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을 부르지 않기로 했다
독한 마음으로
잊어버리기로 했다
한번쯤
모두가 원하는 걸 들어주기로 했다
무너졌던 마음
모으고
날이 갈수록
사라져 갈 거라면
예서 아예 문 닫기로 했다
아무 일 없었던 것 마냥
훌 돌아서기로
다시 거리로 나서고
다시 사람들을 만나 즐거워 하며
숨진 가슴 감춘……

이 모든 결심에
늘 마침표처럼 끝에 서는……
인형

아무 말도 없이
사죄의 단 한마디 없이
그냥 이렇게 떠나기로 했다
아무런 의미도 없이
나그네가 되어 보려 한다
!
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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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오름, xdg]


정녕 그대를 위해서인가
나의 이 외로움은
아직도 흐르는 이 눈물은
그대에게 바치는 비탄인가

오늘도
거리에서
병원에서
벽제에서
부딪치듯 너의 허리를 쫓고
지친 다리를 주저앉힌 역驛에서 쓰는 한편의 글
이것은 네게 바치는 묵도인가
극락을 기원하는 축원인가

한숨을 꺾으며
나를 잊고
쓰러진 마음이나 달래는
절망의 분풀이 같은
슬품의 분노 같은
감정 놀음은 아닌지

모르겠다
모르겠다

내가 어디 서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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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오름, xdg]


너를 위해서라면
모든 할 수 있어

그렇게 원하던 유학留學도
내 삶인 산과
고통과 번뇌를 부어넣던 등반登攀도
내 분신인 시詩들도

모두 포기될 수 있어
던져 버릴 수 있어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일과
새로운 생각도 가질 수 있어

내 삶의 존재와 목적이 무너지던 날
홀연히 나타나
나를 심연에서 건진
인형

수 번의 목숨잃기에서
숨을 불어넣은
인형

내 모두가 너로 맞춰졌기에
흩어진 마음이 네게 모아졌기에
너를 향한 눈이라면
할 수 있을 거야
일어설 수 있을 거야

네가 원한다면
네가 원한다면
변함없는 나를 사랑해 주지 않겠니
과거로부터 미래로 셨는 나를 받아주지 않겠니

투정은 그만
이제 굳어진 얼굴을 들고
숙인 어깨를 펴고
그저 내게 오지 않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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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오름, xdg]


바람과도 같은 삶을 이마에 싣는다.
다하지 못한 아쉬움과 그리움이 열글고
잔주름 하나에 엮었던 나의 전설
깎아 놓았던 목각 인형처럼
자취를 하나둘 소중하게 남기련다
정령 뜻 있는 한 귀절을 벽에 걸쳐놓으련다

이제 떠나야 하기에
지뢰밭을 지나듯 조심스럽게 지켜 온 삶의 발자국들 위에
옛 시절을 회상해도 좋을 어린 날이여

가야 한다
내 쉬인 숨 들이마신숨마저 정처 없어
다시 부활할 그 무덤으로

또 이 날이 생각나려나
눈물 흘리려나
그림자가 점점 길어지는 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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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오름, xd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