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기르다

산이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귀를 기울이면"이라는 게시판을 만들었다. 각자의 삶이나 자신의 관심사를 진솔하게 이야기하는 그런 자리라고 할까? 차례가 되어 나도 쓰게 되었다.


1편은 그해 있었던 머리를 기르며 느꼈던 생각의 단편이다.



 

머리를 기르다.


요즘 나는 머리를 기르고 있다.
머리를 기르는 것이 뭐 대단한 일일까 하지만 나이 사십이 넘은 남자가 유교적 사고와 직장인으로서의 사회적 규범에 제약을 받는 상태에서 머리를 기른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다행이 내 직장은 소위 IT 기업이라 비교적 복장이나 두발 등이 자유롭기는 하지만 그래도 소위 한국 남자들에게 주어지는 기본적인 규율과 눈들이 존재하다보니 나 자신도 항시 스스로를 자기 검열하는 경우가 지금도 비일비재하다.


생각해 보면 독재와 자유의 시대를 거쳐 온 표준적인 한국 남자가 귀를 거의 가리고 목을 반쯤 덮을 정도로 머리를 기른다는 것은 참 상상하기 힘든 돌출 행동일 것이다. 초중학교 시대에는 그야말로 권위적인 시대라 머리를 기른다는 것은 인생을 포기한 행동처럼 제약을 받았다. 그리고 전두환 시대에 비로소 학생들의 두발 자유화가 있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정치적인 쇼였고 두발이 자유로워진 것은 아니었다. 고교 시절에도 학생부 선생들은 여전히 바리캉을 들고 다녔다. 조금만 머리가 길어도 머리 한 가운데로 길을 내는 것이 별 흉이 되지 않던 시대를 살았다. 대학 때는 자유로움 보다는 엄격함에 지배당했고 머리를 빡빡 깎고 군대를 다녀왔다. 그리고 이어진 직장 생활은 대부분 스포츠보다는 약간 긴 머리를 하고 다녔다. 한때 회사를 운영할 때에는 머리에 대해 더 엄격했다.


머리를 길렀다면 아마도 잘 생각나지 않는 초등학교쯤이었을 것이다. 사진들을 보면 귀를 덮을 만큼 길렀던 적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내 의지였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내 의지에 따라 머리를 기른 적이 단 한번 있었는데 20대의 혈기 방자한 한글과컴퓨터 재직 시절이었다. 그때는 무어랄까 가슴에 품은 꿈이 컸는지 ‘만나는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과 나 자신만의 고유한 무언가를 표현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적당한 방법이 없는지 고민을 하던 차에 외적 방법의 하나로 머리를 길렀다. 당시 나의 카운슬러였던 윤순이 누나에게 조언을 구했고, 처음으로 미장원이라는 곳을 따라 같다. 그것도 이대 부근의 미장원이었는데 그곳 언니(?, 오늘날에는 스타일리스트라는 말로 표현하지만 그때에는 그저 언니라는 호칭으로 통했던 것 같다.)의 조언의 받아 귀 쪽은 스포츠머리처럼 치고 뒷머리를 기르는 형태로 머리를 길렀다. 당시의 유행한 머리인지는 생각나지 않지만 그 머리가 맥가이버 시리즈 중에 맥가이버가 한 머리의 형태 중 하나와 비슷했다. 아무튼 한 사람의 머리를 다듬기 위해 한명의 언니와 여러 사람의 보조들이 붙어 서비스하는 행위를 처음 겪어 본지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그 의도는 매우 훌륭했고 사람들에게 외적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 과정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그 머리를 언제까지 유지했는지는 기억에 없다. 아마도 귀를 덮지 않는 형태의 긴 머리라 심리적으로 머리를 길렀다는 의식이 희박해서일지도 모르겠다.


그 후 어떤 계기로 생활 한복을 입게 되었는데 이것이 머리를 기르고자 했던 의식과 같은 것이었는지 모르지만 그 후로는 머리를 기른 기억이 없다. 이상하게도 나를 대했던 여러 사람들이 생활 한복이 내 이미지와도 잘 맞는다고 하는 칭찬에 힘입기도 했지만 입어 보니 편하고 마음도 편안해지는 느낌이라 이후 생활 한복 마니아가 되었다. 지금도 가지고 있는 양복보다 생활 한복이 더 많다. 그런데 생활 한복이라는 것이 보통의 옷보다 더 시선이 많이 가는 옷이라 머리까지 장발이면 시선을 더 견딜 수 없다 판단했는지 생활 한복을 입으면서 머리가 조신해 진 것 같기도 하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몰라도 그 이후 장발에 대한 기억은 끊겼다.


20대의 긴 머리 사건 이후로는 스포츠머리이거나 그보다는 조금 긴 머리를 오랜 기간 고수해 왔다. 이른바 바른생활 머리다. 유지 관리도 편하고 이런 머리는 5,000원하는 규격화된 브랜드 머리점에서 쉽게 깎을 수 있는 스타일이라 접근이 쉬웠다.



사실 나는 바람에 머리가 날리는 느낌이 참 좋다.

머리가 바람에 날리면 산발이 되는데도 바람을 받으며 머리가 펄럭이듯 날리면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는 쾌감을 얻는다. 마치 나도 날리고 있다는 느낌, 하늘하늘 거린다는 느낌, 붕 떠오르는 것 같은 느낌과, 지상의 발이 지면에 붙어 있기 위해 긴장하는 약간의 저항 사이에 존재하는 부조화 등의 느낌이 가슴에 새겨진다. 그런 느낌들이 가슴에 스물스물 기어들어오며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


이런 느낌을 처음 느낀 것은 어느 날 밤의 인수봉 위에서였다. 20대의 질풍노도와 같은 시기는 나에게 참 불안하고 힘겨운 삶이었다. 삶이 한번 바뀌었고, 바뀐 삶 역시 늘 불안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마음을 다잡을 수 없을 때는 일하다 말고 구두에 정장 차림으로 원효 리찌를 타고 백운대에 자주 올랐다. 젊은 시절 몸담았던 한글과컴퓨터의 근무 환경이 좋았던 탓도 있었다. 1주에 44시간 하루 4시간 이상만 근무하면 되는, 지금 생각해도 최고의 근무 조건에서 일하다 보니 일이 막히거나 삶이라는 과중한 형이상학적 스트레스를 받으면 컴퓨터를 로그아웃(로그아웃을 하면 근무시간 산정이 안 된다. 그래도 게으른 것은 아니어서 항상 70시간 넘는 주간 근무 기록을 남겼다.)하고 열기를 식히기 위해 무작정 산을 오르는 것이다. 때로는 그것으로도 마음의 화를 참지 못한, 부글부글 가슴 끊는 밤이면 배낭을 메고 야간 암벽 등반에 나섰다. 이렇게라도 마음을 식혀야 삶이 살아나는 것이다. 다잡지 못하고 풀어져 버리면 그땐 속수무책이 될지도 몰랐다. 항시 책상 밑에는 암벽화, 안전벨트, 카라비나, 로프 등이 배낭 속에서 대기 중이었다.


당시 암벽 실력이 일취월장하던 때라 겁이 없었다. 솔로 등반을 한다고 여러 번 선배들에게 걸려 혼이 나기도 했지만 대슬랩을 넘어 인수 B 코스로 오르는 길 정도는 가벼운 리치 등반을 하듯 혼자 올랐는데 컴컴한 밤 랜턴에 의지해 오르는 맛이 정말 좋았다. 흐릿한 헤드랜턴에 시각의 모든 것을 의지하며 천 길 낭떠러지를 홀로 오르다보면 마음속의 화는 어느덧 삭혀지고 삶에 대한 무서운 집중력이 되살아났다. 죽기 위해 오르는 길은 아니지만 그 길은 죽음을 도처에 깔아 놓았고 아무리 익숙한 길일지라도 어둠 속에서는 모든 것이 흔들렸다. 그 두려움을 뚫고 등반을 마친 후 아무도 없는 인수봉 위에 올라 철퍼덕 바닥에 주저앉으면 저절로 “휴~” 하는 한숨이 나왔다. 그것은 어쩌면 “다행이야. 이렇게 살아있어서”라든가 아니면 또 살아갈 남은 날을 위해 “이제 그만 되었지. 마음 풀린 거지.” 하는 위안의 하나였다. 그리고 준비해 온 라면 하나를 끓여 먹으면 다시 세상에 나가 투쟁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기는 것이다.


아마도 5월 초순 쯤 되었던 것 같다. 그날도 생리를 하는지 가슴 속에 이는 화를 참지 못하고 어두운 밤 홀로 인수봉을 올랐다. “휴~” 하며 정상에 올라 뜨거운 라면으로 속을 채운 후 찬 바람을 피해 우모복에 몸을 숨기고 찬란한 서울의 야경을 인수봉 위에서 한참을 보고 있었다. 더 있고 싶었지만 점점 바람이 차가워졌다. 두터운 우모복을 뚫고 한기가 몰려왔다. 가야할 시간이다. 물러날 때를 아는 것도 산에서 배워야 할 겸손의 하나. 하강 코스로 이동해 하강용으로 전락한 로프를 피톤에 걸고 줄을 날렸다. 로프는 팽팽하게 일직선을 그렸다. 하강 코스에서 맞이한 바람. 대단한 바람이었다. 중력의 법칙을 무시하며 수평선을 펼치듯 바람의 방향으로 로프가 걸렸다.


4월말 5월 초가 되면 인수봉의 하강 루트는 항시 강한 바람 탓에 가장 조심해야 할 곳으로 변한다. 계절이 바뀔 무렵이라 서해에서 강한 바람이 들어오는 때다. 북한산 앞까지 막힘이 없으니 바람은 그 강한 힘을 믿고 줄 곳 줄달음쳐 오다가 북한산에 이르면 그만 당황하고 만다. 836m의 백운대와 810m의 인수봉이 긴 골을 걸고 버티고 있다. 그러니 서로 빠져 나가려고 요동을 친다. 백운대와 인수봉 사이의 골은 그래서 바람의 아비귀환이요 난장의 전형을 보여준다. 경쟁 한번 없이 웃으며 온 바람들은 이 좁은 골에 이르러 서로 먼저 나가겠다고 다투는 형국이니 순간순간 바람도 이런 바람이 없다. 봄이 되었다하나 바다에서 들어오는 바람은 차고 습하다. 인수봉의 하강 루트는 하필이면 인수봉과 백운대 그 사이의 바람 골이다.


그러니 이때가 인수봉에서 가장 많은 사고가 나는 때이다. 하강 루트 쪽에서 연등을 하다 밤이 되면서 여러 명의 목숨을 빼앗았던 대 사건도 이때에 일어났고 낙석 사고며 등반 사망 사고 또한 이때의 기록이 가장 많다. 계절이 바뀌어 시즌이 시작될 때라 사람이 몰리고 아직 시즌에 완전히 준비가 안 된 사람들이 차고 습하고 강한 바람에 노출되면서 이런 저런 악연들이 생기는 것이다.

나도 이 골에 있는 산악회 30주년 기념 루트인 “알파30”을 혼자 보수 하러 들어갔다 겨우 볼트 하나를 박고 추위에 입술까지 파래져서 나왔던 기억이 나는데 이때 역시 4월 말이었다. 찬바람에 맛이 간 내 몰골이 당시에 얼마나 처참했는지 지나가던 등산객들이 앞 다투어 먹을 것과 뜨거운 물을 주었던 기억이 난다.


하여튼 겨울에도 만나기 힘든 강한 바람이 자주 불어오는 계절. 그 날 밤이 아마도 그런 밤이었던 것 같다. 긴 여운을 남기며 하산할 시간. 침낭이라도 가져 왔다면 아침까지 잠을 청해 볼 수도 있었겠지만 그럴 준비까지는 미처 하지 못한 밤. 로프에 팔자 하강기를 걸고 안전벨트에 걸려있던 카라비나를 하강기와 연결한 후 링을 채웠다. 그리고 피톤에 걸려 있던 몸자용 카라비나를 풀었다. 몸자가 풀리면서 팽팽하던 안전벨트가 느슨해졌다. 몸을 약간 뒤로 젖히자 이네 팔자 하강기와 연결된 부위가 다시 안전벨트를 팽팽하게 당긴다. 이제 하강을 할 시각이다. 몸을 낮추고 체중을 이용해 하강기에 걸린 줄을 풀면서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 몸에 익은 간단한 일이다. 그런데 몸을 낮추는 순간 안 그래도 팽팽하던 바람이 갑자기 더 세차게 밀려오기 시작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내 몸을 감싸더니 갑자기 하늘로 비상하는 것이다.

흡! 비명이 터질 뻔했다. 중심을 잡으려고 발끝에 온 힘이 모였다. 그리고는 날아가지 않기 위해 엉덩이를 낮추고 체중을 무릎 아래로 집중했다. 로프를 잡은 오른손은 땀이 날 정도로 힘이 들어갔다. 비록 몸이 완전히 들리지는 않았지만 오한이 날 정도의 기세였다. 팔자 하강기가 로프에 제대로 걸려 있지 않았다면 산 아래로 추락했어도 이상할 것이 없는 그런 바람.


그때 느낌이 왔다. 짧은 머리로는 느끼지 못했지만 눈썹이 날리는 파리한 느낌. 처음 느껴보는 짧은 전율에 몸이 떨었다. 그 느낌은 뭐랄까. 온 몸이 다 날리는 느낌이랄까. 오버행으로 하강할 때 발을 밀며 허공에 몸을 날리는 순간 가슴 아래가 찌릿하며 오줌을 지릴 것 같은 그런 느낌. 아마도 그런 느낌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참 이상도 하지. 왜 하필 눈썹이란 말인가? 더 긴 머리도 있었는데 감각조차 느끼기 힘든 그런 부위를 통해 전율이 느껴지다니? 오랜 고민 끝에도 그 이유를 알 수는 없었지만 그 느낌만은 바람이 불 때마다 인수봉 위에 설 때마다 늘 생각나는 잊을 수 없는 이채로움이었다. 그리고 잊을 수 없는 그 느낌은 오래지 않아 어느 날 우연히 다시 나를 찾아 왔다.



머리를 자르는 시기를 몇 번 놓치다 보면 그리 길지는 않지만 더벅머리가 될 때가 있다. 이 때 쯤이 되면 주변의 눈총과 가족들의 성화가 극에 달한다. ‘조만간 꼭 머리를 깎아야 겠다’고 결심을 하며 집을 나선 어느 날, 차고 강한 바람이 찾아왔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해 내 머리를 흔들고 지나갔다. 머리가 날리며 산발이 되었는데 바람이 지나가는 순간 눈썹 날리던 그때처럼 가슴이 부르르 떨었다. 분명 같은 느낌인데도 왠지 다른 느낌. 좀 더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 그 순간 그 느낌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인수봉에서의 그 느낌은 오한이 나고 살이 떨렸던 느낌이었다면 이 느낌은 마치 기대하지 않았던 뜻밖의 선물에 환희를 느끼는 것이랄까. 내심 나를 기억해 주었으면 하고 은근히 기대했던 사람이 어느 날 문득 내 앞으로 다가와 손을 잡아주는 짜릿함 같은…….

생각건대 그 순간부터였을까? 머리가 날리는 느낌이 참 좋았던 것이. 아마도 그럴 것이라 생각이 든다.



아쉽게도 그러나 나는 머리를 기르기에는 알맞지 않은 몇 가지 제약 조건을 가지고 있다.

그 첫째는 앞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사회가 만들어 놓은 남성의 머리에 대한 관념이다. 머리를 자르는 것은 불효라 하여 단발령에 반발해 자결을 한 자들까지 있었다 하는 시대가 불과 100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어느덧 우리 사회에서는 남자가 긴 머리를 갖는 것은 사회에 대한 반항이요 부도덕처럼 보이는 시기에 살고 있다. (시대가 바뀌었지만 적어도 내 세대에게는 아직도 상당부분 유효하다.) 이건 한국이라는 사회가 가지고 있는 하나의 규범이요 역사가 만들어 낸 경직성이니 따로 논할 필요가 없는 부분이다.

둘째는 내 머리가 건성 모발이라는 데 있다. 건성 모발이니 습성이나 중성 모발에 비해 머리를 감고 말리고 나면 머리가 붕 떠서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이 때문에 머리를 가라앉히기 위해 수십 번의 빗질과 잘 하지 못하는 드라이를 한답시고 시간을 잡아먹는다.

셋째는 머리숱이 너무 많다. 건성에 머리숱까지 많으면 머리 건사가 참 힘들다. 부풀어 오를 때의 통제가 힘들고 머리가 조금만 자라도 더벅머리가 되기 일쑤다. 그러니 짧게 쳐버리는 것이 상책이 된다.

넷째는 머리가 유난히 곱슬이다. 곱슬머리 중에서도 자연스럽게 웨이브가 나오는 머리라 생머리를 하고 다니면 다들 파마한 것 아니냐고 물어올 정도다. 한 때는 머리를 조금 길러 스트레이트파마를 두 번인가 했었다. 처음에는 좋은 듯 했지만 머리가 뻑뻑해지는 느낌이 영 아니었다. 이후에는 차라리 머리를 짧게 깎았다.

다섯째는 머리가 너무 늦게 자란다. 이전에는 머리가 너무 빨리 자라는 듯 했으나 요즘은 머리가 자라는 것이 너무 더디다. 8개월을 길렀는데 겨우 귀를 반쯤 덮고 목 뒤를 반쯤 가렸을 뿐이다.

여섯째는 무스나 헤어로션 같은 머리에 바르는 것을 유난히 싫어한다. 때때로 머리를 깎고 나면 미처 내 의사도 물어보지 않고 이런 것들을 발라주는 경우도 있지만 과히 기분이 좋지 않다. 그냥 머리를 손으로 넘겼을 때 머릿결의 자연스런 촉감이 묻어나는 것이 좋지 머리를 만지는 순간 딱딱한 무언가가 얽혀 있는 느낌은 영 거시기다.

일곱째는 스스로의 자기 검열이다. 너무 오랜 세월 동안 짧고 단정한 바른생활 머리에 인이 박히다 보니 스스로가 긴 머리에 대해 확신을 갖거나 어찌 가꾸어야 할지를 모르는 것이다. 아직 자신의 긴 머리를 보면 오히려 부자연스러움을 느낄 때가 많다.

이러니 그냥 짧게 깎고 다니는 것이 여러 가지 제약을 단숨에 커버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되었다.



머리를 기를 때면 늘 꺼리는 이것들이지만 좀 다르게 생각하면 이런 제약들은 바람에 머리가 날리는 그 느낌에 일조를 하니 꼭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거리를 걸으며 바람에 머리가 날리는 것은 건성이고, 곱슬머리 때문이기도 하고 또한 숱이 많은 것에도 영향을 받는다. 머리에 무언가 바르는 것을 싫어하니 또한 자연스럽게 머리가 바람에 날린다.


자기 검열과 사회의 눈에 대한 극복만 가능하다면 머리를 계속 기르는 것이 요즘 나의 작은 소망이다. 다행이 아내는 아직 내 편이나 나의 어머님은 긴 머리가 영 마음에 걸리시나 보다. 하지만 아들이 이제 길러 보지 않으면 언제 길러 보냈냐는 설득에 그만 반은 넘어오고 반은 넘어오지 않으셨다. 아직도 전화가 오면 대뜸 “머리는 잘랐냐?” 하신다. 아예 “머리 안 자르면 오지 말라” 하신다. 어머니 눈에는 무엇이든 ‘사회가 계량화한 평균치’ 만큼만 사는 것이 최선이고 최고인 듯하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나이 어린 아이가 되어 어머니의 눈을 피해 머리를 기르고 있다. 아마도 이것이 내 자기 검열의 최일선일 것이다.


아직 내 머리는 다 길러지지 않았다. 귀를 다 덮고 싶지만 한참을 길렀는데도 여전히 귓밥을 넘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 아내의 조언에 따라 머리숱을 치고 나서 머리가 한결 단순해진 느낌이라 좋았지만 머리끝이 여전히 제 마음대로 여러 방향으로 웨이브를 그리는 바람에 관리가 힘겹다. 아침마다 아직 낮선 긴 머리를 어쩔 줄 몰라 한다. ‘조금만 더 길러서 이정도만 되면 보기 괜찮을 거야’라며 스스로 위안을 하지만 아무래도 어색한 머리에 신경이 쓰이는 것을 다 걷어내지 못한다.



며칠 전 출근길.

삼성역에서 대치동으로 넘어가는 긴 언덕을 올라가며 바람을 맞았다. 불어오는 바람에 머리가 모근을 보이며 90도로 솟구쳐 춤을 춘 것이다. 때때로 강력하게 때때로 부드럽게 머리를 흔들어 놓은 바람은 산발이 되어서야 만족한 듯 떠나갔다. 하늘거리는 바람의 여운만이 남았을 때 나는 왠지 짜릿함과 행복한 기분에 취했다. 그리고 사무실로 들어가기 전 화장실에 들어가 엉망으로 변한 머리를 진정시키며 거울 속에 있는 나를 보았다.

이전에는 “머리를 자른다는 것” 이라는 시를 몇 편 쓴 적이 있었다. 불가의 의식과 더해져 무언가 정신적이고 종교적인 뉘앙스를 풍기며 자름의 미학을 노래했다. 하지만 요즘 문득 드는 생각은 “머리를 기른다는 것”이다. 버리지는 못할망정 주어 담기만 하는 모습은 아닌지, 누추한 욕망의 단편을 채워가는 것은 아닌지 생각한다. 다른 이에게는 관대하면서도 자신에게만은 늘 들이대는 검열의 단편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날 본 내 모습은 “멋지다.” 였다. 왜 그런 생각이 든 걸까? 산발한 모양이 조금 과장하자면 “괴기스럽다”고 해야 할 텐데. 꾸며지지 않는 모습으로 선 나. 그 안에서 나는 ‘무엇으로부터도 속박 받지 않은 자신’, ‘아무것으로도 꾸며지지 않은 본연의 모습’ 그런 모습의 단편을 보고 싶어 했고 또 본 것은 아닐까? 그것을 두고 멋지다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문득 다시 생각한다. 기왕이면 입은 옷마저도 다 벗어던지고 거울 앞에 섰다면 어떤 느낌일까? 추했을까? 아니면 그 느낌이 더 지속되었을까? 왜 이제 와서 그런 생각까지 드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때 미처 생각이 미치지 못한 것에 대해 조금은 얇은 후회가 밀려온다.


이렇게 생각하니 머리를 기른다는 것과 머리를 자른다는 것은 어쩌면 동일한 선상의 이야기인 것 같다. 머리를 다듬는 정도의 이발이 일상의 일이라면, 머리를 잘라낸다는 것과 머리를 기른다는 것은 일상에 대한 이탈을 의미한다. “머리를 자른다는 것은 일상을 털어내고 삶을 등짐으로서 새로운 삶을 찾아가는 일이라면 머리를 기른다는 것은 일상에 의해 제약되었던 본연의 자신을 찾아내 잃어버려지는 삶을 복원하려는 일이다.”라고 말한다면 너무 거창한 것일까?


어찌되었던 좋다. 일상이라 일컬어지는 사소하지만 거대한 제약의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명분이 필요하고, 인간의 역사와 사회가 만들어 준 스스로의 검열을 피해가기 위해서는 많은 논리가 필요하니까.


바람이 분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머리를 흔들어 본다. 머리가 날린다. 바람이 날린다. 머리를 하늘로 춤추게 하는 긴장과 눈가를 스치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잔머리의 애틋함이 교차한다. 마음을 동하게 하는 기분 좋은 바람이다. 아. 날아가고 싶다. 나도 “바람이 되어” 날아가고 싶다. 가슴을 활짝 펴 본다. 중력의 법칙을 무시하지 못하는 발만 지면에 붙어 동동거린다.


아무렴 어떤가? 지금 이 순간만이 중요하다.



“아! 바람에 날려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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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오름, xdg]


아래의 글은 2005년 9월에 쓴 글이다. 얼굴 한번 보자기에 짬을 내어 한글과컴퓨터에 놀러간 길에 아웃룩과 유사한 메일러를 만든다고 하여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개발 아이디어를 요청하기에 7쪽짜리 개발 방향에 대한 메모를 이삼일 끄적여 전달해주었다. 그리고 옛일처럼 또 가슴이 부풀어 올라 내친 김에 아래의 글도 쓰고 제안을 하게 되었다. 그 글은 개발단의 최상층에 전달했다.

이 글이 갑자기 생각이 난 것은 어제 뉴스를 검색하다 한글과컴퓨터에서 오피스 제품을 기업 환경에 적합한 맞춤형 서비스인 ‘YESS’로 선보인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 내용을 보니 많은 변형이 있었지만 내가 제안해 준 내용의 일부를 반영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전체적인 내용의 주는 그룹웨어와 ERP를 별다른 모줄 연동 없이 한컴오피스와 쓰게 해 주겠다는 것인데 그 이면에는 그룹웨어와 ERP 등의 핵심으로 연결되어 있는 엑셀 파일류의 호환성을 이용하는 측면이 강해 보인다. 하지만 방향성에서는 그 간의 지지부진함을 버리고 어느 정도 바른 길로 가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아래의 글은 작성한지 3년이 지난 글이다. 그리고 반영이 되지 못한 부분도 있고, 현재도 반영하여 빛을 볼 부분 역시 조금은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정도 시기가 지났으니 이제 공개해도 재미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를테면 비밀유지 해제 기간이 된 것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민감하고 심도 깊은 이야기는 조금 쳐냈다.

그러고 보니 모처럼 한글과컴퓨터 이야기에 활기가 느껴진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한글과컴퓨터라는 이름에 참 많은 은혜를 입었던 사람이다. 컴퓨터 출판 기획자였던 내가 IT 제품 기획자로 변신하게 된 계기가 한글과컴퓨터 입사부터였고 이후로도 한글과컴퓨터 출신이라는 이름은 내가 속한 IT 분야에서 [믿을 수 있는], [실력 있는], [인프라가 풍부한] 경력자라는 누구나 인정하는 암묵적인 지원 세례를 받았다. 내 경력 중 많은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부분 중 하나는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사이버박물관 구축의 총괄 기획 및 구현이다. 세상에 이름을 떨친 웹 에이전시나 기획자가 아님에도 우리나라 최고의 부자였고 현대라는 초일류 기업의 가주였던 정주영 명예회장의 사이버박물관 총괄기획을 맡는 행운과 그 운영과 구현의 책임을 도맡은 것은 함께 일했던 사람들의 든든함과 내가 제출한 기획서의 힘도 있었겠지만 한글과컴퓨터 출신이라는 맹목적인 믿음이 그 안에 자리하고 있음을 나 자신도 잘 알고 있다.

그 때문에 한글과컴퓨터가 어려운 시절을 보낼 때 제품도 중요하지만 그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도 살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가 몰매를 맞은 적도 있고(한글과컴퓨터의 MS 매각 가능성 뉴스로 당시의 분위기가 격앙되고 분노했던 시기라 이해는 한다) 한글과컴퓨터 관련 뉴스가 나올 때마다 가슴이 뛰는 것은 지금도 여전하다. 한글과컴퓨터 시기는 내게도 어찌 보면 행복했던 시기였다. 몰입의 시기였고, 창조의 시기였고, 몸 바쳤던 시기다. 남의 것을 가져다 쓰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것을 우리가 창조한다는 기분은 참으로 대단한 것이었다. 아이콘 위치 하나 때문에 사용성이냐 직관성이냐를 가지고 밤을 새워 토론하고 제품 출시시기를 맞추기 위해 회사에서 숙식하고 쪽잠을 자며 모니터 화면에 머리를 박아 넣을 듯 했던 시기도 그때였다. 우리가 하는 모든 것이 이 나라 IT 발전의 모든 것이 될 수 있다는 책임감 역시 강했던 시기다. 벌써 너무 오래 전 이야기이지만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온 몸이 찌릿하다.

그 이후로는 그 정도까지 몸바쳐 일하지는 못했다. 나이가 먹으면서 체력의 뒷받침도 힘들었고, 그 정도의 몰입을 쏟아 부을 만큼 정신적인 무장을 주는 일을 만나지 못했던 탓도 있다. 또 업무의 환경이나 시대적인 일의 개념도 바뀌었던 이유도 있다. 물론 그렇다고 게을렀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모든 비교에는 상대성이 있으니.

아직도 한글과컴퓨터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자가 보기에는 한글과컴퓨터는 이제까지 여러 가지 패착이 많았다. 최근의 일만 해도 리눅스에 손을 댄 것이 그랬고, 코렐드로우 총판권을 쥐고 있으면서 아무런 액션이 없는 것이 그랬다. 다만 아래한글의 위력 뒤에 숨어 꿍꿍이를 벌이는 형국이라고나 할까. 응용소프트웨어의 국내 패자다운 행보는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가능하면 이전처럼 MS가 두려워할 정도의 강인함과 튼실함과 기술 우위의 선도력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은 언제나 간절하다. 지속적으로 매출이 나고 이익이 있고 지금은 안정적인 회사라고 늘 안심할 수 없는 것이 이 바닥이다. 이번 ‘YESS’ 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기원을 해 본다.




제품 개발에 대한 단상 1


- 블루 오션 전략을 통해 본 제품화 방안


다음은 한컴 제품들의 개발 전략과 상품 계획에 대한 전반적인 생각을 며칠 동안 나름대로 정리한 것입니다.

여기서의 주제는 요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른 블루 오션(Blue Ocean)적 관념을 돋보기 삼아 앞으로 한컴의 제품 개발을 어찌할 것인지 바라 본 것입니다. 사실 블루 오션이라는 개념을 처음 들었을 때 제가 받아들인 생각은 매우 단순했습니다. 한마디로 하면 “경쟁을 피하거나 상대가 경쟁할 수 없도록 영역을 개척하는 전략”입니다. 그런 생각을 바탕으로 독창적인 가치를 창출하여 경쟁 없이 고부가치를 실현한다는 의미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 바 그런 생각들을 한컴의 제품에 대입해 앞으로 개발 계획에 투영해 보고자 한 것이 이번 글쓰기의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또한 이 글쓰기에서 언급하는 전략이나 방안들은 블루 오션이 주창하는 개념은 아니며 글을 쓰면서 나름대로 정리한 것이니 이점은 양해 바랍니다.

이 글쓰기는 평소의 문체로 편안하게 쓰여진 것이라 평체로 쓰여졌습니다.


블루 오션(Blue Ocean)

요즘 경제와 관련하여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소위 “블루 오션(Blue Ocean)”이다. 블루오션은 살벌하고 치열한 경쟁의 바다인 “레드 오션(Red Ocean)”의 반대편으로 독창적 가치를 창출하여 경쟁 없이 고부가치를 실현하는 산업 또는 전략을 일컫는 새로운 경제 개념의 트렌드라고 할 수 있다. 이전의 개념들을 새롭게 조합한 형태에 불가하지만 요란한 구호만큼이나 현재를 조망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간결한 안내 문구와 같은 역할을 한다.


한컴오피스의 경우도 블루 오션적인 입장에서 보면 오늘날의 트렌드에 맞는 관찰을 손쉽게 할 수 있다.

먼저 아래한글의 입장부터 보자. 아래한글의 초기 모습은 참 센세이션한 것이었다. 특정 컴퓨터에서만 동작하는 워드프로세서에서 모든 컴퓨터에서 동작하는 워드프로세서로, 특정 출력기만 지원하는 워드프로세서에서 대부분의 출력기가 모두 지원되는 워드프로세서로. 아래한글 초기의 성공은 이런 기술적인 뛰어남에서 시작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많은 고객의 니즈(needs)를 독점적으로 구현함으로써 경쟁 없는 편안한 바다에 안착할 수 있었다.


오늘날의 한컴오피스는 레드 오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MS오피스와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경쟁의 관계에 있다. 혹자들은 이 두 프로그램이 다만 두 가지 요소만을 가지고 경쟁한다고 한다. 기능은 MS오피스가, 가격은 한컴오피스가 우월하다는 것이다. MS오피스는 글로벌화와 안정성, 기업업무 능력 향상 등을 내세운다. 한컴오피스는 호환성, 성능 대비 효율적인 가격, 고객 대응력 등을 내세운다. 객관적인 전력은 MS의 승리다. 지금까지 MS는 시장이 비어 있는 푸른 바다에서 편안하게 엑셀과 파워포인트로 기업 시장을 점유해왔다. 지금의 상황은 어떤가? 워드가 아래한글을 따라오면서 아래한글의 블루 오션이 레드 오션으로 변했듯 MS의 오피스는 한컴의 넥셀과 슬라이드의 등장으로 레드 오션 속에 들어왔다. 아웃룩을 제외한다면 기능과 가격을 통한 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


레드 오션(Red Ocean), 블루 오션(Blue Ocean)

한컴의 개발 전략은 한컴이 바라보는 미래에 의한 장기적인 관점을 담고 있을 것이다. 이 점은 아직은 내부 사정을 잘 모름으로 언급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다. 그러나 단편적 전략은 언제나 유동적이므로 크게 두 가지 전략을 바탕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그 하나는 레드 오션 전략이 될 것이고, 다른 하나는 블루 오션 전략이 될 것이다.


레드 오션(Red Ocean) 전략

먼저 레드 오션 전략은 현재의 경쟁 구도를 유지 또는 새로운 경쟁 체제로 끌고 가는 것이다.


경쟁 구도 유지는 현재 한컴이 채택한 기본적인 전략이다. 아래한글을 제외한다면 MS와의 경쟁에서 넥셀과 슬라이드는 MS를 뒤따르는 입장이다. 따라서 현재의 경쟁 체재는 MS가 제공하고 있는 오피스의 모든 기능을 구현하고 좀 더 여력이 된다면 MS가 제공하지 못하는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 한컴이 가진 현재의 전략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따라가는 입장에서) 넥셀과 슬라이드의 호환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과 경쟁 제품과의 기능을 동급 또는 추월하기 위한 노력은 당연한 귀결이다. 이런 결과로 나오는 제품들은 결국 MS와의 경쟁 구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여 시장을 양분하고 결국 승리를 위한 기반을 제공한다.


새로운 경쟁 체제는 현재의 점유율을 역전하기 위한 새로운 경쟁 구도를 만들어 내는 전략을 의미한다. MS가 시장의 점유율을 높여간 방법이 여기에 해당한다.

아래한글이 일반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하고 있을 때 MS는 오피스를 통한 기업 사용자를 선점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기업에 적응하기 위한 사용자 스스로 MS의 오피스를 선택하게끔 강제하게 만든 전략은 시장을 장악하는 탁월한 전략이 되었다. 이는 물론 엑셀과 파워포인트라는 독점적 소프트웨어의 공이 큰 것이 사실이었지만 오피스라는 프로그램을 묶을 때부터 염두에 둔 전략이다. 이에 비해 한컴은 아래한글의 높은 시장 점유율을 과신했던 바도 있었고, 엑셀과 파워포인트 같은 프로그램을 적절한 시기에 내놓는 타임마켓을 구사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여러 풍파에 기업 활동이 위축되어 지속적인 기술 선도력을 갖지 못한 것은 뼈아픈 일 중 하나일 것이다.


레드 오션 전략은 현재의 전선을 유지하며 시장을 방어하는 소극적인 전략이다. 동급의 기능과 안정적인 공급선을 유지하고 충성도를 높임으로서 기업은 생존의 발판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궁극적 대응 목표는 현재의 경쟁 구도와 경쟁 체제를 역전시키는, 즉 승리하는 것이다. 레드 오션에서 블루 오션으로 진입하는 단계라 할 수 있다. 경쟁에서 상대를 역전을 시킬 수 있는 가장 큰 요인은 속도(또는 투자)다. 상대보다 경쟁의 속도가 더 빠를 때 상황은 역전된다. 문제는 속도라는 것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이다.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체력과 조건을 먼저 살펴야 함으로 문제 분석과 그것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안목과 결행이 필요하다. 이 부분은 현재도 진행 중일 것이므로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언급하고 싶은 것은 속도를 높여 승리하기 위해서는 탄력을 받아야 하는데, 그 중 하나는 트렌드로 대변되는 예측과 시류의 반영이고, 다른 하나는 관객이다. 박수를 받으며 뛰는 선수는 더 힘이 난다. 관객이 박수를 치게 하기 위해서는 뛰는 선수도 자신을 가꾸고 이벤트를 연출할 필요가 있다. 현재 오피스 시장은 특별한 이슈 없이 차분한 경쟁을 함으로써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경우 대부분 시장 점유율은 요동치지 않는다. 이슈를 만들고 이를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블루 오션(Blue Ocean) 전략

블루 오션 전략은 크게 세 가지 방향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첫째는 현재의 상품 가치를 업데이트하여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는 레드 오션 전략의 연장선상에 있다. 둘째는 독창적 가치를 가진 경쟁력 있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전략이다. 셋째는 동일 제품을 이용한 새로운 시장 진입 전략이다.


상품 가치를 업데이트하는 방향에 대해서는 이미 진행되는 부분일 것임으로 따로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다만 업데이트 포장에 관해서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상품 가치를 높이기 위한 업데이트라면 고객의 니즈와 충분히 다아야 하고, 또한 그것을 구현함에 있어 고객이 구현된 기능으로 인해 무릎을 치며 감탄할 수 있도록 기능과 UI 측면을 충분히 고려한 개발이 진행되어야 한다. 그것을 통해 고객은 새로운 버전에 기꺼이 돈을 지불하며 기뻐할 수 있을 것이다. 업데이트 제품의 컨셉을 적절하게 포장하는 것은 그 자체가 큰 과장만 아니라면 기업에게는 무료로 게재하는 광고와 같으며, 고객에게는 설레임과 충성도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이다. 이 부분은 제품을 기획하고 결과를 만드는 과정에서 충분히 고려될 필요가 있다.


독창적 가치를 가진 경쟁력 있는 새로운 제품 개발 전략은 시장에 니즈는 있으나 제품화되지 않은 신제품 개발이나, 이미 나와 있는 제품일지라도 고객의 니즈가 반영되지 못한 부분을 새롭게 개발하고 강조함으로서 전혀 다른 시장을 만들어 선점하거나, 현재의 시장을 구역화하여 경쟁 우위를 만들어가는 전략이 될 것이다.


현재 한컴에서 추진 중인 한컴아웃룩 개발에 이를 적용해 볼 수 있다. 아웃룩의 가장 대표적인 기능은 메일러이다. 그 다음 일정관리, 주소록, 메모, 할일 등이 있다. 메일이 주 기능이며, 주소록은 메일의 서브 기능처럼 되었고, 일정관리, 메모, 할 일은 큰 역할을 하지 못하는 장식품처럼 되어 있다. 이들은 이전부터 지금까지 기능상 나아진 점도 거의 없다.

재미있는 것은 오피스의 주력 시장인 기업들, 특히 사원 교육에 많은 관심을 가진 기업일수록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법칙”으로 대변되는 자기 관리 프로그램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이런 류의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사원들에게 교육하고 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법칙” 프로그램이 성공을 위해 요구하는 한 가지는 플래너로 불리는 프랜클린 다이어리이다. 이 다이어리는 일반 다이어리와 비교해 크게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그것을 플래너로 부르는 것은 그 안에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법칙”으로 대변되는 신념이 있으며, 그 신념을 실천하는 도구로 이 다이어리를 특별하게 사용할 것을 제안하기 때문이다. 소중한 것을 먼저 하고 단계적으로 세운 계획을 철저히 실천하는 방법으로서 오직 한 개의 다이어리, 즉 플랜클린 다이어리를 사용하라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다이어리의 대부분의 역할은 아웃룩의 일정관리, 할 일, 메모 기능과 유사하며, 플랜클린 다이어리 프로그램을 교육받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의 모두 MS의 아웃룩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 두 가지는 매칭되지 못한다. 즉, 충분한 니즈는 있는데 몇 %로 부족한 무언가가 이 두 가지를 결합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런 니즈를 이번 한컴아웃룩 개발에 결합하면 전혀 다른 시장을 만들어 선점하거나, 현재의 시장을 구역화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새로운 경쟁 우위를 만들어가는 전략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즉, 자기 관리(시간, 인생)가 주 기능이 되는 메일러라는 컨셉을 차용한 한컴아웃룩을 개발하고 이를 잘 포장해 이슈화한다. 고객과 메일을 주고받고, 약속을 정하고, 프로젝트를 완성해 가는 일련의 과정을 자기 관리, 다시 말해 인생을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함축해 의미부여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슈를 양산함으로서 오피스 시장의 주류를 이루는 고객들 중 사원들의 일정 관리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싶은 기업들의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이것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거나 기존의 시장을 구역화하여 자기만의 영역으로 만들어 내는 일이다.

고객이 그 시장을 계속 원하는 한 대응이 느린 MS 아웃룩이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기 전까지는 독자적인 가치관(성공을 향한 고객의 인생을 강조하는)을 통해 경쟁 없는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오피스로 대변되는 기업 시장의 고객은 사원들의 자기관리에 매우 민감하고 충분히 돈을 쓸 수 있는 여력이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들 고객이 아직도 MS오피스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망설일 때, 충분한 호환성과 동등한 기능을 갖춘 한컴오피스와 함께 저렴한 비용으로 직원들의 시간 관리 및 인생 관리를 확실하게 도와 줄 수 있는 독창적인(또는 충분히 개선된) 프로그램을 함께 제안할 수 있다면 고객의 마음을 바꾸는 충분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시장 점유율을 올리는 데 많은 역할을 할 것이다.

이것이 독창적 가치를 가진 경쟁력 있는 새로운 제품 개발 전략의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자기 관리 중심의 메일러에 관한 더 자세한 정보는 이전에 보냈던 7쪽 짜리 관련 문서가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7쪽 짜리 문서는 파일을 잘못 옮기면서 삭제되고 말았다. 나름대로는 새로운 개념의 메일러를 만든다는 느낌으로 심혈을 기울인 기획안이었는데 다시 작성해 보려고 하니 엄두가 안 난다. 그래서 안타깝다.


동일 제품을 이용한 새로운 시장 진입 전략은 패러다임이 바뀌었거나 바뀌는 시점에서 미리 시장을 예측하고 대응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스스로 생각하기를 레드 오션과 블루 오션의 차이점은 시점의 문제다. 어느 시점에 시장에 진입했느냐에 따라 행복한 판매를 할 수도 있고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하기도 한다.

MS의 엑셀은 그러한 시점을 매우 잘 맞춘 경우라 할 수 있다. 세상을 주름잡던 노터스가 도스를 고집하며 윈도우를 과소평가할 때 MS는 완벽한 노터스가 되는 윈도우용 엑셀을 꾸준히 밀고 나갔고 윈도우가 시장을 완전히 장악했을 때는 윈도우용 노터스가 세상에 나타났지만 이미 시장은 엑셀이 점령한 뒤였다. 노터스는 OS의 향방을 잘못 읽으면서 시장에서 변신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을 놓쳤다.

이러한 경우는 한컴오피스에도 응용해 볼 수 있다. 곧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MS의 새로운 OS가 세상에 나올 예정이다. 아마도 가장 먼저 새로운 OS와 궁합을 맞춘 오피스는 MS에서 출시할 것이다. 기능상으로 보면 몇 가지 기능의 추가이겠지만 무언가 새롭고 강력한 기능을 탑재한 듯 포장될 것이다. 만일 한컴이 새로운 OS가 나올 것을 미리 예측하고 MS보다 먼저 새로운 OS를 가장 잘 지원하는 오피스로 기능을 개선하고 잘 포장하여 이슈를 선점할 수 있다면, 게다가 고객이 만족할만한 기능과 UI를 제공할 수 있다면 시점을 통한 상품 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을 것이다.


동일 제품의 새로운 시장 진입 역시 변화하는 패러다임에 대처하는 시점의 문제로 볼 수 있다. 흔히 대한민국을 인터넷 강국이라 하고 이 말은 진실이다. 네이버 같은 포탈은 하루 방문객이 1천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인터넷, 그 중에서 포탈들은 단순한 사이트가 아니라 이제는 하나의 거대한 시장이다. 유동 인구가 많은 번화가가 임대료가 높은 것처럼 오피스 역시 포탈과 연계된 거대 시장으로의 진입은 진지하게 고민해 볼 일이다. 문제는 패키지 위주의 영업 방식 위주인 한컴이 온라인 방식의 영업 방식으로 접근할 때 정상적인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미 한컴은 넷피스를 통해 이러한 시도를 해 본 적이 있으나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또한 기술적으로도 온라인과 연계된 프로그램의 성능이 기존의 아래한글, 넥셀, 슬라이드의 자원을 패키지 형태로 제공했을 때와 동일하거나 최소한 유사한 성능을 전재로 해야 하는 점에서 애로점이 있다. 결국 문제는 이윤을 낼 수 있는 구조와 성능에 대한 기술 구현 선도력의 실현이 담보된다면 새로운 시장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선점하여 상당기간 경쟁이 필요 없는 가치 자산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에 대해 잠시 생각을 정리해 보면, 이윤의 구조는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다. 개인에게 서비스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나 단체에게 일정 비용을 받고 서비스하는 것이 그 방법이다. 현재 200인 이하의 사업장은 우리나라 기업의 8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이 기업의 대부분은 제대로 된 그룹웨어 없이 단위 소프트웨어를 통한 업무에 치중한다. 이들 기업에게 오피스가 겸 그룹웨어로서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간단한 결제 시스템과 추가할 수 있는 양식이나 아이템을 동반한 인터넷 오피스가 기본이 된다. 그 외의 별도의 비용으로 추가할 수 있는 옵션 사양인 인사 관리, 보안 시스템 제공 등을 아이템으로 개발한다. 이 모든 것을 포탈에 제안하고 시스템을 구축한다. 기업은 포털에 비용을 지불하고 그룹웨어와 오피스를 사용한다. 포털은 약간의 이윤을 남기고 사용자를 확대하며, 사용 공간을 제공하는 대신 오피스 및 그룹웨어 내에 광고를 노출한다. 한컴은 솔루션을 제공하고 포탈을 통해 기업이 낸 비용의 상당 부분을 매달 또는 일정 기간마다 회수한다. 이를 통해 경쟁 제품의 구매력을 약화시킨다. 장기적으로 이런 류의 제품들을 포털을 통해 개인 또는 기업에게 유료로 제공함으로 패키지 형태의 제품을 축소한다. 기술적인 부분만 완벽하게 구현이 된다면 영업적으로는 충분하게 포털들과 협상이 가능한 부분이 될 것이다. 물론 아직은 좀 더 시간이 익어야 하는 미래의 일이지만……


이상과 같이 한컴오피스를 바라보며,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블루 오션의 관점에서 잠시 살펴보았다.





제품 개발에 대한 단상 2


- 좀 더 미래적인 제품화 방안


사람들이 미래에 대해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래는 꿈을 주기 때문이다. 현재의 고단함이나 현재의 불안과 불만이 신세계처럼 해소된 나름의 세계를 꿈꾸기에 미래는 희망의 상징이 될 수 있다. 미래가 불안한 자는 꿈을 꾸지 못하고, 꿈이 없는 자는 미래가 없다. 그러한 미래는 아이러니하게도 언제나 현재의 한걸음 앞에 있을 뿐이다. 그 만큼의 앞에서만 우리를 지켜보기에 미래는 현재의 거울이라 할 만 하다.

문제는 그 거울 속에서 때때로 길이 보인다는 것이다. 현재를 통찰하면서 미래의 세계가 유추되고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수많은 거울 중 어떤 거울 앞에 내 모습을 투영해 가야 진정한 길로 가는지 알 수 있을 때가 있다.


지금부터 언급되는 미래에 대한 전망은 단지 현실을 살아가며 얻었던 정보들을 기반으로 한 유추일 뿐이다. 어떤 통계나 데이터에 의한 예측이 아니라 기획통으로 살아오면서 직감한 미래에 대한 예측이며 그에 대한 일종의 처방을 기술한 것이다.


오피스의 미래

오피스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 요즘 골몰했던 내 생각은 그 방향을 바꾸었다. 단지 오피스만 그런 것이 아닐 터이기 때문이다. 오피스 뿐 아니라 대다수의 모든 프로그램은 일정한 방향으로 결국 흘러갈 것이며, 그 방향은 우리 현실에 다가온 여러 가지 패러다임의 변화에 기반할 것이다. 현재 논의되는 패러다임의 주제는 단연 인터넷이며, 기존의 인터넷 시장은 멀지 않은 미래에 대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그 화두는 이동성이다. 이동성은 이전부터 언급되었던 내용이나 시장의 도래는 진정으로 이제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내년 상반기 KT는 WiBro 서비스를 오픈한다. 시속 60Km 속도로 달려도 인터넷 속도의 변화가 없고, 시속 100Km 속도에서도 인터넷 속도의 변화는 20-30% 내외가 될 전망이니 매가패스 정도의 성능을 꾸준히 유지한다는 의미다. 더 무서운 것은 내년 하반기부터 서비스 될 예정인 이동사의 HSDPA 데이터 망이다. 속도 면에서도 WiBro 서비스와 유사하지만, 이통사 망을 사용한다는 의미에서 파괴력은 더 커 보인다.

이들은 초고속 인터넷 시장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를 것 같다. 기존의 인터넷이 우리 일상의 많은 변화를 가져온 것은 사실이지만 기본적인 컴퓨팅 라이프스타일을 완전히 바꾸어 놓은 것은 아니다. 이제까지의 컴퓨팅은 망과 연결된 컴퓨터가 있는 장소로 인간이 찾아가는 스타일이었다. 이런 스타일은 컴퓨터와 함께 인간이 작업을 시작한 이래로 좀처럼 변하지 않은 공간적 개념이다. 그런데 이 공간적 개념은 노트북과 무선 인터넷을 통해 조금씩 파괴되더니 이제 본격적으로 그 패러다임이 완전히 변화하는 시기가 다가오는 것이다.

이제까지 KT가 사업을 전개하는 추진력을 보면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이에 질세라 이통사의 경쟁력도 가세한다. 위성 DMB의 중계망을 깔았던 전례를 보면 전국 64개 주요 도시와 국도 및 고속도로 변은 사업 추진 1년 안에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 외의 주요 지역은 늦어도 3-5년 안에 기반 시설 작업이 완료된다고 보면 바라보는 미래는 의외로 매우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그럼 오피스와 인터넷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옳은 말이다. 상관이 없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것은 인터넷이 아니라 컴퓨팅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다. 컴퓨팅을 하는 라이프스타일의 주요 포인트였던 공간적 개념의 변화가 급속도로 진행될 것이라는 점이다. 공간적 개념이 변화된다면 오피스 작업 환경 역시 변화될 것을 예측해 볼 수 있다. 공간 변화에 영향을 많이 받는 기업들은 해당 변화에 가장 빨리 적응할 것이다. 이에 따라 기업 시장을 중심으로 한 컴퓨터 시장의 형태도 대화면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in 오피스” 컴퓨터와 소화면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out 오피스” 시장으로 양극화될 수 있다. 또한 어디서나 휴대용 단말로 인터넷에 접속이 가능한 상황이 되면 낮은 사양의 컴퓨팅 환경을 통해 막강한 기업 서버에 붙어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이 비용 절감적 차원에서 기업에 제안될 것이다.

이러한 조짐은 이미 여러 소식에서 접할 수 있다. 현재 이통사의 EV-DO 망을 이용한 데이터 무제한 요금(부가 기능)은 이통사별로 24,000-26,000원 정도를 받고 있다. 도심의 EV-DO 망을 주로 사용하는 사용자들은 휴대폰과 노트북을 연결해 인터넷을 사용한다. EV-DO 망이 스펙상으로는 약 1.2M 정도의 속도이나 실제로는 약 300-500K 정도의 속도를 냄으로 대용량 파일을 다운 받는 것이 아니라면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인터넷 속도와 비슷하다. 어떤 사용자들은 집의 인터넷 서비스를 해지하고, 오로지 이통사 망을 통한 인터넷을 즐긴다. 이럴 경우 EV-DO가 깔려있는 도심권을 벋어나지만 않는다면 언제든 인터넷 사용이 가능하다. 이렇게 인터넷을 즐길 경우 정상 요금으로는 한 달에 약 1억원 정도가 나오나 저렴한 가격의 무제한 요금제임으로 부담이 없는 것이다. 이러한 라이프스타일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반적으로 이러한 시대의 변화는 오피스 시장에서 여전히 패키지 형태의 오피스가 그 역할을 다 할 것이지만,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어 패키지 형태의 오피스는 점점 줄어들 수 있으며, 오피스 역시 인터넷과 연동하는 기능으로 재편되도록 압박하는 시기가 도래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러한 가정 하에서 한컴오피스는 다음과 같은 외형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제안을 하고 싶다.


오피스의 발전 방향(또는 진행 방향)


1. 혼합 패키지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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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단일 프로그램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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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단일 프로그램과 서버 연동 프로그램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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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서버 기반 프로그램


1. 혼합 패키지 형태는 현재와 같이 아래한글, 넥셀, 슬라이드 등 여러 개의 프로그램으로 나누어진 오피스의 형태를 의미한다. 패키지 형태로는 어느 정도 이상적인 모델이다. 고객은 프로그램을 깔면서 다양한 프로그램 아이콘에 포만감을 느낄 수 있고, 전문성 있는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제공하는 것으로 제조사는 광고할 수 있다.


2. 단일 프로그램 형태는 단순한 UI를 통해 원하는 결과물을 쉽게 얻고자 하는 소비층(복잡함을 싫어하는)이 증가하는 것에 맞추어 지양할 태도이다. 또한 휴대성을 강조하는 작은 디스플레이 화면에 대비해 조작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모든 프로그램을 하나의 브라우저 안에 복합시키는 것이다. 즉, 해당 프로그램은 동일한 UI와 사용법을 가지며, 브라우저의 특정 영역을 클릭함으로서 하나의 브라우저에서 한글, 넥셀, 슬라이드 등을 번갈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UI에 대한 상당한 연구와 조작의 편리성, 공통된 사용법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초기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인스톨 시 혼합 패키지 형태와 단일 프로그램 형태의 인스톨이 가능하게 옵션을 제공하는 것도 접근성을 좋게 만드는 방법이 될 것이다.


3. 단일 프로그램과 서버 연동 프로그램 형태는 온라인과 융화하기 위해 가는 첫 번째 단계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클라이언트 기반의 프로그램이 기존과 같이 존재한다. 이 프로그램의 특정 기능 또는 주요 정보는 인터넷에 연결될 때만 사용 가능하다. 또한 해당 결과물을 내려 받거나 해당 결과물을 내면 바로 서버로 저장되는 형태다. 결론적으로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은 그 스스로 독립적으로 움직이거나 인터넷과 연결되어 서버와 접속이 될 때만 움직이는 등의 프로세서를 가지는 형태라 할 수 있다. 인터넷 관련된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채택하고 있는 형태다. 이런 프로그램은 특정 서버에 의존해야 함으로 이 부분이 장애 요인이면서도 마케팅 포인트가 될 것이다.


4. 서버 기반 프로그램은 더 이상 클라이언트의 도움 없이 완전하게 온라인상으로만 모든 프로그램이 구현되는 형태가 될 것이다. 이때의 기준은 클라이언트 기반의 프로그램과 동일한 성능과 결과물을 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전에 여러 가지 포석을 통한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변신을 위한 오피스의 발전적 해체, 그리고 재 결집

오피스의 대변신은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에는 발전적 해제를 통한 재 결집이 필요하다. 현재 각자의 개성을 가지고 제각기 발전해 온 아래한글, 넥셀, 슬라이드의 구조는 태생이 다른 만큼 추후 개발을 위한 방향에서도 동일 자원, 동일 아이디어를 각 프로그램에 적용해 빠르게 대응하는 체제 구축과 개발 인력 수급에 많은 난점을 가지고 있다. 이에 각 프로그램의 개성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동일한 자원과 아이디어가 순식간에 공유 가능한 체제로 변신할 수 있게 기능의 가치를 높이고, 프로그램 간 호환성을 최대로 보장할 수 있는 변신을 발전적 해체라 붙여 보았다. 이 발전적 해체를 위한 중요 기준은 개방성 지향, 폭넓은 DB 구조 수용을 중심으로 내용을 살펴볼 것이다.


개방성 지향이란 다양한 환경에 적응한다는 의미이다. 어떤 환경에 있든 다양하게 적응하는 카밀레온과 같은 모습을 갖자는 것이다. 그러나 개방적 지향성은 언어적 의미와는 다른 이중성을 내포하고 있다. 다양성은 외적 움직임일 뿐이고, 내부적으로는 엄격한 통제를 통해 개방적이되 원하는 동일한 결과를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카밀레온의 피부 변화가 피부 속 혈액의 순환과 온도의 변화를 통해 엄격히 통제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를 위해서 이전 HWPML과 같은 방식의 ML(Markup Language) 규격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한컴 독자적인 규격이어도 되고, HTML이나 XML을 차용해도 좋다. 또는 모든 컴퓨팅 환경에 적용 가능한 dll 형식도 가능할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여기서는 그 대표격으로 ML을 지칭할 것이다. 이 규격은 현재의 아래한글, 엑셀, 슬라이드의 기능적 요소를 모두 포함해야 한다. 즉, 이 규격 안에는 문자의 처리, 문자의 집합인 문단의 처리, 문자와 문단의 특수처리, 표 관련 처리, 그림 및 그리기 개체에 대한 처리, 개체의 이동, 함수 적용 등과 같이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기능들에 대한 정의가 포함되어야 한다. 이러한 규격은 버전별도 꾸준히 가꾸어 나가면서 한컴 모든 제품 개발의 가장 중요한 밑바닥 자원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 자원은 오피스가 처리해 내는 중요 결과들을 표현하는 정의가 될 수 있다. 결과를 표현하기 위해 처리하는 프로세서인 프로그램은 아래한글, 넥셀, 슬라이드라 불리는 편집기 또는 브라우저가 될 수 있다. 이런 방법을 통해 아래한글, 엑셀, 슬라이드 등을 제작하면, 각 프로그램의 코딩 방식은 다르더라도 결과를 표현하는 방법은 동일한 규격에 의해야 함으로 이를 통해 기능을 통합하고 자연스러운 호환성을 유지하게 하자는 것이다. 이럴 경우 아래한글, 엑셀, 슬라이드와 방향은 다르지만 ML의 규격을 따르는 온라인 게시판 글쓰기 도구라는 편집기를 만들어 배포할 경우 한컴오피스의 중요 결과물들이 약간의 후처리만으로 인터넷 게시판에서 자연스럽게 표현될 수 있는 개연성이 높아지게 된다. 이는 근본적으로 아래한글로 대변되는 한컴오피스의 포맷을 자연스럽게 인터넷을 통해 공유하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인터넷 전반에 한글오피스가 뿌리내려 시장 점유율을 높이게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보면 ML의 규격만 준수한다면 편집기 또는 브라우저를 어떻게 만들든 결과물을 나타내는 형식을 공유함으로써 엄격한 규칙은 있지만 오피스 간 또는 모든 플랫폼 간의 개방성을 지향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폭넓은 DB 구조 수용이란 기업 시장에 적응력을 높이고, ML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전략의 한 방향으로 제안한 것이다. 기업 시장의 다양한 가치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DB와도 연관되어 있다. 이를 위해 ML의 구조 안에 폭넓은 DB 구조 포함할 수 있는 규칙을 가지자는 것이다. 일차적으로 한글과컴퓨터가 원하는 표준적인 DB 구조를 하나 가지고 있고, 그 외에는 예외 처리가 가능한 독립되고 복합적이며, 다양한 서버에 적용되는 DB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정의를 통해 오피스의 사용 용도를 넓혀가자는 의미이다. 이 모두가 당연한 말이지만 특히 별도의 항목으로 강조하는 것은 이 부분이 기업 시장, 온라인 시장에서의 유연성을 확보하는데 중요한 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발전적 해체를 통한 오피스의 기능 강화

기준이 되는 ML을 중심으로 발전적 해체를 통해 새롭게 구성되는 오피스는 다음과 같은 모습이 될 것 같다.


아래한글 발전적 해체의 가장 중요한 기반은 아래한글이다. 아래한글의 기능은 모든 오피스의 기본적인 기능을 제공하는 중심이 되어야 한다. 그 이유는 오피스란 결국 문서의 연결 선상에 있는 것이고 그 표현이 문자를 기본으로 이루어지 때문에 오피스 중 문자를 가장 잘 다루는 아래한글의 기능이 중심에 서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ML의 규칙을 준수한 아래한글의 주요 기능을 구역화하여 다른 프로그램이 이를 공유하도록 제공할 수 있는 표준적인 방안을 개발 시 고려하면 다른 오피스 프로그램은 손쉽게 이 기능을 받아들여 구현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이를 이용해 보편화된 문서 편집 기능을 사용할 때 그 기반이 아래한글이 되도록 하여 시장의 표준으로 확고히 자리 잡게 만드는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인터넷 각 게시판과 포털들의 글쓰기 도구로 아래한글의 글쓰기 도구가 자리 잡게 만드는 전략은 시장의 기반을 다진다는 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ML의 기본 규격에 해당 내용이 포함되어야 함은 물론 이렇게 제공하는 글쓰기 도구 시장에 대해 무상 제공 부분과 비용 발생 부분을 정교하게 구분하여 수익의 차원에서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


넥셀 넥셀을 위시한 스프레드시트는 많은 기업에서 주로 애용하고 있지만, 업무 전산화와 더불어 점점 힘을 잃어가는 추세이다. 그 힘을 빼는 가장 큰 적은 ERP라 할 수 있다. 요즘 스프레드시트는 오히려 표 작성과 관련되는 문서 또는 제안서나 조직도 등을 만드는데 더 많이 쓰이는 편이다. 현재 넥셀이 나아갈 바는 엑셀의 기능을 충분히 따라잡고, 안정화하는 것이다. 발전적 해체를 통해 넥셀이 자리를 잡는다면, 편집기로서 아래한글의 풍부한 기능을 함께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경쟁력이 있을 것이다. 그 외에 고려해 볼만 한 것은 역설적으로 ERP 기능의 추가이다. 독립된 서버를 구축해야 하는 ERP와의 연동은 넥셀이 온라인에서 정착하는데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 초기에는 서버 구축이 어려운 기업들을 위해 한글과컴퓨터가 보안 인증한 넬셀 서버를 운영하거나 한컴 아웃룩 개발 시 메일을 이용한 ERP 데이터 공유 방식을 고려해 볼 수도 있다. 포탈들과 연계한 서비스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DB의 분화와 연동 부분을 고려해야 하고, 표준적인 ERP를 구성하되 기업 환경에 맞게 해당 ERP가 조직되어야 함으로 정교한 수정 기능이 용의하도록 개발해야 한다. 그 외에 더 강력한 XML과의 연동이나 VBA 기능 지원 등도 추후 넥셀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이 될 것이다.


슬라이드 슬라이드 역시 넥셀과 마찬가지로 파워포인트의 기능 흡수와 호환성에 매진해야 하나 발전적 해체 후에는 아래한글과 넥셀의 기능을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음으로 슬라이드를 작성하는데 좀 더 디테일한 표현이 가능할 것이다. 이를 통해 슬라이드를 단순한 제안서 형태에서 매우 복합적인 디자인 역시 표현을 할 수 있는 도구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가령 10쪽 미만의 잡지 스타일의 편집물을 만들어 내는 과정은 슬라이드의 기본 기능으로도 가능하다. 현재 이런 능력이 보이지 않는 것은 기능상의 문제라기보다는 파워포인트의 UI를 따름으로서 생기는 오류이다. 몇 가지 UI 스킨을 이용해 정교한 디자인도 가능한 도구로 변화를 줄 수 있다면 슬라이드는 큰 공을 들이지 않고도 막강한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정교한 색상 팔레트를 제공해야 하고, 개체들을 정교하게 배치할 수 있는 가이드 기능도 들여와야 한다. 또한 이런 기능을 바탕으로 웹 페이지 저작도구의 기능을 함께 제공할 수 있으면 더 좋다. 다른 모든 프로그램이 웹 페이지로의 변환에 신경을 써야 하나 슬라이드는 그 내용적 특성이 무언가를 꾸미고 정리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이를 극대화할 때 슬라이드 본연의 기능인 프레젠테이션 역시 강화될 것이다.



긴 글 읽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도움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드립니다.



2005년 9월 문호리에서 윤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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