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첫 아마

"오름 언제 다시 아마야?"

"글세. 아직은 계획이 없는데......"

며칠 전 어린이집에 갔다가 연재가 언제 다시 아마를 할 것인지 묻는다. 내가 아마일 때 함께 갔던 인공암장이 나름대로는 재미있었나보다.

연재는 빨리 아마를 하라고 조른다. 옆에서 영택이도 찬동이다. 연재는 그날 재미있게 놀았지만 영택이는 그날 컨디션이 별로인지 즐거워 보이지 않았는데도 가고 싶단다. 어린이집 규정상 한 가정 당 일 년에 3번은 아마를 해야 한다. 교사들의 휴가와 각종 빈자리를 결국 부모가 채우는 것이다. 다른 어린이집이라면 불가능한 이야기겠지만 공동육아를 하는 부모들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귀찮고도 힘든 그날이 되면 모든 힘겨움에 앞서 우리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함께 목도하고 함께 뒹굴게 된다. 집에서 함께 놀아줄 때의 산이를 보는 것과는 다른 느낌의 무언가를 만난다. 그래서 지난해 가장 잘한 일 중 하나가 산이를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보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래 글은 지난 10월에 첫 아마를 하며 아이들과 지낸 날적이다. 나중에 날적이가 과해 아이들 평하는 부분은 지웠다. 대표교사가 전화를 해서 가능하면 아이들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항상 보여주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했고, 나 자신도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 글은 그냥 날 것이다.

규정상 자기 아이가 속한 반은 맞지 못하고 큰방 아이들과 생활했다. 산이는 아빠 눈치를 보며 눈물 바람을 뿌려댔다. 그런 와중에도 유쾌하고 즐거운 날이었다. 비록 몸은 고되었어도.




초보 아마 오름입니다.

오늘 첫 아마를 했네요. 분홍이 대신 아마를 하는 것이라 도톨방을 할 줄 알고 내심 긴장했지요. 애기들과 뭐하고 노나 걱정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전날 나비방을 할 거라는 소식을 듣고 급 반전...

큰 애들이라 걱정을 많이 덜었습니다.


오전 9시 터전에 도착했어요. 거의 매일 산이가 1등으로 8시에 오는데... 덕분에 9시에 등원. 그런데 정작 산이가 떨어지질 않네요. 눈물 바람에 혼났습니다.

우유곡절 끝에 나들이. 물도 싸고, 물티슈도 준비하고. 나비들에게 오늘은 기어오르는 곳으로 간다고 했더니 일단 모두 찬성. 행단보도를 3번이나 건너야 한다고 하니 다들 좀 실망하는 눈치였지만 하여튼 출발.

간 곳은 에스트로맨 실내 인공 암장. 경성고등학교 4거리에서 청기와 예식장으로 조금 내려가면 SK 주유소가 있어요. 주유소 옆 송원전기라는 큰 간판이 있는 4층 건물 지하가 그곳이지요.

갑자기 건물 지하로 내려가자 아이들 실망하는 빛이 역력하네요. 하지만 인공 암장에 들어서자 환해지는 아이들. 떨어질 때 부상입지 말라고 30Cm 두께의 고탄력 스폰지가 매트리스처럼 쫙 깔려 있어서 푹신푹신해 아이들은 넓은 실내 암장을 막 뛰어 다닙니다.

먼저 아이들을 모아놓고 오름이 두 가지 당부를 합니다. 첫째 뛰어다니지 말 것. 매트리스 사이에 혹시라도 발이 걸려 넘어지면 다친다. 하지만 이 당부는 사실 별 소용이 없었어요. 혈기 왕성한 아이들에게는 좀 무리한 주문. 두 번째는 올라갈 때는 오름이 보는 데서만 올라갈 것. 인공 암장을 지을 것을 예상하고 만든 지하라 4M 높이. 혼자 올라가면 위험한지라... 이 약속은 모두 잘 지켰지요.

먼저 간단하게 턱걸이 놀이. 공중에 매달아 놓은 나무 봉에 매달려 턱걸이하는 기구에 아이들 모두가 도전했지요. 열심히 매달려 한두 개씩 턱걸이(?)를 합니다. 아이들은 별 힘든 기색이 없는데 아이들을 잡아 준 오름의 이마에서는 땀이 나네요.

그 다음 3.5M 높이의 직벽 올라보기. 아이들이 일렬로 줄을 서서 기다리고 한 사람씩 오름과 함께 올라보았지요. 손. 발. 지적해 주는 구령에 맞춰 몸이 움직여가니 어느덧 정상. 아이들 모두가 한번씩 올라 보았어요.

특히 여산이는 키도 크지만 몸이 유연해서 조금만 해 보면 잘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고, 연재는 몸이 가벼워서 움직임이 좋았어요. 예은이는 팔 힘이 강해 힘이 넘쳤고, 승희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올라갔다 내려왔고, 채민이는 의외로 조금 힘이 부족했지만 끝까지 잘 했어요. 정민이 역시 깔끔하게 잘 올라갔다 왔고, 규형이도 작은 체구답지 않게 다부졌고요. 병준이 역시 쉽게 다녀왔어요. 재인이도 도움없이 잘 다녀왔고, 영택이는 조금 힘이 부족했지만 끝까지 올라갔다 왔지요.

그 다음 자유롭게 놀기. 벽에 붙기도 하고 넓은 매트리스를 무대로 뛰어다니고 기고 뒹굴다보니 어느덧 나들이를 마무리할 시간.


인공 암장을 나와서 터전으로 돌아갈 시간.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생기네요. 아이들이 올 때와 달리 짝을 바꾸면서 소란이 생겼어요. 게다가 재인이는 인공 암장에서 아이들 몇이 모여 역할 놀이를 하던 것에 끼지 못해 마음이 상했지요. 채민이 누나 때문이라고 채민이와 입장이 갈리면서 상황이 묘해졌어요. 그래서 손바닥 위 아래 놀이로 짝을 새로 정하고 겨우 출발을 했는데 재인이는 앙금이 남았는지 마음을 풀지 않네요. 짝손을 거부하고 혼자 가겠다고 하는 통에 초보 아마 급 당황.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재인이 편을 들어주어도 재인이가 계속 더 나갈 것 같고. 결국 어찌어찌하여 손잡기를 거부하는 재인이의 손을 잡고 터전으로 귀환. 하지만 그 여파는 오래 갔어요. 재인이가 자신이 더 주장을 해도 되는 것으로 알아들었는지 낮잠 시간까지 여운이 갔으니... 그때는 재인이도 자신이 놀이에 끼지 못해 억울한 심정을 토로할 당시라 그 상황과 짝손을 하지 않은 것을 분리해 처리하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던 것 같아요. 가능하다면 상황이 연결되지 않도록 끊어 생각하도록 이야기 할 필요가 있었던 것 아닌가 하는 반성이 되고 또 일차적으로 '갈 때 짝꿍'이 '올 때의 짝꿍'이라고 명확하게 이야기해주었다면 상황이 복잡하게 꼬이지 않고 오는 길이 좀 더 즐겁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돌아와서 식사시간. 어린방들 식사시킬 때보다 큰 방이라 확실히 편안하게 지나가네요. 이빨에 문제가 있다는 채민이, 규형이와 아직 시금치를 잘 처리해내지 못하는 영택이를 빼고는 모두 씩씩하게 식사를 잘해요. 영택이는 시금치를 조금 덜어주자 금새 밥을 다 먹었고, 규형이와 채민이도 끝까지 남기지 않고 잘 먹었어요. 또 놀라웠던 것은 아이들이 식사를 하고 나서 바로 치카를 스스로 한다는 것이었죠. 꽃다지가 그간 아이들에게 좋은 버릇을 가르쳐 준 것 같아요.


고모가 만들어 준 맛있는 점심 식사 후에는 마당놀이를 하고 낮잠을 자러 들어왔어요. 자리를 깔아주니 아이들이 스스로 옷을 갈아입고 잘 준비를 합니다. 4권의 읽고 싶은 책을 다 읽어 줄 때까지 오히려 눈이 말똥말똥. 책을 다 읽어 준 다음에서야 쉬를 누고 물을 먹겠다고 했다가 꽃다지에게 혼나고(잠자리에 들어오기 전에 쉬를 누고 물을 먹기로 약속을 했다네요.)... 잠에 들었지요. 규형이는 집안 일로 조퇴.


간식을 먹은 후에는 또 마당놀이. 아이들도 마당놀이를 원해서 마당놀이를 밀었지요. 마당놀이를 하는 아이들을 보니 한톨방이랑 또 다른 모습을 봅니다. 산이가 있는 한톨이들은 마당놀이를 할 때 대체로 같은 놀이들을 합니다. 모내놀이가 대부분인데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함께 모여서 노는데 나비들은 연령 대가 섞여 있어서인지 3가지 부류로 나뉩니다. 고무줄놀이를 하는 여자아이들. 축구를 하는 정민이와 병준이, 재인이와 영택이는 모래놀이. 마음대로 놀아보라 하니 잘 섞이지 않네요. 여자아이들 중에서도 예은이는 실내에서는 잘 어울리는데 고무줄놀이는 끼려 하지 않습니다. 매일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오늘은 그렇게 분리되어 보이네요.


저녁 6시. 드디어 오늘 아마가 끝나는 시간. 하루 종일 아빠 주위를 맴돌며 눈물 바람을 뿌렸던 산이가 빨리 집에 가고 싶다고 칭얼거립니다. 정말 하루가 어찌 갔는지 모르게 휙 지나갔네요. 그들 나름대로 조그만 사회를 이루고 있는 아이들 모두의 희노애락과 애증의 관계를 가슴에 담으며 초보 아마의 하루를 마칩니다.



아마를 마치며 느낀 점.

"다친 아이들 없이 잘 마쳐서 감사하다."

"아이들과 더 많이 친해져서 기쁘다."

"다행히 핸드폰이 울지 않아 편안했다."



다음 아마를 위해 개선할 점.

"아마를 하기 위해서는 해당 교사와 미리 많은 교감이 필요하다. 아이들의 상태와 연속성의 관점에서 보면 다른 방 부모가 아마로 올 때 많은 장애에 부닥친다."

"해당 교사 역시 아마에게 하루 일정에 따른 여러 가지 준비 또는 주의 사항 등을 알려주는 것이 좋겠다. 예를 들어 나들이 나갈 때 가져갈 것, 미리 약속한 짝손(올 때도 같은 짝), 자기 전 하기로 한 약속 등을 미리 아마가 알고 있으면 그대로 할 것이며 흐름이 좀더 매끄러워질 것이라는 생각이다. - 교사회에서 고민하고 반영해 주시길..."



오늘 나에게 보인 아이들의 모습(오늘 하루의 삶을 통해 본 오름의 사적 견해임.)

정민 : 무엇이든 잘 하지만 때때로 분쟁이 생겼을 때 그것을 내게 설명해 줄 때는 이전과는 다르게 왠지 위축된 모습을 보여준다. 혹 자신은 늘 양보를 해야 한다는 자기 검열성 스트레스를 받거나 누군가 자신을 평가하는 것에 대해 지나치게 민감해 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재인 : 모두가 모일 때 앞에 잘 나서지 않고 뒤로 물러나 있다. 그리고 누군가 자신을 불러와 맨 앞줄에 앉혀 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모습이다. 그러지 않으면 삐지는 편이다. 스스로 일을 만들어 내는 역할 모델이 필요하고, 칭찬과 냉정함 사이의 절묘한 줄타기가 필요해 보인다. 어쩌면 오늘 컨디션이 별로 인지도 모르겠다.

규형 : 누구나와 잘 어울린다. 특별히 모난 데가 없지만 잘 들어나지 않는다. 가끔은 내재된 에너지를 발산해 주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채민 : 자존심이 강하고 의사가 분명하고 처신에 대해서도 밝다. 싫고 좋음이 분명하기 때문에 그것이 작은 사회에서는 정치적인 모습으로 보이는 부분도 있다. 리더로서 행동하지만 너그러움과 포용력이 조금은 아쉽다.

승희 : 그간 밝고 강한 모습을 주로 보았는데 오늘은 의외로 소심한 모습을 함께 보여준다. 기분이 상하면 자기 의사를 분명히 밝히기보다 침묵하는 편이다. 자기의 이야기를 하다가도 누군가 강하게 자신에게 어필하면 져 준다. 뜻밖에도 외적 지향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여산 : 신체적으로 가장 강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스포츠 클라이밍이 장미빛 전망이라면 한번 권해 볼만도 하겠지만 그렇지 못하니 그러진 못할 것 같다. 오늘 여러 분쟁이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여산이에게만은 비켜간다. 관계의 설정이 뛰어나고 크게 두르러짐이 없어 그런 것 같다.

연재 : 모든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다. 특별히 싫고 좋음을 아이들에게 전파하지 않는다. 항상 모든 모임에 끼지만 어느 순간 갑자기 사라져 버리는 듯한 느낌도 받는다. 자신의 주장으로 무리를 이끌어 가는 역할을 하지 않지만 항상 무리로부터 초대를 받는 재미있는 위치를 점하고 있다.

병준 : 특별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돌아보면 모든 자리에 항상 있는 형국이다. 일명 배후세력이라고 할까. 두루 영향력을 끼치지만 그 자신은 그리 들어나지 않는다. 차분한 성격이지만 때때로 빠르게 흥분하기도 한다.

예은 : 활달하고 사색적인 아가씨. 무리와 잘 어울려 놀지만 때때로 무리에서 떨어져 혼자 있는 경우가 있다. 특히 야회놀이에서 그랬는데 자신이 잘 알고 잘 하는 것이 아니면 돌아서는 편식은 아닌가 잠시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도 너무 활달하고 격이 없어서 오름만 보면 몸놀이를 하자고 달려드는 야성미 때문에 때때로 오름이 피하기도 한다는...

영택 : 주로 재인이와 아웅다웅하며 노는 편이다. 전체적인 교류 면에서는 아직 폭이 넓지 않고, 무리에 끼려는 노력도 소극적인 편이다. 그러다 보니 자기방어 본능이 자주 들어난다. 산이의 모습을 보는 듯한 느낌. 산이처럼 주변에서 아직 도움을 많이 주어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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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오름, xd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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