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폭우

그대의 미친 넋이 비처럼 흐느끼는 구나
그대의 미친 혼이 빗소리로 쏟아지는 구나

일어서라는 땅은 죽어 쓰러졌다
청정하던 하늘이 시큰둥 울어 버렸다

그대의 창槍 같은 소리가 폭우로 쏟아지고
그대의 불 같은 벽력이 우박으로 날 깨우는 구나

세워 지소서
깨달아 지소서
받아들이소서

광막한 도시의 광야 너머
못 다한 달빛으로 애원하듯

그대의 지친 혼이 나를 감싸는 구나
부서진 넋이 나를 흔드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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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오름, xdg]


                                             - 착란 6

인형
숨어야 해
누군가
널 찾고 있어
널 잡아 갈 거야
어서
어서
난 아무것도 모르는 거야
난 아무것도 안 본 거야
옳지
저 커튼 뒤가 좋겠어
아니
이 옷장 속이 좋겠어
인형
안돼
어디든 숨어야 해
몸을 감춰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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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오름, xdg]


무·슨·일·이·야
뭐·가·잘·못·된·거·야

잠시의 외근 후 돌아 왔을 때
인혜 네 전화는
가슴을 콩알만하게 만들고
후들거리던 종아리
기절할 만치 흐르던 식은땀

아니 뭘 그렇게 놀래
알아줘야 한다니까
다른 게 아니라
내일이 언니 생일인데
기억하고 있나 해서

땅 꺼질 만큼 한숨 실어
내려 논 전화기 뒤로

선배 무슨 일 있어요
어째 좀 수상하다

그래요
요즘 들어 분위기 이상해요
시련 당한 사람처럼

호기심 찬 동료들
좁은 사무실에 쏠리는 시선

무슨 일은
별 일 있겠어
다들 커피 어때……

자판기 앞에 섰다만
인형
혼자만 가슴앓이 하는 양
난 바보가 되었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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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오름, xd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