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새벽

악몽에 절은 지난 밤
외마디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벌떡 일어선 건
식은 땀에 젖어 있던 살가죽

폐부 깊숙이 더 깊숙이
못 피우는 담배를 지저문 채
흐느끼는 누군가 있다
술취한 채 나자빠진
만신창이 그가 울고 있다

떠날 때가 된 걸까
이제서야 마음이 아픈 걸 보면
몸이 뒤집히도록 비명을 지르고 싶은 걸 보면

새벽 어느 역
겨우 창문을 열고
벌거벗은 시선을 하늘에 매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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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오름, xdg]


타오르는 불길
아직도 곡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누군지는 몰라도
보내기 두려운 한숨들

인형
너의 뼈와 살이 타고 피가 끓던 그 자리에서
누군가 또 자신을 태우고 있다
벌써 오래된 일처럼
너를 생각하며 난 한숨짓고
무언 갈 구걸하듯 불길 바라보다
이내 돌아 나와 버렸다

불길 같은 것일까
우리 사랑은
무섭게 타오르다
쉬 사그러 지는
희미한 네 모습이 점점 꺼져 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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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오름, xdg]


그렇게 돌아누웠다 해도
소용이 없어
모든 건 변함이 없는 거야
단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어
설령 네가 늙고 여위었다 해도
설령 네가 아름다운 모든 것 잃었다 해도
설령 네가 오늘 죽는다 해도
인형
넌 인형이야
변함없는 내 사랑이야

아직은 자신에 대해
이렇게 병원 신세에 지린 모습에 대해
또 기약 없는 시간에 대해
짜증과 허탈에 차겠지만
흩어진 네 폐부 속에서
울먹이던 네 아픔 속에서
늘 하나이던 나를 보아
언제나 함께 할 나를 보아

여기 네 반려자가 있잖니
여기 네 한쪽이 있잖니
죽은 슬픔은 예 풀고
허탈한 가슴은 함께 묶고
용기를 내어 봐
넘치는 기운을 품어 봐

인 · 형 ……
나를 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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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오름, xdg]


Copyright ⓒ 1994 by 윤태근
All rights reserved.
First Edition Printed in Korea.

인형을 향하여
윤태근 연작 시집

윤태근 - 단기 4325년 초 글 쓰다. 한동안 은둔隱遁에 묻어두었으나 친구 결혼을 핑계로 꺾었던 붓 풀고 다시 정리하다. 감정 다스리지 못하는 게으름으로 우여곡절 끝에 단기 4327년 5월 두번째 탈고 끝내다. 단기 4327년 6월 초순 모든 작업 마치다.

본문 편집 - 윤태근
표지디자인 - 신은숙
제작 - 권오영
본문 편집 - 한글과컴퓨터의 한글 2.1, 한글 2.5 Beta 2 사용
표지 디자인 - CorelDRAW! 4.0, XPRESS 2.4 사용

이 책에 쓰인 글 · 독특한 요소에 대한 모든 권리 글쓴이에게 있고 무단 도용, 무단 사용 불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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