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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4/06 유기농 식당 준비 모임 _ [오름, xdg] (2)

유기농 식당 준비 모임

요즘 성미산 마을에서는 여러 논의들이 가득합니다. 홍익대의 초중교를 성미산에 지으려는 것을 막고 생태공원화 하자는 것이 가장 큰 이슈입니다. 성미산은 성미산 마을의 가장 중심에 있는 이념적인 산이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가치 위에 다양한 이슈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마을 서재가 그렇고 유기농 식당 논의가 그렇습니다. 저 역시 유기농 식당의 논의 안에 끼어 있습니다. 모임 안의 누군가 이야기한 데로 "있기만 해도 고마운 식당"을 원하고 아이와 마음 놓고 풍성하고 저렴한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원하기 때문이지요.


모든 논의는 그러나 언제나 긴장감이 팽배해야 합니다. 돈이 오가고 긴 세월을 장수하려면 그만한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성미산 마을은 이미 한 번의 실패를 더 경험했습니다. "성미산 차 병원"이 결국 해산 총회를 했다는 풍문이 맞는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성미산 차 병원을 이용해 보지는 못했습니다. 중고 자동차상을 하는 절친한 선배가 있어 늘 중고차를 구입했고 관리 또한 선배에게 늘 의탁하였으니 별다른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지요.

안타깝게도 성미산 차 병원은 조합과 운영 주체 사이의 난처한 관계 때문에 그리 효율적이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조합이 사람을 고용해 적절한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운영되어야 하는데 고용한 사람을 어쩌지 못하는 상황이 될 때 결과적으로 조합은 누군가의 일자리만 제공하고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난처한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지요.


이번의 유기농 식당도 마을에서 음식 잘하기로 소문난 김요리사의 결심이 촉매제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내심 걱정이 되었지요. 때때로 중심에 선 사람이 있다는 것은 효율 면에서 이로움이 많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중심이 흔들리면 조합 자체가 유명무실해 질 수도 있으니까요.


사람이 중심인 이곳에서도 여전히 그것은 고민거리입니다. 아래의 글은 유기농 식당 준비 모임을 다녀와서 기획자 출신인 스스로가 준비 모임에 던진 우문입니다.


과연 우리는 준비 모임을 잘 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식당"을 만들고 긴 시간 동안 유지할 수 있을까요? 노력 이전에 마음을 맞추는 현재의 상황을 잘 헤쳐 나가기를 간절히 기원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 사람의 일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요즘을 느낍니다.



 

유기농 식당 첫 모임에 다녀와서


오름입니다.

오늘 느낀 점 중에서 몇 가지만 추려서 써 보았습니다.

제가 시간이 지나면 생각의 단편들을 잘 잡지 못하는 스타일이어서…….



김요리사에 대해

먼저 유기농 식당이 잘 되기 위해서는 큰 전제 조건이 있는 것 같습니다.

바로 김요리사의 비중을 최대한 줄이는 것입니다.


참 아이러니한 말이지요. 유기농 식당의 발화가 김요리사에 대한 신뢰와 믿음 그리고 결단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쉬이 할 수 있는 말이 아닙니다. 하지만 생성을 논의하는 조합(? 일단 이렇게 칭하겠습니다.)의 가장 큰 장점이자 문제점은 바로 김요리사 자신이라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오늘 나온 상당 부분의 이야기도 모두 김요리사에게 오로지 의지하는 말들이 많았습니다.


요약하면 너를 믿고 큰돈을 투자할 수 있다. 너만 잘하면 모든 것은 문제없다. 너무 등골 빠지게 일을 시키면 안 된다. 라는 말들이 어지럽게 오고갔는데 그 말들의 이면에는 김요리사에게 너무 많은 책임과 의무를 덧씌우는 꼴을 스스로 자초하는 셈이고 이 모든 계획이 김요리사의 존재가 없게 되면 그것으로 끝인 프로젝트가 되어버리는 것을 스스로 자인한 꼴입니다.

그래서 저는 조합의 입장에서 김요리사의 존재적 가치를 식단을 짜고 관리하는 사람으로 한정하는 것이 맞다 생각합니다.

식당에서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요리사가 아닙니다. 식당에서 필요한 것은 그 식당에서 내어놓는 식단입니다. 그 식단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매혹시킬 수 있는지, 또 그 식단이 얼마나 생명력 있게 동일한 맛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요리사는 그것을 유지하는 일종의 도구이지요.

그 때문에 이번 조합의 결성을 촉진시킨 김요리사와 조합의 관계 맺음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에 따라 이 조합의 성공과 실패가 결정된다고 감히 극언을 할 수 있습니다.

즉 식당은 식단에 의지해야 하지 요리사에 의지해서는 안 됩니다. 이 때문에 식단을 짜고 관리하는 사람은 동일한 재료 하에서는 그 누구(식당에서 일정한 트레이닝을 거친 사람 정도)라도 준비된 재료가 준비되면 동일한 음식과 동일한 맛을 낼 수 있는 매뉴얼과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 또는 그것을 훈련시키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이렇게 김요리사의 존재적 가치를 한정지을 때 조합은 식단, 사업계획, 마을과의 관계, 조합의 역할 등 모든 것을 원점에서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매우 정상적인 관계 맺음이고 사업에 있어서의 순리라고 믿습니다.


저 역시 모든 분들과 마찬가지로 마을의 신뢰를 받고 있고 인간이 살아가는 데 진정으로 고민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공통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는 성미산 사람인 김요리사가 새로운 조합이 결성될 때 그 사업의 성패를 결정하게 될 식단을 책임져야 한다고 믿습니다. 인간적인 관계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어려운 결단을 한만큼 10년은 일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주자는 의견 역시 동의합니다.

하지만 조합과의 관계는 그렇게 되어서는 조합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없다는 것 역시 알고 있습니다. 조합은 김요리사의 직장을 보장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좋은 의도의 조합을 만들었고 그 자리에 꼭 필요하고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서 김요리사를 선택하는 것이 되어야 하고 그 결정을 신뢰할 수 있는지, 유효한지에 대해 늘 평가해야 합니다. 즐거운 동거는 6개월에서 1년까지 밖에는 유효하지 않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결국 검증된 상황에 맞게 행동하게 될 뿐입니다.


이 때문에 저는 김요리사의 큰 결심으로 조합이 촉발되었다 해도 조합의 살아남고 오래 존속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김요리사의 비중을 “식단”으로 한정하는 선에서 가능한 작게 줄여야 하고 그 나머지 부분을 조합이 책임지는 형태로 가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것이 김요리사에게도 부담을 더는 길일 것이고 늘 자신을 쇄신하는 일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또한 오늘 송구하게도 조합을 운영하는 상황에서 김요리사를 빼고 갈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둘 수 있어야 한다고 감히 말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사업 계획서

오늘 선수가 한 말 중 가장 귀 기울일 부분은 역시 사업기획서입니다. 단순히 6월까지 돈 걷고, 여름에 집 얻고, 가을에 오픈하고 하는 식으로 진행되면 제가 볼 때 백전백패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1년 안에 이변이 없는 한 해산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일이 잘 되려면 사업계획서를 짜고 계획서에 의한 로드맵 대로 움직이고 일을 분담해야 합니다.


사업 계획서를 짜기 전에 먼저 할 일이 있습니다. 발기인을 확정하는 것입니다.

먼저 소액 출자가 아닌 공식 출자자로 분명한 의사를 밝힌 사람들을 완전히 확정해야 합니다. 이 사람들은 조합의 이념과 사업 방향을 정할 사람들이고 앞으로도 조합의 중추가 될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이 사람들이 모여 사업 계획서를 함께 짜고 업무를 분담해야 합니다. 1주일에 한번은 모여 치열하게 토론하고 과제를 내고 그 결과에 대해 의견을 교환해야 합니다. 아무리 조합으로 사업을 한다고 해도 허술하게 할 수는 없습니다. 보통의 사람들도 식당 하나를 열어도 창업 박람회부터 프랜차이즈 설명회까지 쫒아 다니고 상권을 분석하고 관련 서적을 읽는 등의 일을 하는데 우리만 김요리사와 기린이 잘 해 주겠지 하면 그 사업은 잘 되기가 참으로 난감합니다. 하다못해 요식업에 대한 법률이라도 조금은 알아야 사업을 하지 않겠습니까?


이 때문에 사업계획서는 필수일 뿐 아니라 우리 자신의 트레이닝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합니다. 사업 계획서에는 다음의 네 가지를 필수로 담아야 합니다.


첫째는 오늘 이야기한 “어떤 조합”인가? 에 대한 부분입니다. 꼬지도 이야기 했지만 이 부분은 우리의 운신 폭을 결정해 줄 것입니다. 이것에 따라 식단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이후 소액 투자자를 유치할 때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될 것 입니다. 아마도 상당 시간 돈이 묶일 것이므로 어떤 유형의 소액 투자자인가를 결정하는 역할도 됩니다. 기본적으로 공익을 존중하고 따르면서도 이윤을 내는 조합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아마도 그 앞에 “마을”자를 붙이게 될지도 모르지만 우리가 오늘 이야기한 데로 ‘있어서 감사한 식당’이든, 아니면 그 어떤 식당이든 스스로 규정해야만 우리 자신도 어떤 각오를 해야 하는지 결심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조직의 구조입니다. 오늘 선수의 말 중 주인 의식이나 오너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사실 저는 그 이야기가 조금 불편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틀린 이야기가 아닌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조직의 결정이 합의체로 가야지 특정 오너에게 힘 실어주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믿고 있지만 어찌되었든 조직의 구성에 대해 사업계획서에서 분명하게 집고 넘어가야 합니다. 투자자가 중심이 된 운영위원회 또는 이사회가 있고, 하부 조직으로 식단(또는 요리)부, 운영부 등이 있고, 식단부는 요리만은 책임지고, 운영부는 식당 전체의 운영과 직원 관리 등을 하고, 이후 여력이 되면 사입부 등을 두어 회계 및 식재료의 사입만을 전담하게 하는 등의 조직 구성까지 하여야 합니다. 즉시 가동 형태가 되려면 미리 누가 맡을 지까지 결정을 보아야 합니다. 인건비 역시 확정을 해야 합니다. 시작 후에 이런 부분에서 잡음이 생기면 힘겨워집니다. 시작 전에 말을 맞추고 결정하는 것이 맞습니다.

또한 빼 놓지 말아야 할 것이 소액투자자 건입니다. 소액투자자가 조합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의가 있어야 합니다. 이 부분을 정의하지 않으면 후에 소액투자자도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지, 이익 배당에 있어서 어떤 권리를 가지는지, 식당 이용에 있어서 혜택이 주어져야 하는지 등에 대한 무수한 문제들이 발생하게 됩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투자가 아닌 소멸성 맴버쉽 개념을 도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고, 순수한 투자자(주식 배당과 비슷한 의미의)로서 모시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세 번째는 식단입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이지요. 어떤 식단으로 할지에 대해 결정을 해야 합니다. 이 부분은 김요리사의 의견 뿐 아니라 전체의 의견을 모아야 합니다. 식단이 김요리사가 잘 할 수 있는 요리가 아니라 조합이 내 세우는 이념과 고객층을 먼저 생각해야 하고 그 사이에서 접점을 찾아야 합니다. 오히려 이렇게 결정한 식단에 대해 김요리사가 트레이닝하는 것이 맞습니다.

이렇게 결정된 식단은 최소한 몇 차례의 시식을 걸쳐 검증을 해야 합니다. 최소한 두 차례 정도의 시식을 통해 식단이 검증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후 오픈 전까지 재료의 조리 방법에 대한 표준화와 요리 방법에 대한 표준화 방안까지 만들고 검증하는 로드맵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그 방안 안에는 식기류의 선택, 서빙의 순서와 서빙 타이밍까지를 포함하고 있어야 겠지요.


네 번째는 자금의 운영 방안입니다. 기본적으로 초기 출자금이 조합이 생산한 최초의 가용 자금입니다. 이것을 어떤 식으로 집행할 것인지에 대해 분명한 로드맵이 있어야 합니다. 오늘 대로변에 좀 뻑적지근하게 하자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당장은 출자금 선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얻고자 하는 식당의 규모를 상정하고 보증금과 월세, 인테리어 비, 가구 및 식기류 구입 비, 식재료 사입비(이 부분은 식단 구성과 함께 매우 상세하게), 인건비, 기타 운영비 등을 계산하여 기본비용에 대한 총계를 초기 투자비와 매월 지출비로 나누어 뽑고 이에 대한 지출 계획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 다음 손익분기에 대한 계산과 그 시점에 대한 예측 역시 함께 담아야 합니다. 그래야 대략적이라도 운영에 대한 기본적인 방향과 자금 집행 계획이 완성됩니다. (아마도 이쯤 하면 자금 조달 계획 때문에 마음이 답답해지겠지요.)


가능하다면 다섯 번째로 지속적 발전 계획에 대한 로드맵까지 있다면 좋겠지요.


이상과 같이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되 적어도 앞의 네 가지는 6월에 출자금을 걷겠다면 그 전까지는 끝나야 합니다. 그런 다음 위 네 가지에 동의한다는 조건 하에 출자금을 걷고 그와 동시에 조합 결성을 선언해야 합니다.


이것이 최소한의 준비 단계라고 믿습니다.



오늘 첫 모임을 다녀와서 느낀 바 있어 주저리주저리 글을 썼습니다. 동의하시는 부분도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이미 이런 고민쯤은 모두가 하셨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짧은 일정 속에서도 우리가 소정의 결과를 얻으려면 적어도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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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오름, xd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