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봉
너는 이제 보람이 아니다
일찍이 네게 가슴을 얹으며
생명을 다짐하던 그는
그대 있음에
사나이의 국건한 기상을 충전했노라만
거친 바람 등 돌리며
이토록 저민 가슴
홀연히 안아줄 수도 없는 영토였더냐

나는 비명을 지르고
비로소 슬피 소리내어 울 수 있었다
아무도
그 아무도 나를 바라볼 수 없고
나의 음성을 들을 수 없는
너 아닌 그 어느 숲 속 한 귀퉁이에서

이제 한숨만을 들이쉬며
쉬 너를 떠나노니
잊혀진 웃음만이 귓가에 생생한
풀 죽은 나만을 남길 뿐이다
한 없는 그리움을 던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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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오름, xdg]


                                             - 착란 2

이제 마음을 가라앉혀 다행이야
슬픔을 감출 수 있어 다행이야
그 누구도
날 알아보지 못해 다행이야
다들 인형을 사랑했던 과거를 기억 못해 다행이야
의연해진
당당해진
나만 바라보아 다행이야
마음 속에서
피끓듯
인형이 살아 있음
아무도 몰라 다행이야
밀애를 즐기는 걸 들키지 않아 다행이야
소중하게
살아난 인형이 있어 다행이야
아직 변하지 않은 내가 있어 다행이야
사랑한다는 말 잊혀지지 않아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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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오름, xdg]


그런 말일랑은 말자
최후의 순간은 그 때인 거야
지금은 아니잖니
애만 태우다 지쳐 버린 사람들
우린 그런 모습 되지 말자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순명할 것은 순명하면서
언닐 아름답게 가꾸자꾸나
흡족한 웃음으로 만들자꾸나
그게 좋지 않겠니
현명하지 않겠니
조금 더 후에
조금만 더 후에
그 - 건
그 때에 가서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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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오름, xd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