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나처럼 그렇게 서 있으리라
한낮의 무더위에 찌들어 가며
생명이라는 헐떡임에 숨을 달고
지린 번뇌에 묻혀 있으리라

나도 너처럼 글을 쓰리라
지나는 순간 순간마다
초미니의 숨김없는 여인처럼
내 아품의 꾸밈없는 표현
진리처럼 남김없이 우려내리라

재회가 허용되는 그 때에
함께 말해야 할
이 방만의 세월 무얼 해야 했는지
인간이란 어떻게 생겨 있는지
투쟁과 자유는 누구를 위함인지

비로소 눈물을 감추고
함께 볼 수 있으리라
너와 나
폐부를 숨긴 그 옹졸함을 벗고
억매인 정신을 던지고
진정한 나인 너를
후련한 너인 나를
깨달을 수 있으리라
포옹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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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오름, xdg]


31. 강

피눈물이란, 강물은 아니겠지
먼바다로 흐르는 건 피투성이가 아니겠지
고개를 젖히면 별이 떨어지고
눈을 감으면 심장이 숨죽이는
흘러간다는 건
소망을 저버린 만신창인 아니겠지

어디서 내 살이 쪼개지고
여울 굽이는 곳에 내 혼이 부딪치는
허우적거리는 익사는 아니겠지
가슴을 휘어잡는 심장마빈 아니겠지

땅 끝에서
말로 다 이루지 못한
저 해안선까지
얼굴을 감싸야 고개를 들 수 있는
흘러가는 투명한 저 벌판
그 속에 돌을 던져야
비로소 환상이 깨어지는

흘러간다는 건
부서지는 파문은 아니겠지
두 번 다시 돌아올 수 없는 헤라클레이토스는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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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오름, xdg]