자가 해당 분야의 전문 지식과 그 분야의 식견을 갖고 있는 자라면, 편집자는 독자와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에 대해 나름대로의 식견을 가진 전문가에 속한다. 그런 면에서 협상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스스로도 가장 힘겨운 상대가 아니었나 싶다. 다행인 것은 그런 치열함 속에서 나온 책들이 대부분 훌륭한 결과를 달성한 점은 위안이다.


16. 다음 인터뷰로 추천하고 싶은 분이 있으시다면?

윈스 - 자승자박도 좋다.


17. 셀프북에 오시는 좋은 님들께 하고 싶으신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순식의 마수에서 벋어나자. ^^

순식과의 좋은 인연이 삶에 대한 연대감을 이어가는 가교가 되었으면 좋겠고, 셀프북도 오래도록 즐겁게 운영해 기쁨 두 배 만들어 가는 일상의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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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오름, xdg]


Hello-PC 1996년 2월에 실린 글이다. 앞선 전편의 다음 작이라 할 수 있다.

주제가 무엇인지 지금에 와서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 다음 달 글을 쓸 준비를 하던 중에 갑자기 기자에게 연락이 와서 세벌식 활용 편을 써야겠다는 급한 전갈을 받았다. 반응이 뜨겁더라는 것이다. 그런데 활용법이 없어 독자들의 요청이 많다며 세벌식을 한 번 더 쓰자고 해 글의 방향을 바꾸었다.

1월호글은 지금 읽어도 크게 어색하지 않았는데 2월호의 글은 프로그램 활용이라 10년 넘은 참 오래된 글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캡처된 화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옛 냄새가 난다.



정신없이 바쁜 주간을 보내느라 세벌식에 대한 기사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뒤늦게 새로운 원고 청탁을 받고서야 자료실로 달려가 Hello-PC를 열고 활자로 된 기사를 읽어보았다. 많은 분들이 세벌식의 우수함을 자랑만 했지 실제로 세벌식을 익히는 방법과 이벌식에서 세벌식으로 바꾸는 방법을 제시하지 않아 그 방법을 궁금해 한다는 기자의 말을 들으면서 아차 싶었다. 공한체를 보며 가슴의 열정을 삭힐 수 없어 정신없이 쓴 글이라는 사실을 깨닫고서 감추었던 마음을 들킨 것 같아 부끄러움과 죄송함을 가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가슴만은 뿌듯하다. 아직도 많은 분들이 세벌식에 대한 동경과 사랑을 가지고 새로 시작하거나 바꾸어 보고 싶은 열정이 있다는 것을 웅변하는 것이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또 한편 가슴이 아프기도 하다. 그런 질문을 던진 많은 사람들 중에는 이벌식을 사용하던 때의 필자와 같은 힘겨움 때문에 바꿈을 절실히 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뒤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글은 이런 모든 분들을 위해 세벌식을 익히는 타자 연습 프로그램의 소개와 연습 방법, 도스 및 윈도우즈3.1, 윈도우즈 95, 매킨토시, 그리고 가장 대중적인 워드프로세서인 아래한글에서 세벌식을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려 한다. 단 여기서의 설명은 각 프로그램의 기초 설명이 아닌 필요한 부분만을 설정해 설명하는 것이므로 이것 이외에 관계되는 사항이 있으면 직접 그 프로그램의 매뉴얼을 참고해 보기 바란다.


이벌식 위주로 된 컴퓨터 잠시 쓰기

자판을 막 바꾸기 시작한 독자들은 자신의 컴퓨터 이외에 잠시 다른 사람의 컴퓨터에서 작업을 하게 되었을 때 매우 난감함을 느낄 것이다. 당연한 것이 글자를 입력하려고 키보드를 두드리면 화면에 나타나는 글자의 조합이 엉망이 되는 것을 보고서야 “아차! 나 세벌식으로 바꾸었지”라고 생각할 테니 말이다. 그리고는 그때부터 당황하기 시작한다. 컴퓨터에 입문한 연차가 조금 되는 사람이라면 모처럼 초보자인 컴맹 직원에게 자신의 실력을 과시하려다 타자도 제대로 못한다고 그만 망신을 당할 수도 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또는 이번 기회에 세벌식을 꼭 익혀보겠다고 열심히 자판을 두드리며 연습을 해 왔는데 막상 도스, 윈도우즈, 아래한글에서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려고 당당히 컴퓨터를 켜긴 했는데 어떻게 된 건지 컴퓨터는 내 생각과는 다르게 제멋대로 글자를 입력해 버리는 것이다. 글자판을 교환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실력만 발휘하려다 그만 기가 죽고 만다. 그런 일이 겹치면 자연 주눅이 들어 자판을 바꾸겠다는 생각이 슬며시 꼬리를 내린다. 이렇게 포기하고 말 것인가?

이제 세벌식 활용의 비장의 카드를 한 번 만들어 보자.

기왕에 바꾸기로 한 세벌식 자판을 포기할 것인지, 아니면 이번 기회에 정신적으로도 풍요로워지고 - 우리 글 창제 원리에 맞는 자판이니까 - 타자 실력도 쑥쑥 오를 자판을 멋지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도록 하자.


타자 연습 프로그램으로 세벌식 배우기

세벌식을 잘 사용하려면 아무래도 타자가 자기 마음먹은 대로 되어야 한다. 세벌식은 보통 조금만 연습해도 200~300타는 거뜬히 나오기 때문에 잠시 연습을 하다 여기에 만족해 그만두는 사람이 많이 있다. 하지만 자판의 특성상 조금만 꾸준히 연습하여도 대부분이 400~500타를 넘길 수 있다. 이 정도는 되어야 다른 사람 앞에서도 자랑스럽게 타자할 수 있을 것이니 연습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세벌식을 연습하기 위해서는 타자 연습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특히 자판을 처음 익히시는 독자는 말할 것도 없고 이미 전 호에서 이야기한 바 있지만 2벌식을 익혔던 독자들 중 세벌식으로 전환하는 경우라면 더욱더 타자 연습 프로그램을 사용해 볼 필요가 있다.

이미 익숙한 자판을 버리고 새 자판을 익힌다는 것은 자신에게 굳어진 가장 큰 버릇을 바꾸겠다고 공헌하는 것과 같은 비장함이 내포되어 있다. 그 비장함을 가장 힘 있게 도와 줄 수 있는 최선의 도구가 바로 타자 연습 프로그램이다. 타자 연습 프로그램은 여러 종류가 있다. 초창기의 선도적 역할을 했던 한메타자, 아래한글과 함께 번들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한 한글타자 그리고 통신에서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는 공개용 프로그램 등 ……. 특히 통신으로 배포하는 공개용 타자 프로그램들은 초보 프로그래머들이 열정을 가지고 만든 것들이라 기능과 아이디어들이 기발하기까지 하다. 자판에 대해 고민하고 계신 분들 중에 통신을 접하시는 분들이라면 자료실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여기서는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한메타자, 한글타자를 소개하기로 한다.


한메타자 사용하기

우리나라 타자 프로그램의 효시라고 할 만큼 초창기에 큰 역할을 했던 프로그램이다. 불법복제가 당연시 되던 시절에 나와 큰 판매는 이루지 못했지만 아직도 학원 등에서 가장 애용하는 연습 프로그램이 되었다. 전통의 한메타자에서 세벌식을 배우기 위해서는 먼저 한메타자를 컴퓨터에 설치한 다음 한메타자를 기동시켜 “메뉴에서 시작”을 선택한 후 한메타자 메뉴의 “환경설정”을 선택하면 된다.


한메타자교사 초기 실행 화면

한메타자교사 초기 실행 화면

한메타자교사 환경 설정

한메타자교사 환경 설정


그림에서 보듯이 “타자 학습 종류”에서 “한글”을, “한글자판”에서 “세벌식”을 선택한다. 여기서 메뉴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원하는 메뉴에 커서를 가져도 놓고 스페이스 바를 누르면 된다.


한글타자 사용하기

아래한글에 번들되면서 많은 보급이 이루어진 제품이다. 도스용 아래한글 3.0 이상의 정품을 가지고 있는 사용자들이라면 거의 대부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도스용과 윈도우즈용으로 나뉘어져 있다. 사용방법은 한메한글과 거의 유사하다.


한글타자 초기 화면

한글타자 초기 화면

한글타자 환경 설정

한글타자 환경 설정


별 의미는 없지만 도스에서 세벌식 사용하기

타자 연습으로 세벌식에 점점 자신이 붙는다면 이제는 슬슬 도스로 나가보자. 요즘은 대부분 도스용 프로그램들도 자체 한글 입출력 프로그램을 내장하고 있기 때문에 도스 상에서 한글을 입력할 일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데이터베이스나 클리퍼 등으로 짠 각종 회계나 관리 프로그램 등은 아직도 주위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고 이것들은 도스 상에서 한글 바이오스를 통해서 한글입력이 가능하다.

도스에서 한글을 쓰기 위해서는 한글 바이오스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한글도스에서 지원하는 한글 입출력 프로그램인 HBIOS는 세벌식을 지원하지 않는다. 따라서 도스에서 세벌식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따로 세벌식을 지원하는 한글 바이오스를 필요로 한다. 여기서는 대중적으로 많이 쓰이고 있는 태백 한글과 한맥에 대해 간단히 소개한다. 태백 한글과 한맥을 사용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1. 먼저 프로그램을 설치한다.
2. 프로그램 설치 시에 어떤 자판을 사용할 지를 물어 본다.
3. 사용 자판을 세벌식으로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

이것으로 끝이다. 이미 설치되어 있는 프로그램의 자판을 바꾸려면 설치된 디렉터리로 가서 태백 한글은 config.exe를, 한맥은 hmccfg.exe를 각각 실행시킨다. 각 프로그램이 실행되면 해당 메뉴로 가서 자판을 3벌식으로 바꾸면 된다. 반드시 한영 전환키를 무엇으로 설정하였는지 확인한 후 바꾼 내용을 저장하고 빠져 나온다. 프로그램을 실행시키고 한영 전환키를 누르면 이후로 한글을 세벌식으로 입력할 수 있다.


태백 한글 환경 설정

태백 한글 환경 설정

한맥 환경 설정

한맥 환경 설정


그러나 도스에서의 한글 입력은 앞에서 이야기한 몇몇 프로그램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의미가 없다. 그만큼 프로그램의 수준들이 높아졌고 컴퓨터가 영어권에서 주도한 기계이니 만큼 모든 명령어가 영문으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한글 입력이 의미가 있는 곳은 오히려 윈도우즈이다.


의미 있게 윈도우즈3.1에서 세벌식 사용하기

윈도우즈3.1은 준운영체계이지만 윈도우즈의 자원을 윈도우즈용 어플리케이션들이 공유한다는 의미에서 많은 각광을 받은 바 있다. 이 말이 무슨 말이냐 하면 가령 한글 자판의 경우 원도우즈가 이벌식과 세벌식 자판을 지원하면 윈도우즈에서 돌아가는 다른 프로그램들은 따로 자판 관련 프로그램을 만들 필요 없이 윈도우즈에 있는 그 부분을 그대로 가져다 쓴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되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사람은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프로그램에 더 집중할 수 있고 사용자는 어떤 프로그램을 쓰든지 동일한 형태의 사용 방법을 보장받기 때문에 혼돈을 피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은 윈도우즈의 표준을 따른다는 전제이고 이 표준이 매우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선언이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우리의 세벌식 자판도 이런 의미에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윈도우즈 3.1에서는 세벌식 자판을 지원하는데 이 표준을 따르는 모든 프로그램들은 자동적으로 세벌식을 쓸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이다.

윈도우즈에서 세벌식을 사용하는 방법을 설명하기 전에 도스에서도 지원하지 않던 세벌식을 MS가 윈도우즈에서 표준으로 지원하게 된 유명한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할까 한다. 한글 윈도우즈를 발표하기 전 MS에서는 최종적으로 세벌식 자판을 지원하지 않는 쪽으로 중지(?)가 모아지고 있었다고 한다. 여기에 참가했던 한 개발자는 어떻게든 세벌식을 윈도우즈의 표준으로 지원하고 싶어서 수를 쓴 것이 자신이 직접 윈도우즈용 세벌식 자판 드라이브를 만들어 통신에 다른 사람 아이디로 올렸다고 한다. 그런 다음 회의에서 외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내부에서 이것을 처리하지 못한다면 이것을 체면의 문제라고 강변했다. 그 덕에 결국 MS도 세벌식 자판을 표준으로 지원했다는 이야기이다. 풍문으로 전해오는 이야기인지라 조금의 가감은 있을 것이나 기지가 뛰어난 한 개발자의 임기응변이 기분을 흐뭇하게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함을 느끼게 하는 이야기이다.


사족 : 표준의 중요성은 이래서 중요하다. 세벌식 자판이 윈도우에 한번 삽입된 이후 한글 윈도우는 지금까지도 두벌식, 세벌식 390 자판, 세벌식 최종 자판을 지원하고 있다. 한번 표준 안에 들어가면 별다른 이견이 없는 한 계속 지원하는 것이 세상의 관성이다. 무엇이든 처음 등제하는 것이 어렵다. 만일 그때 세벌식이 표준 안에 들어가지 못했다면 지금까지도 세벌식 자판이 윈도우의 기본 표준에 들어가는 것은 난망했을 것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윈도우즈에서 세벌식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윈도우즈를 기동시킨 후 “기본프로그램”의 “제어판”을 선택한다. 제어판에서 “한글 입력 시스템”을 불러들인다.


기본 프로그램에서 제어판을 선택한 화면

기본 프로그램에서 제어판을 선택한 화면

제어판의 한글 입력 시스템

제어판의 한글 입력 시스템


한글 입력 시스템에서 “현재의 한글 입력 시스템”란이 아마도 “2벌식 한글/한자 변환 프로그램”으로 선택되어 있을 것이다. 세벌식으로 바꾸려면 그 아래의 “등록된 한글 입력 시스템”이 그림과 같이 보인다면 여기서 “3벌식[3-90자판]”을 선택한다.

만일 “등록된 한글 입력 시스템”에 2벌식만 등록되어 있고 3벌식을 볼 수가 없다면 “추가” 명령을 사용하여 새로 등록해 주어야 한다. 보통의 경우 “추가” 명령을 마우스로 클릭하면 “한글 입력 시스템 추가”라는 대화상자가 뜨고 여기에서 “찾아보기” 단추를 선택해 “Windows 디렉터리 밑의 system” 방을 선택하면 대부분 세벌식 자판이 올라오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윈도우즈 원본 디스켓을 삽입해 다시 등록해 주어야 한다.

자판을 “3벌식 [3-90 자판]”으로 선택하였다면 “설정” 단추를 마우스로 클릭해 “현재의 한글 입력 시스템”난이 세벌식 자판으로 바뀌었음을 확인하고 종료하면 된다. 이것으로 윈도우즈에서의 한글 자판은 세벌식 자판으로 설정되었다.

참고로 윈도우즈에서 기본 지원하는 세벌식 자판에는 공자판이라는 것이 있다. 복모음과 특수기호의 위치가 많이 변경된 세벌식 최종판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자판이다. 그러나 390 자판이 대중적인 큰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세벌식이라고 하면 대부분 390자판을 일컫고 있다. 이 공자판은 주로 매킨토시 사용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편이다.


사족 : 밑줄 그은 부분이 굳이 틀린 내용은 아니나 그 당시 세벌식에 대한 정보가 많이 부족했던 나의 인식의 한계에서 나온 모자란 정보라 할 수 있다.

3벌식[3-90자판] 자판은 박흥호 전 나모 인터랙티브 사장님이 공병우 박사님에게 허락을 받아 최종판인 공자판을 일부 변경하여 내놓은 것이다. 그것은 PC 쪽 세벌식 마니아들이 대부분 코더들이어서 코딩에 필요한 기호들이 한글 자판에도 있기를 염원했는데 그것을 반영한 것이 3벌식[3-90자판]이다. 이를 위해 공자판에 있던 종성 중 복자음 일부를 희생해 영문자판에 있는 부호들을 사용할 수 있게 했고, 일부의 자판 배열도 바뀌었으나 전체적으로는 세벌식의 기본 원리를 충실히 따랐다. 그 때문에 많은 이들이 세벌식으로 자판을 전환하는데 도움을 주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다른 한편으로는 세벌식 자판이 두 가지로 갈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악역이 된 셈이다. 그러나 당시의 상황을 보면 한영 전환이 오늘날만큼 손쉽지 않은 부분도 있었으니 그것을 감안하면 당시로서는 최선의 선택이기도 하였으리라 짐작해 볼 뿐이다.

세벌식 최종판은 처음에는 공자판으로 불리었으나 이후 세벌식 최종 자판으로 그 명칭이 통일되었다. 3벌식[3-90자판]에서 세벌식 최종 자판으로의 전환은 그리 어렵지 않다. 90% 이상의 자판 배열이 동일하고 자판이 가진 생각과 사상이 동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전환하는 데는 약간의 훈련과 노력이 필요하다.


윈도우즈 95에서 세벌식 사용하기

시대의 흐름에 맞게 윈도우즈 95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특히 요즘 컴퓨터를 새로 장만하신 분들이라면 컴퓨터에 기본으로 윈도우즈 95가 장착되어 있을 것이다.

윈도우즈 95에서는 윈도우즈 3.1 때의 관성이 남아 무난히 세벌식을 지원하고 있다. 윈도우즈 95에서 세벌식을 사용하려면 먼저 화면 하단에 있는 “시작” 단추를 눌러 “설정”을 선택하고 다시 “제어판”을 선택한다. 제어판 창이 열리면 “키보드”를 선택한다.


제어판에서 키보드를 선택한 화면

제어판에서 키보드를 선택한 화면

키보드 등록 정보 대화상자

키보드 등록 정보 대화상자

한글 입력 시스템 등록 정보 대화상자

한글 입력 시스템 등록 정보 대화상자


“키보드 등록 정보” 대화상자가 나타날 것이다. 대화상자 제목 아래 “속도”, “언어”, “일반”이라는 책갈피가 나타날 것이다. 여기서 “언어”를 선택하고 언어 책갈피가 열리면 화면 가운데 있는 “등록 정보”를 선택한다. “한글 입력 시스템 등록 정보” 창이 나타나면 세벌식을 선택할 수 있는 화면이 나온다.

자판을 선택하고 나서 확인 단추를 하나씩 누르고 다시 제어판으로 돌아오면 윈도우즈 95에서도 세벌식을 쓸 수가 있다. 세벌식 바로 밑에 있는 세벌식 최종은 앞에서 이야기한 공자판을 말하는 것이다.


매킨토시에서 세벌식 사용하기

매킨토시에서의 세벌식 설정 화면

매킨토시에서의 세벌식 설정 화면

매킨토시는 시스템 75에서의 세벌식 제공을 기준으로 설명한다. 매킨토시를 실행하고 나서 화면 상단 오른쪽을 유심히 보면 물음표 바로 옆에 단추가 하나 있을 것이다. 이 단추를 “참입력”이라고 하는데 이곳을 클릭하면 길게 풀다운 메뉴가 열리고 세벌식을 선택할 수 있는 화면이 나온다. 여기서 직접 세벌식을 선택할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풀다운 메뉴의 “입력환경보기”를 선택하면 “파워 입력기”라는 대화상자가 하나 열리는데 여기서도 선택할 수 있다. 이 부분은 필자가 매킨토시 솔루션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동료에게 그 방법을 도움 얻어 제공하는 것이다.


아래한글에서의 세벌식 사용

컴퓨터로 하는 일 중에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워드프로세싱일 것이다. 이 중에서 우리나라 워드프로세서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글인데, 이 아래한글 워드프로세서는 운영체계의 입출력 방식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HNC 라이브러리”라는 독자적인 입출력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독특한 입출력 체계 때문에 언어가 다른 세계 여러 나라의 도스와 윈도우즈 환경에 관계없이 아래한글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설명할 세벌식 관련 설명은 도스용 아래한글 2.1 이상, 윈도우즈용 3.0 이상의 버전을 중심으로 하였다.


도스용 아래한글

도스용 아래한글에서 세벌식을 사용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먼저 아래한글을 실행시킨다.

한글이 실행되었다면 화면 왼쪽 아래를 유심히 살펴본다. “한글 3벌식” 또는 “한글 2벌식”과 같은 글자가 보일 것이다. 현재 본인이 쓰고 있는 자판을 의미한다. 왼쪽에 있는 Shift 키를 누른 상태에서 Space Bar 키를 눌러보자. 아마도 자판이 바뀌는 것을 알 수가 있을 것이다.


글자판 배당 대화상자

글자판 배당 대화상자

글자판 배당 대화상자 하위 메뉴

글자판 배당 대화상자 하위 메뉴


세벌식으로 자신의 자판을 설정하기 위해서는 먼저 Shift 키와 F2 키를 같이 누른다. “글자판 배당”이라는 대화상자가 나타날 것이다. 여기서 맨 윗부분에 커서를 가져다 놓고 Tab 키를 누른다. 새로운 대화상자나 나타날 것이다. 다시 한글을 선택하고 세벌식을 선택한다. 두 번째 부분도 같은 방법으로 영어 미국을 선택한다.

아래한글에서 세벌식을 쓸 요량이면 될수록 이렇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아래한글 2.5버전부터 영한 전환 기능이 새로 들어왔다. 자판을 한영으로 자주 전환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자판이 변경된 줄로 모르고 엉뚱한 자판으로 글을 입력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때 Alt 키를 누르고 +키를 누르면 영어를 한글로 한글을 영어로 바꾸어 주는 좋은 기능이 있다.

이 기능은 사실 글자판 배당 대화상자의 맨 처음과 그 다음번 자판을 서로 치환시켜 주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자판으로 지정해 놓고 한영전환 명령을 내리면 엉뚱한 결과가 나온다.

필자의 경우 가끔 영어가 아닌 다른 나라 자판을 쓸 일이 생기는데 이때 한글과 그 나라 자판을 첫 번째와 두 번째에 설정해 놓고 작업하는 경우 잘못된 자판으로 입력한 글을 신속하게 본래대로 바꾸어 주어 매우 유익한 결과를 가져다 줄 때가 많다.

또 이번에 아래한글 3.0 버전부터 도입돼 많은 호평을 들었던 한영 자동 전환의 경우 반드시 앞에서 설명한 대로 설정을 해야 제대로 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한 가지 유의할 것은 수동으로 바꾸는 한영 전환은 영어가 아닌 다른 나라의 자판에도 영향을 주지만 아래한글이 사용자의 명령 없이 알아서 자동으로 바꾸어 주는 한영 자동 전환은 위의 예를 벗어날 경우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자동 한영 전환은 단순한 자판의 치환이 아니라 자연어처리라는 알고리즘을 거쳐 자료를 처리하는 일종의 인공지능이며 이때 자판의 설정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참고로 이 기능은 사용자가 입력 중에 실수한 오타나 잘못된 맞춤법 등을 자동으로 교정해 주는 빠른 교정과 함께 이미 특허출원을 해 놓은 고급 기능이다.

잠시 사설이 길었는데 ESC 키로 빠져 나오고 나서 왼쪽 Shift 키와 Space Bar 키를 동시에 눌러 주면 자신의 원하는 자판을 그때부터 쓸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또 한 가지 팁이 있다. 글자판 배당에서 위에서 3번째와 4번째에 지정된 자판은 오른쪽 Shift 키와 Space Bar 키에 의해 정의되는 자판이다. 즉, 3번째와 4번째 자판으로 지정된 자판은 언제든지 오른쪽 Shift 키와 Space Bar 키를 누름으로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로서 한글에서 Shift 키와 Space Bar 키만을 가지고 자연스럽게 전환할 수 있는 자판이 모두 4개가 되는 셈이다. 국어와 영어, 독어, 프랑스어, 일어, 히브리어 등을 공유해 쓰는 사람들의 경우 각각의 자판을 지정해 쓰면 편리할 것이다. 그러나 오른쪽 Shift 키와 Space Bar 키는 자동 영한 전환이나 영한 전환 명령과는 관계가 없음으로 앞에서 강조한 대로 이점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윈도우즈3.1과 95용 아래한글

윈도우즈용 아래한글은 영문 윈도우즈든 한글 윈도우즈든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심지어 일본어 윈도우즈나 중국어 윈도우즈에서도 매우 잘 돌아가고 한글의 입출력을 위해 사용자가 신경을 기울여야 할 것은 하나도 없다. 때문에 윈도우즈의 기본 자판 현재 2벌식으로 설정되어 있다 하더라도 아래한글에서는 무난히 세벌식을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윈도우즈용 아래한글 3.0b의 경우 윈도우즈 3.1이나 윈도우즈 95에서도 똑같은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사용자들은 세벌식을 전환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한 가지 방법만 익히면 된다.

먼저 윈도우즈 3.1이나 윈도우즈 95를 작동시킨다.

작동이 되었으면 한글이 저장된 그룹을 불러낸다. 대부분의 경우 “한글과컴퓨터”라는 그룹명일 것이다. 그룹 안에서 다시 “HNC 환경”이라는 파일을 선택한다. “HNC config” 대화상자가 열리면 “자판 지정”을 선택한다. 이제 드디어 자판을 선택할 수 있는 “자판설정” 대화상자가 등장한다.


한글과컴퓨터 그룹을 선택한 화면

한글과컴퓨터 그룹을 선택한 화면

HNC Config 대화상자

HNC Config 대화상자

자판 설정 화면

자판 설정 화면


이 부분부터는 혼돈하기 쉬우므로 설명을 주의 깊게 보기 바란다. 먼저 글자판 바꾸기 바로 아래에 있는 단추를 선택한다. 단추를 선택하면 선택할 수 있는 언어별로 그룹이 나타난다. 한글을 선택하면 그 아래에 선택할 수 있는 세부 자판이 나타난다. 여기서 원하는 자판 즉 세벌식을 선택한다. 이 다음부터가 중요하다. 그런 다음 “왼쪽 shift + space 전환”이라고 되어 있는 박스 밑의 두 개의 단추 중에 첫 번째 단추를 누른다. 단추를 누르면 조금 전 선택된 세벌식이 입력된다. 즉 반드시 왼쪽에서 자판을 미리 지정한 다음 오른쪽의 단추를 선택해야 왼쪽에서 지정한 자판이 변경되는 것이다.

여기서 왼쪽, 오른쪽 1, 2라고 되어 있는 각 부분의 단추는 도스용에서 보았던 “글자판 배당 대화상자”의 맨 위 1번에서 4번까지를 의미하며 그 기능은 도스와 똑같으므로 한영자동 전환 등을 확실히 사용하려면 현명하게 선택해야 한다. 영문도 같은 방법으로 설정할 수 있다. 설정을 다 하였다면 반드시 “설정” 단추를 눌러 주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고 도스에서처럼 ESC 키로 빠져나가 버리면 현재 설정한 자판은 지정되지 않게 될 것이다.


세벌식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

흔히 도서관이나 교보문고 등의 정보검색을 위한 단말기들에서 세벌식을 기대하는 것은 아직은 무리인 것 같다. 이것이 잘 이해가 안 간다면 얼마 전 하이텔을 선전하기 위해 보급했던 하이텔 단말기의 경우를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무상으로 기계를 빌려준다고 했지만 몹시 불편한데다 2벌식 전용이어서 차라리 모뎀을 사는데 났다고 생각했다. 조금 오래된 공공 기관의 단말기들은 거의 다 삼벌식을 사용할 수 없다. 조금 오래된 프로그램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필자의 경험으로는 대다수의 프로그램들이 거의 다 세벌식을 지원하고 있고 지원하지 않는 프로그램들은 대처할 프로그램들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에 세벌식 때문에 불편한 일은 별로 없다. 국립도서관에서 기계로 색인을 찾는 일은 프로그램 자체의 불편함으로 인해서 아예 포기한지가 오래고 교보문고에 가서 원하는 자료를 검색할 때는 그곳 아가씨에게 부탁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세벌식으로 살아가기

이상과 같이 많이 쓰이는 프로그램에서 사용할 수 있는 세벌식 사용방법을 대체적으로 설명하였다. 윈도우즈만 사용하는 독자라면 아마도 여기서 설명한 방법만으로도 세벌식에 대한 모든 고민은 끝날 수 있을 것이고 도스에서 많은 작업을 하는 독자라면 도스의 각 프로그램마다 세벌식을 쓰는 방법이 있으므로 이것을 유심히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특히 통신 프로그램인 이야기에서 세벌식을 쓰려면 ALT 키와 숫자 3번 키를 동시에 누르면 된다든가 하는 것은 각자가 익혀야 할 조그마한 몫이다.

아무쪼록 이 조그마한 기사가 내 컴퓨터를 좀 더 한국적이고 실용적인 세벌식으로 무장하게 하는 힘을 발휘하게 하고 또한 다른 이의 컴퓨터를 접하게 되었을 때에도 세벌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불이익을 당하는 일 없이 당당해 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끝으로 오길록, 최기선, 박세영 공저의 대영사에서 발행한 “한글 공학”이라는 책의 한글자판 부분에서 세벌식에 대한 부분을 인용하는 것으로 이 글을 끝맺는다.

“세벌식 자판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특징은 기계식 영문 타자기의 메커니즘을 그대로 적용시킨 비교적 능률적인 모아쓰기 한글 자판을 구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세벌식은 초성 자음과 종성 자음을 구별하여 별도의 자모를 자판에 배정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 방식에도 여러 가지 유형이 가능하나 현재까지 실용화된 것은 공병우식뿐이다. …… 중략 ……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타자 능률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은 글 입력 자모 수의 감소 효과이다. 이 점에서 IBM-390(3벌식)과 KSC-5715(2벌식)를 비교해 보면 세벌식이 우수한 것으로 판단된다. …… 중략 …… 전체적으로 보면 중성 자모의 출현 빈도 수가 종성 자모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중성 자모에서 유리한 세벌식 자판이 이벌식 자판보다 더 능률적인 자판이라 할 수 있다. 채택된 기본 자모수가 52개 대 33개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차이는 당연한 것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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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오름, xdg]


1995년 12월에 쓴 글이다. 벌써 10년도 넘은 글인 셈이다.

당시 필자는 (주)한글과컴퓨터 기술개발부문에 있었는데 당시 부서장이셨던 박순백 현 드림위즈 부사장님의 권유에 못이겨 이 글을 쓰게 되었다. 도무지 짬이 안 나 글 쓰기 힘들다 했더니 업무로 인정해 주시겠다는 통에 기자와 약속을 하고 3회 정도 연재를 하게 되었다. 하지만 업무가 줄어든 것은 결코 아니어서 짬내기가 힘들었다. 결과적으로는 필자의 글이 세상에 또 하나 나온 셈이니 박순백 부사장께는 감사할 일이다.  

다음 달인 1996년 1월에 Hello-PC 1월호에 실렸다. 반응이 좋아 다음달에는 세벌식을 배우고 활용하는 기사를 다시 실었다. 다행히 이 즈음에 자료를 백업 받은 것이 있어 원고가 살아남았다. 이전에도 많은 잡지에 글을 썼는데 모두 자료를 유실해 안타깝다.

당시 필자는 세벌식390 버전을 사용했으나 지금은 세벌식 최종판을 사용하고 있다. 역시 대만족이며 새삼 공병우 박사님께 감사드린다.



먼저 밝힐 이야기

컴퓨터 업계에서 “우리 것”과 관련하여 늘 논란거리가 되는 대표적인 것이 두 가지 있다. 그 두 가지는 코드와 자판에 대한 문제이다.

매우 복잡 미묘한 이 문제들은 언제나 논쟁거리를 제공하지만 실제로 자타가 공인하는 전문가들을 모아 놓고 이야기를 시켜 보면 편차는 있으나 언제나 동일한 결론에 도달한다. 코드는 조합형을, 자판은 세벌식을 미래지향적이고 한글 창제 원리에 맞는 것으로 귀착시켜 가는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 두 가지 문제에 관해서는 전문가들이라 일컬어지는 사람들의 판단이 여전히 대세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때로는 정권의 신선함을 풍기기 위한 무리한 조처로, 때로는 민간의 힘찬 노력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정부부처의 이기주의로, 그리고 그 근간에는 새로운 표준으로 돈을 벌어 보려는 상업적 필요 등이 장애를 만들어 낸다.

오늘의 논의는 앞서의 모든 논쟁들을 되풀이하려는 것이 아니다. 필자는 단지 현재 쓰고 있는 세벌식 자판에 얽힌 이야기를 하고 싶을 뿐이다. 필자가 왜 두벌식에서 세벌식으로 자판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되었는지, 왜 공병우 박사님과 그가 만든 세벌식 자판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세벌식 자판에 대한 조그마하지만 현실적인 소망에 대해, 필자는 아주 작고 정겨운 소리로 말하고 싶다는 것 외에는 이번 글쓰기에 큰 의미를 두려 하지 않는다.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며칠 전 회사의 전자게시판에 흥미로운 글이 하나 올라왔다. 글꼴 담당자의 글이었는데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에서 자막 서체로 공한체가 쓰였다는 것과, 영화의 내용도 좋지만 잠시 나오는 자막용 글꼴까지도 순수한 우리의 것을 사용하는 세심한 정성에 감동했다는 것, 그리고 글꼴이 예쁘니 기대하라는 것 등의 내용이었다. 순간 필자는 마음속의 파문을 느끼면서 ‘그 영화만은 꼭 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필자를 잘 아는 친구들이 이 말을 들었다면 아마도 이렇게 반문했을 것이다. “별로 좋아하지 않던 영화보기를 서체 하나 때문에 보러 가겠다구?”

영문 OS/2에서 공한체를 띄운 화면

영문 OS/2에서 공한체를 띄운 화면

거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그 글에 앞서 전자게시판에 등록된 글 중에는 공병우 박사님과 그분을 추종했던 한 분인 한재준 교수님이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세벌체 글꼴 공한체를 아래한글에서도 쓸 수 있게 된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리고 그 글의 말미에 “세벌식 자판과 세벌체인 이 글꼴이 어우러질 경우 영문 윈도우즈, 영문 OS/2, 영문 유닉스 상에서 다른 프로그램의 도움 없이 한글을 입력하고 출력할 수 있다.”는 내용이 내 시선을 붙잡았기 때문이다. 실제의 상황을 직접 체크해 보니 신기하게도 영문 OS/2에서 다른 프로그램의 도움 없이 공한체가 입출력되고 있었다. 이것은 이제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놀랍고 신선한 충격이었다. 한글 바이오스의 도움 없는 한글 입출력이라니……. 자리로 돌아오는 중에도 필자는 ‘도대체가’라는 말을 미친 사람 마냥 계속 중얼거리고 있었다.


최초의 세벌식 사용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필자 역시 처음에는 두벌식으로 자판을 익혔다. 당시에는 두벌식 이외에는 다른 자판이 존재하지 않는 줄 알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필자가 만져 본 모든 자판에는 언제나 두벌식만이 각인 되어 있지 않았던가. 어느 정도 자판이 익숙해지자 필자도 두벌식 자판을 익혔던 다른 모든 사람들이 겪고야 마는 똑같은 어려움에 부딪혔다.

아래한글의 이벌식 자판

아래한글의 이벌식 자판

두벌식 자판으로 약 270타 정도 치기 시작하고 자판을 좀 더 많이 두드릴 필요성이 생기면서부터 조금만 길게 타자를 하면 손목이 아프고 손등이 조금씩 붇기 시작했다. 한 번은 자료를 준비하느라 10시간 정도 연속해서 타자를 했는데 그 다음날에는 숟가락을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손목과 손등이 아파 왔다. 게다가 이런 일은 필자의 주위에 두벌식으로 타자하던 사람들의 공통적인 문제였다. 나중에는 키보드를 더 이상 건드리는 것이 두려울 정도가 되었다. 타자를 조금만 하여도 부풀어 오른 손도 손이었지만 암벽 등반을 취미로 하는 필자에게는 이런 통증이 심각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그때 우연히 잡지를 읽다가 운명처럼 인연을 맺은 것이 세벌식 자판이었다.

이전부터 풍문으로만 듣고 있던 세벌식에 대한 환상은 잡지를 통해 더욱 증폭되었다. 그것은 다분히 세벌식 자판이 빠르다는 소문과 한글 창제 원리에 맞는다는 소문을 미리 듣고 있었던 때문이다. 특히 필자와 같은 증상이 세벌식 자판에서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말도 있어 어차피 컴퓨터로 일을 해야 할 바엔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학원 강사였던 필자는 수료생들의 수료 작품집을 거의 마무리해 놓았기 때문에 다음 번 정신없이 바쁜 강의까지는 약 1달 정도 여유 있는 생활을 할 수가 있었기에 자판을 바꾸겠다는 결심이 좀 더 용이했는지도 모르겠다.

타자 연습 프로그램을 가지고 무작정 열심히 세벌식 타자를 익혔다. 자판을 바꾸어 본 사람은 알겠지만 그 답답함과 지루함은 마치 걸음마를 다시 배워야 하는 물리치료실의 환자와도 같은 것이다. 익숙한 두벌식 자판으로 치면 금방 끝낼 수 있는데, 더듬거리는 세벌식 자판은……. 장난이 아니었다. 그러나 필자는 거의 3개월이 지난 후에 드디어 자판을 완전히 바꾸는데 성공했다.


세벌식 사용자의 자랑스러움

아래한글의 세벌식 자판

아래한글의 세벌식 자판

세벌식으로 자판을 바꾸고 나서 가장 좋았던 건 부어오르던 손이 아무리 타자를 많이 해도 멀쩡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내게 너무나 신기한 일 중 하나였다. “정말 좋았다.” 거기에 대한 단 한마디의 표현이다. 걱정했던 것과는 다르게 한 번 익히면 빠르다는 소문이 사실인지 타자 역시 빠르게 예전의 타수를 되찾았다. 합리적인 자판 배열도 나를 기쁘게 한 것 중 하나이다. 매우 리드미컬하게 타자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장시간의 타자를 끝내고 나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듯 했다.

그러나 두벌식에 대한 어려움은 여전히 살아 있다. 지금도 가끔 아무 생각 없이 타자를 하다 보면 자음보다는 모음을 먼저 친다. 두벌식 자판은 왼쪽에 자음이 몰려 있지만 세벌식 자판은 왼쪽에 중성과 종성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오타는 처음 익혔던 자판에 대한 버릇에서 나온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필자는 세벌식 자판에 아주 만족한다. 민족적인 정서와 한글 창제 원리에 맞는다는 이유뿐만이 아니라 실용 면에서 뛰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노트북 컴퓨터를 자주 쓰는 요즘에 들어서는 더욱 세벌식 자판에 애착을 느낀다. 세벌식 자판은 노트북의 작은 자판으로도 무리 없이 손을 놀릴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노트북 때문에 결국 두벌식에서 세벌식 자판으로 전환한 친구가 있을 정도다. 숫자 키패드가 없는 노트북 자판에서 숫자 키패드를 닮은 세벌식 자판의 고유한 숫자 배열 역시 금상첨화이다.


단 한번 먼발치에서 본, 그분

필자는 작년에 공병우 박사님을 한 강연에 참가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 분을 뵈었다. 생각과는 다르게 그는 매우 늙어 있었고(기억이 맞는다면 90세가 된) 육체는 자유로워 보이지 않았다. 그는 강연을 하는 중에 말을 더듬었고, 질문의 뜻을 이해하지 못해 엉뚱한 대답을 하거나 옆에서 질문의 요지를 알려 주어야만 대답할 수 있었다. 그리고 책상 위에 놓인 물을 엎지르거나 허리 버클이 풀려 있어도 그것을 스스로 챙기지 못했다. 세벌식 자판과 세벌체 글꼴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나라가 망한다는 강경한 강연 내용의 일부는 공감되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에 매우 바빴음에도 그의 강연을 듣기 위해 억지로 시간을 만들었던 필자는 단숨에 그를 존경하고야 말았다. 그에게서는 말로 표현하지 못할 열정이 있었고, 한글에 대한 사랑이 있다는 것, 그리고 긴 세월을 헌신해 온 자만이 가질 수 있는 강건함이 배어 있었다.

강연의 끝 무렵이었다. 한 여자가 비명을 지르듯이 질문했다. “그렇다면 그렇게 좋은 세벌식이 왜 정부의 공식적인 표준으로 자리하지 못하는가? 모든 사람이 칭찬에 칭찬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보아 우열은 분명한데. 왜? 외압이 있는 것인가? 아니면 정말 표현할 수 없는, 숨겨야만 하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는 것인가?” 필자가 느끼기에 그 중년의 여자는 아마도 너무나 우수하면서도 대접받지 못하는 세벌식에 대한 답답함을 표현한 것이었으리라. 그러나 늙어 버린 육체를 끌고 온 공병우 박사님은 그 질문을 이해하지 못했고 엉뚱한 대답만을 했었다. 그것마저도 모인 모든 이의 마음을 뜨겁게 했고, 그의 육체가 싱싱하지 못한 것에 대해 모두가 안타까워 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강연은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일어서서 평생을 한글 과학화에 몸 바친 한 사람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치는 것으로 존경을 표시하며 끝을 맺었다. 그때 필자는 세벌식 자판을 칠 준 안다는 것에 대해 매우 자랑스러워했고 감격했다. 소문만으로 접했던 그를 실제로 보았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흡족했다. 그리고 올해 초 슬픈 소식을 들었다. 철이 들어 한 번도 울어 본 적이 없던 필자도 눈물을 떨굴 뻔 했다.

그의 죽음. 세상을 뜬지 한참이 지나서야 비로소 세상에 알려진 그의 죽음. 내 가슴을 난도질하듯 비수로 박혀 온 저미도록 비장한 그의 유언. 굴곡된 역사를 가진 이 땅에, 마땅히 존경할 만한 인물이 없던 이 시대를 뒤로 하고 그는 그렇게 힘찼던 한 생을 마감했다. 필자는 그날, 하루 종일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세벌식 타자 연습만으로 그에 대해 마지막 애도를 표할 수밖에 없었다. 필자가 알기로 그날 그 강연이 공병우 박사님의 마지막 강연이 되었다.


씁쓸했던 한글 윈도우 95 발표회장

얼마 전 한글 윈도우 95 발표회장에 갔다.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한글 윈도우 95는 미완의 미봉인 채로 모습을 드러내었다. 행사장 중앙 바로 뒤켠에 마이크로프레스 부스가 있었는데, 거기서 한 컴퓨터 잡지 중견 기자와 한국MS사의 고위직 임원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기자의 입장에서는 취재였고, MS사 관계자의 입장에서는 설득이오, 강변이었다. 그것은 한참 문제가 된 통합형 코드가 뭐가 나쁘냐는 노골적인 이야기였는데, 요지는 ‘세종대왕이 나라 백성을 편하게 하기 위해 만든 한글을 우리나라 백성들이 아무 불편 없이 편하게 잘 쓰면 되는 것이지 사용자들이야 그 내부가 어떻든 상관없지 않느냐.’라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들으며 왜 그렇게 가슴이 미어지고 입맛이 씁쓸해 지는 것인지. 평생을 몸 바쳐 겨레의 말과 글의 과학화에 온 정열과 사랑을 불살랐던 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단 몇 억의 행사에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한글만 나오면 됐지.’ 하고 당당해 지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

“나는 이 신문사에서 일하는 것을 자랑스러워한다.” 한겨레신문의 한 기자가 필자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몇몇의 신문사와 새로 창간되는 시사 주간지들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곧잘 받던 중견 기자였다. “…… 재벌을 위해 일할 수는 없으니까……. 그래도 아직은 여기가 정말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니까…….” 박봉이라 떠나가는 동료들을 이해한다는 그. 높은 액수의 봉급마저 거절할 수 있는 그의 정신.

그 기자를 생각하면서, 수없이 주체성을 이야기하고 주인 정신을 토로하던 이 땅 한가운데서 발견한 또 다른 우리 모습에 씁쓸함을 남기던 행사장이었다.


세벌식에 대한 몇 가지 의견

세벌식은 모두가 알고 있듯이 초·중·종성으로 이루어져 있고 입력도 초·중·종성 3벌로 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렇다면 글을 수정할 때 이를 이용한다면 재미있는 여러 가지가 가능하다.

먼저 “”자를 치려고 했는데 “”으로 입력한 것을 나중에 발견했을 때 이를 수정하기 위해서는 “”자를 지우고 다시 “”자를 입력해야 한다. 이때 세벌식 자판이라면 커서를 “”자에 위치시키고 종성인 “”을 입력하는 것만으로도 바로 “”자로 수정할 수 있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자로 수정하고 싶다면 중성 “”를, “”자로 수정하고 싶다면 초성 “”을 단지 입력만 하면 된다. 초성과 종성을 구별할 수 없는 두벌식은 불가능하겠지만 한글창제 원리에 맞게 세벌을 모두 가지고 있는 세벌식은 가능하다. 구현만 된다면 글을 수정하는 시간이 엄청나게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글의 특징을 전산화하는데 크나큰 공헌을 할 뿐더러 세벌식 자판을 더욱 자랑하고 인구를 늘리는 조그마한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대중적인 워드프로서세에서 가능하다면 더욱더 그러하리라.

필자가 한 동료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그것은 이미 “깃든글”이라는 한글 바이오스에서 구현된 바 있다며 시연까지 보여주었다. 그렇다면 필자가 이제까지 혼자만의 생각이라고 고민하던 문제가 의외로 손쉽게 여러 프로그램에서 구현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 아닐까?

또 하나 의견이 있다. 그것은 글을 입력하다 보면 자주 쓰이게 되는 음가 없는 “(이응)”과 관련된다. 가령 “이것은”이라는 말을 보면 “”와 “”은 “(이응)” 자체에 음가가 없는 말이다. 즉 “”와 “”가 오기 위한 자음 - 이런 경우 무어라고 표현하는지 기억은 잘 안 나지만 - 이다. 두벌식이라면 완전한 조합이 끝나야만 초성과 종성의 구분이 가능하지만 세벌식은 음가 없는 초성 “(이응)”의 구분이 너무 명확하기 때문에 차라리 이 “(이응)”을 치지 않고 단지 모음을 입력하는 것으로 자동으로 음가 없는 초성인 “(이응)”이 입력된다면 타자하는 시간을 엄청나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우리글에서 음가 없이 초성에 쓰이는, “(이응)”으로 시작하는 단어가 얼마나 많은가.

이런 조그만 소품들이 우리 글 창제 원리에 너무나도 적합하게 만들어진 세벌식 자판을 더욱 빛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소재가 되리라 생각해 본다.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모든 분들은 한번쯤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끝나지 않은 전태일의 이야기

영화를 보러 가겠다고 생각한지 벌써 일주일이 지난 어제는 출근하는 길에 문득 극장 앞을 지나다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의 간판을 보았다. 바쁘기도 했지만 ‘문화생활도 습관인 것’이라며 애꿎은 푸념만 늘어놓았다. 출근을 해서 새로운 소식을 찾아보려다 지난번의 영화와 공한체 그 글을 다시 읽게 되었다. 처음엔 미처 알아보지 못했던 새로운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세벌식 자판과 삼벌체가 어울릴 때 자연스러운 입출력이 어떻게 해서 가능해 지는가에 대한……. 아마도 무협지라면 그 이유에 대해 경악했다고 표현할 것이다. 그것은 너무나 단순하고 간단한 발상이었기 때문이다. 과연 한글 과학화의 시작은 타자기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타자기에 집착을 많이 가지셨던 공병우 박사님다운 견해였다.

원리는 너무나 간단하다. 공한체는 타자기의 자판처럼 모든 글자가 거기에 맞는 적당한 높이와 위치를 가지고 3벌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세벌식 자판으로 이 서체를 입력하면 타자기의 활자가 종이에 옮겨지듯 자연스럽게 글자가 조합되고, 입력되며, 출력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영문 서체처럼 단지 24개의 초성, 중성, 종성만 있으면 자연스럽게 11,172자의 모든 한글을 어떤 시스템에서도 쓸 수 있게 된다. 필자는 왜 공병우 박사님이 세벌식 자판과 삼벌체를 그렇게 주장하셨는지 그제야 비로소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두려운 자동차 망국론

아침 출근길도 마찬가지였지만 자동차가 급격히 늘어나고 교통체증이 심각해지면서 사람들의 입에서 심심치 않게 오르내리던 말이 자동차 망국론이다. 거리에서 뿌리는 시간과 기름을 돈으로 환산하자니 대책이 안 선다는 것인데, 그 말을 생각하면 “나라가 망한다.”라는 공병우 박사님의 말씀이 기억난다. 다른 것은 다 접어 두고라도 필자와 다른 많은 사람들이 두벌식 자판을 사용하며 겪었던 일들이 문제이다.

무리하게도 한 손에 많은 자판을 배당함으로 해서 얻게 되는 통증. 도깨비불 현상 때문에 글자가 화면에서 조합되는 동안 오타를 치고 있는지 정타를 치고 있는지 걱정이 앞서던 심리적인 불안감. 자판 배열의 불합리성 때문에 리듬감 있는 타자를 하지 못하고, 불규칙한 리듬으로 입력행위가 이루어지다 보니 신체의 균형적인 리듬마저 깨져 버림. 그리고 세벌식 자판을 알게 되면서 잘못된 물건에 거금을 치른 것 같은 속상함 등을 돈으로 환산하면 그것은 얼마나 되려는지…….

공한체를 대하며 오늘날 우리가 대중적으로 세벌식 자판과 세벌체 글꼴의 우수성을 인정하고 보편적으로 사용하게 되었다면 컴퓨터를 쓰면서 우리 것과 관련하여 늘 논란거리가 되고 있는 코드와 자판의 문제 절반은 해결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현실이라는 벽

요즘 주위에서 갑자기 컴퓨터에 입문하는 선배들이 많아져 필자가 조금 더 바빠지기 시작했다. 그 중 한 선배는 이제야 286 컴퓨터를 한 대 구해서 컴퓨터를 배우고 있다. 글을 많이 쓰기에 워드프로세서를 사용하기 위해서이다. 고품질을 요구하는 워드프로세싱이 아니라면 286도 문제될 것은 없지만 문제는 아직 타자를 잘 못한다는 것이다. 참으로 안타깝게도, 선배에게 타자 교습 프로그램을 선물하고 나서 결국 가르쳐 준 자판이 두벌식이 되고 말았다. 당장 눈에 보이는 자판도 문제였지만 그 선배가 워낙 초보자라서 다른 프로그램에서 세벌식 자판 전환을 거의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직 dir도 모르는 선배에게 세벌식 자판을 가르치기란 정말 힘겨운 일이었다. 결국 선배가 나중에 더 나은 자판을 원하게 된다면 필자와 똑같은 아픔을 가질 것을 강요하고 만 셈이다.

같은 세벌식을 쓰는 한 동료의 말이 기억난다. 자신도 부모님과 동생에게 컴퓨터를 가르치면서 결국 같은 이유로 부모님께는 두벌식을, 동생에게는 세벌식을 가르치고 말았다는 것이다. 두벌식과 완성형 코드가 5공 비리의 산물임을 주장하는 그 친구의 말에 필자는 결국 동감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세벌식의 우수성이 아니라 두벌식의 지배성이다. 결국 세벌식은 마니아들의 충족물일 뿐 찬밥신세가 되지 않겠느냐?”는 그의 푸념이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처럼……

자조는 새로운 희망을 향한 줄달음이다. 그렇다. 오늘 이런 긴 글쓰기의 주제를 세벌식 자판이라는 소재로 이끌 수 있는 것은 세벌식을 통해 우리 것에 대한 기쁘고, 슬프고, 안타까우면서도 수많은 희망을 언급하고 싶은 것이며, 결국 새로운 희망으로 나서기 위한 열정을 표현하려는 것 아닌가! 누군가의 말처럼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떻단 말인가.’ 하고 살아갈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이 땅에 살고 있고 이 땅의 공기와 물을 마시며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땅을 후대에 물려주기 위해서는 더 우리답고 더 나다운 삶을 향한 조용한 몸짓은 멈출 수 없는 것이다. 비록 전태일처럼 자신을 불사르는 열정까지는 선택할 수 없다 하더라도…….

희망이란 작은 것에서 시작한다. 그 작은 것이 모여 분신하는 거대함을 이루는 것이다. 그러기에 앞으로 만나는 어떤 사람들 중에는 분명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을 또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세벌식을 쓰시네요! 세벌식 자판이 정말 빠르긴 빠르죠?”

이것. 많은 사람들의 작은 희망들 속에 분명 살아 있는 우리다운 것에 대해 작은 열정들…….


글을 마치며

생각 같아서는 글 말미에 “우리 모두 한글 창제 원리에 맞고 실용적인 세벌식을 씁시다!”라고 쓰고 싶었다. 차마 그 말로 이 글을 맺지 못하지만 자판 하나에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고 이런 체험을 한 사람이 있구나 하는 정도로 가볍게 받아들여 주기 바란다. 그리고 이 글이 지금 자판을 새로 익히거나 혹시 바꾸어 볼 마음이 있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체험담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늘 저녁은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을 만나기 위해 기필코 시간을 내어야 겠다. 그 어느 날 공병우 박사님의 강연을 듣기 위해 억지로 짬을 만들어 달려갔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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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오름, xd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